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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원 Mar 20. 2022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우리 직원들의 수준을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며칠 전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1분기 OKR 중 하나로 기술팀은 내부 인원을 대상으로 의료기기 교육을 준비해왔다. 교육을 목표로 삼은 이유는 회사 내부적으로 지식의 비대칭이 심하기 때문이다. 


물류팀 직원은 상품명과 재고 관리에 대해 잘 알지만 현장에서 의료기기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모른다. 상품명만 알아도 일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직무상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가끔 고객과 업무적 소통 잘 안된다는 불편한 점이 있어 왔다. 


그러다 보니 배움의 의지가 없다면 5년, 10년을 다녀도 전문 지식이 쌓이지 않는 상태로 시간이 흘러간다. 전문성이 주요되는 의료기기 회사를 다니지만 전문성 없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딜레마로 작용한다. 


반면 필드로 나가 현장에서 고객과 대면하여 교류를 하는 영업팀이나 기술팀은 연차가 적어도 업계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다. 본인의 전문성이 떨어져 고객 응대가 잘 안 되면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배워야 하는 포지션이다. 


1년이 넘어도 업계 지식이 많이 쌓이지 않는 물류팀과 1년이 안 됐지만 지식을 많이 습득하는 영업팀기술팀. 지식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팀에서 물류팀 의료기기 교육을 목표로 잡고 OKR을 준비해왔다. 


기술팀은 교육 자료를 모으기 위해 물류팀이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고 질문을 리스트업 했다. 1달가량 루틴 업무 외에 짬을 내어 틈틈이 교육 자료를 만들고 발표 준비를 하였다. 교육의 내용과 질을 피드백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만족도 조사 질문을 넣었다. 


1. 본인이 평소에 궁금했던 교육 내용이었나요? (1~10점)

2. 실무적으로 궁금했던 내용이 해소되었나요? (1~10점)

3. 고객과 업무적 커뮤니케이션에 자신감이 생겼나요? (1~10점)

4. 이후에 2차 3차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나요? (1~10점)

5. 기타 하고 싶은 말씀과 피드백 (자유 양식)

 



그리고 교육의 날이 도래했다. 발표를 맡은 후임은 겉으론 덤덤해 보였지만 속으론 잔뜩 긴장을 한 상태였다. 교육 중간 돌발 질문도 나오고 수강생의 '아하-★(깨달음)'도 나오면서 약 1시간가량의 교육이 마무리되었다. 발표자는 교육 자료를 만드는 노고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 교육을 수강한 직원들은 만족도 양식에 숫자를 채워 넣으며 자연스럽게 피드백 시간으로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생기며 조금 놀란 경험을 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했고 좋은 분위기에서 끝났기 때문에 높은 만족도를 달성하며 형식적인 피드백으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몇 항목은 남은 점수를 받았으며, 낮은 점수를 준 이유와 방향에 대해 피드백이 쓰여있었다. 그리고 만족도 용지를 제출하고 퇴장하는 것이 아니고 남아서 발표자와 추후 교육에 대해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얘기하기 시작했다. 


"현재 본인이 생각한 점수는 4점이지만 만약 내가 입사 6개월 정도였다면 8점을 주었을 것 같다."

"이 점수가 4점인 이유는 새롭게 배운 내용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이 듣기엔 좀 어려운 수준의 내용이었다." 

"1단계 수준부터 3~4단계 수준까지 교육이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2단계 수준의 교육 내용이었던 것 같다."

"교육은 좋았으나 실무적 자신감은 늘지 않았다. 나의 지식이 부족하여 내용을 잘 흡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음 교육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발표자를 위한 거침없지만 젠틀한 피드백이 오고 갔다. 피드백 내용이 발표자의 자존감을 깎거나 위협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떻게 다음 교육을 개선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을 3자의 입장으로 지켜보는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피드백이 되는 회사였나?'

우리 직원들이 피드백을 못하는 게 아니고 피드백을 할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성심성의껏 피드백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넘어서 감동을 받았다.   


단순히 장비 교육만 진행하고 교육 만족도 조사와 피드백 없이 마무리됐으면 허무맹랑할 뻔했다. 디테일한 피드백을 통해 교육 내용에서 수정해야 할 점, 타깃이 원하는 교육 내용이 맞았는지. 교육의 수준은 어땠는지, 수강생이 원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피드백 내용을 토대로 다음 OKR 목표가 자연스럽게 수립이 되었다. 물류팀 니즈를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 피드백 경험을 하며 나의 의식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목표와 임팩트로 흘러갔다. 위와 같은 활동이 회사 내부에서만 일어날 것이 아니라 외부적(고객)으로도 일어나야 한다. 조직 외부에 큰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임팩트를 주는 활동을 중점으로 다음 OKR 설정에 힘을 더 싣어야 할 것 같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다시 개선하는 활동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야 한다. 이 행위를 고반복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결국 고객의 변화를 위한 목표 설정과 피드백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이 회사의 전반적인 목표와 새로운 사업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 같다. 다음 분기 OKR 목표는 어떻게 더 고객을 위한 목표를 세울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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