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티처의 하루
특강 시간표는 이러했다.
10시 반부터 2시 반까지는 초1, 2 아이들에게 영어 100% Grammar, Reading, Listening 수업(w/원어민)
2시 40분부터 4시 반까지는 초4, 5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초등영문법 수업
따지고 보면 세 살 정도의 차이였지만 저학년과 고학년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주로 쑥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가끔 교무실에 찾아와 ‘리사 티처…’라고 나를 부르곤 했다. 예민하고 겁 많은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문제풀이 시, 내가 ‘That’s not correct.’ (틀렸어)라고만 말해도 상처를 받았다.
그럴 땐, ‘Good job! but let’s try again’ (잘했는데 다시 해보자)라고 돌려 표현해야 했다.
너무 어리기 때문에 많이 여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치지 않게 늘 조심했다. 아이들은 날 잘 따라주었고 우린 즐겁게 수업했다.
고학년 아이들은 머리가 커서 자기 의견도 정확히 말할 줄 알고, 동기부여를 통해 학습하는 법을 아는 똘똘한 아이들이었다. 나는 교수팀장님의 조언대로 초반탐색전에서 만만하지 않은 인상을 주었다.
수업 중에 아이들의 잡담이나 장난이 도를 지나치면 제재를 하며 학습에 집중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저학년 아이들과는 달리 고학년 아이들은 때로는 무례한 언행을 하기도 하지만 선을 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나의 훈육을 따라주었고 나를 좋아해 주었다. 2주 반 만에 영문법 책 한 권을 다 끝내는 버거운 일정이었지만 모두 의욕적으로 공부했다.
부정 명령문을 배울 때 내가 Don’t be cute이라는 예문을 들자 준형(가명)이가 입을 삐죽 대며 ‘저 안 귀여운데요.’ 하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작은 인간들은 벌써 자기가 다 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특강 마지막날 내가 ‘우리 이제 마지막이네?’라고 하자 아이들은 특강이 끝나도 학원에 계속 계시는 거 아니냐며 또 보자고 했다.
여름특강이 끝났다.
가을 정규학기 담임이 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