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품은 제로(Zero)가 인기입니다.
매력적이긴 하죠.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제로 아이스크림, 제로 캔디, 제로 쿠키 등등
달콤하게 먹었는데, (혈당은) 안 먹은 거랑 같습니다!
크으.. 맛이 똑같은데 0칼로리야!
맛은 똑같은데, 칼로리는 없고 혈당은 오르지 않아! 축복이기만 할까요?
너무 고맙지만 조금은 생각해봐야 할 대체당.
대체당이 필요한 이유와 우리 소화기관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고 정리해 봤습니다.
1. 설탕을 적게 먹어야 하는 이유
설탕은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이 1:1 비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설탕을 섭취하면 소화기관에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는데, 포도당은 혈액으로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킵니다.
1) 설탕의 50%인 포도당이 하는 일.
혈중 포도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우리 몸은 이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혈당(혈액 속 포도당)이 상승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고,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필요한 에너지 이상으로 포도당이 체내에 있을 경우, 인슐린은 이 포도당을 지방 세포로 옮겨 지방으로 전환하여 저장합니다. 그런데, 인슐린이 포도당을 지방 세포로 옮기고 나면 혈액 안에는 포도당이 없어져서 우리 몸의 혈당은 급격히 낮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에너지원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게 되고 식욕을 증가시켜서 달콤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죠. 이렇게 혈당이 확 올라갔다가 확 내려가는 현상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합니다.
혈당 스파이크와 비만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갑자기 너무 달콤한 포도당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면 췌장이 열일해서 인슐린을 분비하고, 이 인슐린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는데 에너지로 쓰고 남으면 지방으로 저축해 둡니다. 인슐린이 에너지로 쓸 만큼만 사용하고 남는 걸 포도당 형태로 계속 두었다가 나중에 에너지가 필요할 때 쓰면 좋겠지만 인슐린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서 에너지로 쓰고 남으면 싹 다 지방으로 바꿔버리고 혈액은 악! 포도당 다 썼어!!! 하면서 식욕을 불러일으켜 달콤한 것을 먹도록 유혹하죠.
그래서 엄청나게 달콤한 음식을 자주 먹으면 우리 몸은 점점 더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됩니다.
어릴 때 이 썩는다고 달콤한 것 그만 먹으라고 했는데 사실은 치아가 문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달콤함에 쉽게 노출되면 우리 몸 혈당 시스템이 살이 찌는 구조로 바뀌게 되는 거죠.
2) 설탕의 50%인 과당이 하는 일
설탕이 소화되면서 생성되는 과당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습니다. 과당은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과 달리 췌장에서 인슐린을 자극하지 않고, 주로 간에서 대사 됩니다. 간에서는 과당이 지방산으로 전환되어 간 내에 지방이 축적될 수 있습니다. 즉, 포도당은 혈당, 과당은 지방간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과당이 혈당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간에서 과당이 대사 되는 과정은 결국 혈중 지방산 농도를 높이고,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인슐린 저항성. 조금 어렵죠? 쉽게 설명하자면 인슐린 저항성은 우리 몸의 세포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효과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포도당에 대해 설명할 때 언급했던 것처럼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며, 혈액 속의 포도당(혈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세포 안으로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이 상태가 되면, 혈액 속에 포도당이 계속 남아 있게 되어 혈당 수치가 높아집니다. 췌장은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려고 하지만, 세포는 계속해서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이는 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인슐린 저항성은 우리 몸이 인슐린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슐린이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문을 열어' 포도당이 들어가 에너지로 쓰이게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이로 인해 몸 전체의 에너지 사용과 혈당 조절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3) 설탕이 우리 몸에서 벌이는 못된 짓.
위에 언급한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설탕은 섭취 후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는데 포도당은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고, 과당은 지방간과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여 우리 몸이 더 많은 설탕을 필요로 하고 더 많이 살찌다가 결국엔 대사질환에 걸리도록 합니다.
2. 액상과당은 뭐고 왜 자주 쓰나요?
액상과당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고농축 된 과당으로, 주로 달콤한 음료를 제조할 때 사용됩니다. 액상과당은 소화흡수가 쉬운 액체 상태이므로 우리 몸에서 더 빨리 소화되고 흡수되어 간에서 대사 됩니다. 즉, 액상과당을 많이 섭취하면 더 빠른 속도로 지방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에서 액상과당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설탕보다 더 달콤하고, 설탕보다 더 저렴하며, 액상과당이 식품의 보존기간을 늘려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장점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장점은 아니지요.
지금은 설탕의 위험함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미 단음식에 중독되신 분들이 많고, 게다가 사람들은 더 날씬해지길 원하면서도 더 달콤한 음식을 찾고 있죠.
그래서 요즘에는 대체당을 많이 사용합니다.
3. 대체당이란?
대체당은 설탕(자당, sucrose)의 단맛을 대신하면서, 설탕보다 칼로리가 낮거나 칼로리가 전혀 없는 감미료입니다. 원래는 체중관리, 당뇨 관리, 치아 건강 유지 등을 목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제로 푸드에 사용되고 있어요.
설탕만큼 달콤하지만 칼로리가 없고, 혈당이 오르지 않는다.
이거야말로 우리가 원하던 기적이지요.
이런 느낌일까요? 소화기관 몰래 느끼는 짜릿한 달콤함!
그래서 제로 음료, 제로 아이스크림, 제로 과자가 유행입니다.
이런 제로 푸드를 만들 수 있는 대체당은 크게 인공감미료와 천연감미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인공감미료로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이 있고, 천연 감미료로는 스테비아, 에리스리톨, 알룰로스 등이 있습니다.
