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 diary Feb 08. 2023

내 마음에 겨울이 찾아왔다.

Note 1


방금 3번째 테라피 세션을 마쳤다. 오고 간 대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적어두자면.


"지금껏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에 대한 나의 답은, 다양한 경험,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애썼다는 마음을 담은 스스로에 대한 칭찬. 

다 놓아버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일을 그만둔다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이번주 나의 self-care를 위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나의 기분과 감정 몸의 상태는 몸이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신호 같은 겁니다. 번아웃은 하루 쉬었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나 스스로에 대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줬을 때 치유돼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과 걱정들에 대한 답은 나 스스로 답을 해주어야 합니다. 

Best Possible Exercise는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목표를 그려보는 것, 지금 이 순간 하지 않고 있다고 좌절하거나 스스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수많은 고민들과 걱정을 들어보니, 전 상담자께서 잘 견디어 내실 거라고 봅니다. 본인을 좀 더 믿어주세요. 

운도 실력입니다. 운이라는 기회도 준비된 자에게 오게 마련인 거죠. 조금만 더 자신감을 가져보세요. 

일은 앞으로 몇십 년 더 해야 할 것이잖아요. 매일매일 200%, 300% 쏟아내면서 할 수 없어요. 그러면 금방 지쳐요. 하루는 쉬어가기도 하고 또 하루는 열심히 하기도 하고 그러는 거예요. 

대단해요. 문화와 언어가 다른 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예요. 편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일군것들이 대단합니다. 

쉰다고 해도 생각해 둔 플랜이 있군요. 


:::


글을 쓰려고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았는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조금 막막한 기분이다. 

내 마음에 겨울이 찾아왔다. 지금껏 늘 봄은 아니었지만, 꽤나 혹독하고 추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2009년 늦가을에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2023년 2월. 햇수로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게도 내달려왔다. 처음 맞이하는 번아웃은 아니지만, 이번 친구는 꽤나 맵고 아프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혀서 맵고, 스스로를 너무 괴롭게 해서 아프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많은 자책감이 들고,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다. 열심히 살아온 거 같은데, 14년 후 내가 맞이하는 오늘의 감정은 씁쓸함과 허탈함, 공허함과 무기력이라니, 그 사실만으로도 벅차고 힘들었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꾸역꾸역 해야 되니까 하는 일들을 하고 살았던 것 같은 사실이 매우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조금 관대해도 되는데, 스스로 너무 쪼아대기만 한건 아닌가 하고 나에게 내가 미안하기도 하다. 카페에서 책을 보다가 책에 쓰인 글귀가 마음에 닿아 울었고, 운전을 하다가 이런 너덜너덜해져 버린 나 자신이 어쩐지 불쌍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울었다. 대체 내 마음아 왜 그러니? 싶은 마음에 밥을 먹다가 울었다. 우는 내가 싫었다. 아니 너 대체 왜 그러니? 싶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이 멘털이 강한 사람이라 믿었는데, 언젠가부터 아닌 거 같다는 마음이 든다. 그냥 버텨내고 살아내야 하니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으니까 강하다고 믿고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산 것 같다. 그런 온갖 마음과 감정들이 모여서 화르륵 타버린 걸까. 지난 몇 달, 아니 혹은 몇 년간 마음이 허했고, 일터에서 100% 노력하지 않았다. 100% 노력하지 않으니, 스스로 불편했고 자책했다.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지 않으려 했고, 모른척하려 했다. 이런 파도치는 마음을 모른 척 말고 조금 더 빨리 케어해 주었어야 했는데, 연고 조금 바르면 나을 수도 있던 상처를 덧날 때까지 방치해 둔 것 같다. 괜찮아, 괜찮아지겠지... 싶은 마음으로. 나 자신에게 조금 미안하다. 그냥 열심히 살면 다 좋은 거라 생각했다. 좋은 직장과 2주마다 들어오는 페이첵이 내 삶에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보다. 머리로는 안정적이고 편하고 좋은데, 마음은 엄청 불편했다. 근데 그 이성적인 안정감을 끊어내는 것이 오롯이 회사만 다녀본 화초 같은 나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오히려 지금의 쳇바퀴 같은 삶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닌 걸까, 상처가 덧나서 터져버렸다. 아프고 쓰라리다. 부랴부랴 상처를 치료하려 노력 중이다. 뭐가 나에게 가장 적절하고 맞는 치료약인지 이거 저거 시도해보고 있다. 

테라피 상담하기, 운동하기, Sick leave를 내기, 휴가 가기, 회사를 그만두기, 글 써보기,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기 등등 많은 옵션들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해보고 있다. 제일 처음 한 것은 테라피 상당하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처음 세션에서 나에 대한 질문들을 이거 저거 하셨는데, 내일 일어나서 본인이 원하는 하루를 설명해 보라고 하셨을 때 무슨 일인지 엄청 울었다. 그냥 엄청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나를 지탱해 주는 것들 중엔 우리 엄마. 엄마의 힘이 가장 컸다. 그래서 또 울었다. 

운동도 시작했다. 필라테스는 오랜 기간 동안 움츠려든 몸을 좀 이완하고 풀어주고 싶어 시작했는데, 선생님이 너무 열정적으로 알려주셔서 잘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몸짱은 바라지도 않고, 나의 긴장해 있던 근육들이 좀 느슨해졌으면 좋겠다. 아파트 안에 있는 Gym도 그렇게 가까운데도 귀찮아서 절대 안 갔는데, 남편 따라서 가게 되고 혼자서도 가려 노력하고, 암튼 그렇게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Sick leave. 사실 이건 거의 작년부터 고민한 것인데,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액션이었다. 작년에도 일과 회사라는 중압감에 가슴이 답답할 때가 너무 많았는데 그때마다 찾아본 옵션이었지만 난 그때마다 결국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버텨보자로 마무리했었다. 오늘도 나는 같은 고민이지만 한 번만, 조금만 '더' 버티는 게 이번엔 힘들 것 같다.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버티다가 정말 부러져버리고, 정말 다시는 회사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조금 정신 차리고 나만 생각하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쓰는 이 글도 나의 생각을 정리하려 쓴 글이기도 하다. 외부의 자극과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내 몸이 말해주고 있는 나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그게 오늘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2023년 2월 7일 화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