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5. Löyly Sauna
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가장 힙하면서도 대중적이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사우나, 로울루를 가기로 한다.
직장 동료이자 내 오랜 친구와 함께 출장 일정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사우나로 곧장 달려갔다.
예약을 급히 하느라 저녁 타임으로 예약을 해버렸다. 핀란드 특유의 눈은 편하지만 약간 어둑어둑한 길.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 폐건물도 살짝 보이는 듯, 바닷가 근처 유령도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네에 도착하게 된다. 도착한 곳은 헬싱키 최남단 항구마을 헤르네사리 Hernesaari.
매립과 산업화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반도 지역에 포드 Ford 자동차 공장이 자리를 잡았고 크루즈 항만, 쇄빙선 조선소, 물류의 허브가 있던 해양산업 단지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조선소가 철수하면서 매립되어 있는 넓은 아스팔트와 넓은 차도로 휑해 보이는 모습이 보인다.
바닷가 쪽으로 널찍한 아스팔트를 따라 걷다 보면, 목재 데크들이 계단식으로 이리저리 쌓여 만들어진 건물은 마치 커다란 바위가 쌓여있는 듯하다. 조형물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어디가 입구인지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적북적거리는 소리를 따라가면 입구가 보인다.
왁자지껄한 소리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우나는 보이지 않고, 맥주와 햄버거, 핀란드 연어 수프가 분주히 서빙되는 레스토랑 바 bar의 모습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 자리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길게 이어진 복도에서 붙박이로 된 벽장에 외투를 벗고 신발을 벗어 넣어두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외투를 벗고 신발을 벗을 사람이 누구겠나 함께 온 친구와 눈치껏 그 인파에 섞여 외투와 신발을 벗어 넣는다.
그렇게 인파와 함께 복도 안으로 들어가면 조그마한 리셉션 데스크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신기하게도 이 리셉션은 사우나를 이용하는 공간과 이어져있어 사우나를 하고 다시 리셉션에 가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할 수도 있게끔 되어있다.
한 검정색 반팔티에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예약을 확인한 후, 샤워 타올과 키를 주며 2시간 이용 가능함을 안내한다. 역시 이곳도 수영복은 필수, 단 수영복이 없으면 8유로 정도를 내고 빌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수영복을 구매하는 게 아닌, 빌리는 기분은 꽤나 불쾌한 편이라 챙겨가시길.
남자 섹션으로 이동하니 5명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은 비좁은 탈의실이 나와 사람들 사이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키가 183 정도인데, 옷 갈아입을 때 여기저기를 치게 되는 정도의 공간으로 기억이 난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두 개의 장막으로 가려진 입구로 들어가면 샤워실에 들어선다.
간접등으로 부드럽게 빛이 내리우는 어둑한 공간 속에 양옆에 샤워기 외로 아무것도 없는 매우 심플한 형태의 샤워실. 주섬주섬 씻고 수영복을 입어 샤워실을 나선다.
복도를 따라 나가면 우리나라 목욕탕처럼 넓은 평상과 또 다른 샤워기와 양동이에 물을 채워 한번에 물을 맞는 버킷샤워가 있다. 벽은 모두 유리창과 문이 있고, 저녁이라 어두운 탓에 부드러운 조명의 야외 데크가 있지만 낮시간이면 건물을 감싸고 있는 데크의 빗살 사이로 빛이 들어와 빗금으로 그림자가 드리우고, 눈을 지그시 보면 윤슬이 아른거리는 바다가 보이는 그런 곳이다.
평상을 등지고 오른쪽 복도를 따라가면, 화목난로를 중심으로 소파와 라운지 체어, 스툴들이 놓여있는 넓은 라운지가 보이고, 남녀노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쉬거나 물이나 맥주를 한잔 들고서 나른하게 쉬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중앙의 화목난로는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 내열 강화 유리로 막혀있어 관상하기 좋다. 그리고 생각보다 열심히 불타고 있는 것에 비해 그리 따뜻하지는 않다.
