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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긍정 Mar 26. 2022

나와 다른 사람과 지내는 법

자석 같이 밀어내기? 퍼즐처럼 맞춰가기? 

살다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곤 합니다.

혹시 저만 그런가요?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일은 특히 직장에서 더 많이 겪게 되더라고요. 

직장의 규모가 작으면 사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확률이 더 높아요. 

왜냐면, 면접관이 늘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해당 직무가 가능한 사람들 중에서 비슷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채용하게 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직장의 규모가 크거나, 이직이 잦은 직장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규모가 큰 경우는 면접관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며, 이직이 잦은 직장에서는 면접관도 자꾸 이직을 해버리기 때문에 그때 그때 면접 기준이 바뀌기도 하고, 너무 이직이 잦으니까 이번에는 좀 다른 사람을 채용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성향의 사람들을 뽑기도 하지요. 


나와는 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시는 편인가요?

저는 사실 저랑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있는 것을 훨씬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자석같이 주변 사람들이 많이 밀어내곤 했어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나와 생활 형태가 다른 사람은 좀 어렵고 같이 오래 있으면 불편하더라고요.

그러나, 자석은 반대 성향을 밀어내지만 멀리는 밀어내지 못하고 그저 주변에 보호막을 치듯 밀어내는 힘이 약하잖아요? 저도 언젠가부터는 나와 다르다고 요만큼 밀어내기보다는 나와 다르지만 또 잘 맞는 부분들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생활은 자석보다는 퍼즐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것보다 나와 다른 부분을 맞춰가면서 같이 어우러지는 것이 훨씬 좋더라고요. 


저는 낯선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성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혼자 있고 싶고, 혼자 마무리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감하고 감정을 나누는 일은 아직도 많이 어렵습니다. 감정의 깊이가 크지 않고 이성적인 성향이 커서 크게 기쁘거나 슬프거나 신나고 즐거운 일들은 없고 대부분 그저 그렇거든요. 


지난 직장에서는 감정의 폭이 매우 큰 친구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어찌나 에너지 넘치고 궁금한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고, 즐거운 것도 많고, 금방 저렇게 슬퍼하고, 금방 기뻐하고.. 

아니 이렇게까지 즐거운 일인가? 아니 저렇게까지 화가 날 일인가? 하는 생각을 수시로 했었습니다. 


다행히 감정의 폭이 크고 넘치게 긍정적인 친구들은 이런 제 성향을 크게 불편해하지 않고 고요한 제 감정에 대한 불평불만 없이 알아서 기뻐하고 신나 하고 즐거워하더군요.

그런데, 같이 있으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니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싶었는데 서운한 점 화가 난 점을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이겁니다! 하고 지르니까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때도 있더라고요. 저는 그 정도로 화를 낸다는 것은 우리가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직장에는 일만 하러 온 것이고 내 생활은 출근 전, 퇴근 전에 영위해야지! 이런 생각이 강했는데 직장에서도 사소한 즐거움을 찾고, 소모임을 만들고, 함께 배우고 공부할 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나처럼 선을 명확하게 긋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분명한 선 없이 함께 어우러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들도 많이 했습니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비슷비슷하게 사는 게 좋은 줄 알았는데,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함께 투닥거리면서 조율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더군요, 이런 게 사회생활인가 싶었어요.


이직을 하고, 지금은 저와 아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모여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런 소란이 없고, 한 달 내내 큰소리 나는 일이 없지요. 

감정적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은 없고 다들 계획안에서 조용 조용히 움직입니다.

전에는 이런 평화로운 생활이 좋았는데, 한 번 왁자지껄하게 모여서 투닥거리며 서로 성향을 조율하고 맞춰가는 경험을 해봐서 그런가.. 요즘은 너무 예전이 그립네요.


뭔가 바람직한 사회생활은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퍼즐처럼 조각을 맞춰가는 일인 것 같아요. 

퍼즐이 그렇잖아요. 처음에 와르르 쏟아놓고 보면 뭐가 이래? 싶고 혼란스럽고 하나도 맞는 건 없어 보이고...

그런데 천천히 같은 점을 분석하면서 조각의 틈을 이어 맞추다 보면 어느새 멋진 작품이 완성되죠.

퍼즐의 묘미는 다른 속의 같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다른 모양인데, 그중에 딱 하나 나랑 맞는 모양이 있고 그 모양들이 얼기설기 엮여서 하나가 되는 과정. 


4월에는 큰 퍼즐을 하나 맞춰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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