이곳에 사우나는 2종류의 공용 사우나, 그리고 프라이빗하게 전용으로 빌려서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가 있다. 실내에 있는 공용 사우나는 일반적인 스팀 사우나로 기억자로 된 2 계층 벤치가 있고 큰 벤트가 있어, 가장 앞에 앉은 사람이 물을 뿌리어 온도를 올리게끔 되어있다. 여긴 마일드하니 사우나 초심자는 적당히 여기서 바다를 구경하며 즐기기 좋다.
하지만 이 로울루 사우나에서의 묘미는 밖 데크를 따라 이동하면 나오는 스모크 사우나. 아주 어둡고 약 6-7 계단을 올라 천장이 약간 닿을 듯 말듯한 높이에 있는 벤치에 도란도란 앉아 열을 즐기는 사우나가 있다. 빛은 거의 없고 매우 어두운 공간에 사람들의 숨소리, 그리고 가끔 물을 끼얹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치이익 소리. 모두가 이 공간에 오면 이상하게 조용해지고 서로 명상하는 듯 열에 집중하게 되는 공간이다. 말 그대로 스모크 사우나이기 때문에 목재 훈향이 실내에 가득해 아늑하게 지지고 나면 몸이 훅훅하다.
망설이지 않고 그 훅훅한 상태로 바닷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부둣가 바깥쪽 바다를 향해 가면 어김없이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계단, 사다리가 나타난다. 몸에 훈향이 벤 채로 바다에 풍덩하고 나면 포근했던 몸에 급격한 긴장과 막혀있는 혈관을 뚫어버리는 듯 과한 상쾌함이 몸을 붕뜨게 만들어버린다. 얼어붙을 듯한 몸으로 또다시 성큼성큼 스모크 사우나로 들어가 지지고는 몸의 수분을 전부 날린 채로 나른나른 종이인형마냥 옷 안으로 몸을 집어넣은 채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맥주와 음식을 잔뜩 시킨다.
총 4번을 이곳에 오면서 버거를 2번 먹고, 연어 로히케이토 Lohikeitto (핀란드식 연어 수프), 순록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모두가 좋아할 맛은 단연 연어 로히케이토이다. 사우나를 하고 나서 나른해지고 수분감 날아간 몸에 따뜻하고 단백질과 영양 가득에 향긋한 딜 향 얹은 연어 수프를 먹으면 몰려오는 기운에 몸이 든든해지고 힘이 생긴다. 하지만 이색적인 경험을 좋아한다면 핀란드에서 먹을 수 있는 순록 스테이크를 먹어보는 것도 추천이다. 여기서 먹은 순록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로 주문을 했고, 무슨 소스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피가 연상될 정도로 붉은 소스와 베리를 몇 개 얹은 채로 음식을 주는데, 육향이 좀 진한 편이라 고기향을 못 견디는 사람은 가급적 비추천한다.
그렇게 친구와 거하게 맥주를 한잔하고 약간의 취기와 함께 집으로 나른나른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기 좋으니 캐주얼하게 사우나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로 오시길.
로컬스러움은 좀 덜할 수도 있다. 핀란드 현지인도 있지만 외국인들도 많이 와서 즐기는 이곳. 아반토 아키텍트는 이곳을 설계하면서 전통을 쫓지 않았고,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캐주얼하게 사우나를 즐기고는 맥주를 먹고 알딸딸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힙스터의 성지가 된 이곳. 사우나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을 데려가면 그 사람은 당신의 평생의 사우나 메이트가 될 것이다. 내 친구처럼
LÖYLY SAUNA
주소 : Hernesaarenranta 4, 00150 Helsinki, Finland
웹사이트 : https://www.loylyhelsinki.fi/
CHAPTER. FINLAND
01 Lonna Sauna
02 Hanaholmen Hotel
03 Kulttuurisauna
04 The Barö
05 Löyly Sauna
06 Kotiharjun Sa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