식품에 자주 사용되는 대체당은 수크랄로스, 에리스리톨,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알룰로스,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등이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을 정리해 봤어요.
1) 수크랄로스 (Sucralose)
정의: 열에 강하고 소화되지 않는 합성 감미료.
기원: 1976년에 발견된 수크랄로스는 설탕 분자의 일부 수산기를 염소로 대체하여 만듭니다.
감미도: 설탕보다 약 600배 감미로움.
칼로리: 거의 없음.
장점: 열에 강하므로 요리에 사용하기 좋고, 설탕 대비 매우 낮은 칼로리.
단점: 일부 연구에서 소화계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
혈당과의 상관관계: 혈당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음.
지방간과의 상관관계: 지방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
2) 아세설팜 칼륨 (Acesulfame Potassium)
정의: 열에 강한 합성 감미료.
기원: 1967년 독일에서 개발.
감미도: 설탕보다 약 200배 감미로움.
칼로리: 없음.
장점: 칼로리가 없으며, 쓴맛이 덜함.
단점: 인공 감미료에 대한 건강 우려 존재.
혈당과의 상관관계: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음.
지방간과의 상관관계: 지방간에 영향을 주지 않음.
3) 아스파탐 (Aspartame)
정의: 페닐알라닌과 아스파트산으로 만들어진 합성 감미료(페닐알라닌과 아스파트산은 아래에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기원: 1965년 발견.
감미도: 설탕보다 약 200배 감미로움.
칼로리: 낮음.
장점: 설탕처럼 달콤하고 칼로리가 낮음.
단점: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섭취를 피해야 하며, 고온에서 불안정.
혈당과의 상관관계: 혈당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음.
지방간과의 상관관계: 지방간에 영향을 주지 않음.
4) 에리스리톨 (Erythritol)
정의: 자연에서 발견되는 설탕 알코올로, 과일이나 발효 음식에서 유래.
기원: 자연 발생 감미료로, 미생물 발효를 통해 대량 생산.
감미도: 설탕의 약 70% 수준.
칼로리: 설탕 대비 약 1/20.
장점: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고, 충치를 유발하지 않음.
단점: 과다 섭취 시 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음.
혈당과의 상관관계: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음.
지방간과의 상관관계: 지방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낮음.
5) 알룰로스 (Allulose)
정의: 과일에서 발견되는 희귀한 단당류.
기원: 자연적으로 몇몇 과일에 존재하며 산업적으로는 효소를 이용해 생산.
감미도: 설탕의 약 70%.
칼로리: 설탕의 1/10.
장점: 혈당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자연적인 단맛.
단점: 아직은 생산 비용이 비싸고 시장에서 널리 퍼지지 않음.
혈당과의 상관관계: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음.
지방간과의 상관관계: 지방간에 영향을 주지 않음.
이렇게 다양한 대체당들은 감미 특성이 조금씩 다르고, 열에 의한 반응도 달라서 각 식품의 용도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중 에리스리톨은 달콤함 뒤에 화한 맛이 있어서 자주 사용되지 않고, 알룰로스는 가격이 비싸서 소량씩 사용되고 있지요
4. 대체당이 조심스러운 이유
다양한 장점이 있는 대체당.
그런데 저는 대체당을 즐기진 않는데요, 개인적으로는 3가지 이유 때문에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1) 섭취한 지 50년이 조금 지난 역사와 전통이 짧은 인공식품원료
2)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
3) 칼로리가 없다고 자꾸 단맛에 노출되면 점점 더 달콤한 것을 찾게 될까 봐.
3) 칼로리가 없다고 자꾸 단맛에 노출되면 점점 더 달콤한 것을 찾게 될까 봐.
대체당은 자주, 많이 먹어도 안전할까?
미국 FDA는 새로운 기능성 식품원료를 심사할 때 최소한 25년 이상은 인류가 먹어왔어야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대체당은 매우 안전하지요. 지금까지 설탕을 대신해서 비만 또는 대사질환자들의 인생의 행복함과 건강함을 되찾아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제로음료, 제로쿠키, 제로아이스크림이 유행한 적은 없었기에, 굉장히 많은 인류가 자주, 많이 섭취하는 사례는 아직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과 대체당.
입 안에서는 동일한 단맛을 느끼지만, 내분비 및 소화기관에서는 혈당을 올리지 않고 간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굉장히 매력적이죠. 그런데, 제가 걱정하는 것은 장내 미생물도 과연 모를까? 하는 부분입니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는데요, 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장내 유산균인 비피더스와 락토바실러스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합니다. 비피더스균은 포도당을 이용하여 아세트산과 젖산이라는 유용 물질을 생산하고, 락토바실러스는 포도당을 발효하여 젖산을 생성하고 과당을 사용하여 젖산, 아세트산 등을 생성합니다. 유산균이 포도당과 자당을 발효하여 생성하는 이런 단쇄지방산들은 우리 장의 pH를 낮추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장 면역을 튼튼하게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에리스리톨, 알룰로스 등과 같은 대체당은 설탕과 달리 장내 미생물이 먹이로 사용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수크랄로스는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에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더스 같은 장내 유익균이 수크랄로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설탕 대신 수크랄로스를 먹게 되면 장내 유익균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연구에서는 사례마다 결과가 조금 다르긴 한데요 전반적으로는 수크랄로스 과량 섭취 시 장내 미생물 중 유익균이 감소하거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아세설팜칼륨과 에리스리톨도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므로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줄어들어 장내 유익균(유산균)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아스파탐과 알룰로스는 아주 약간은 장내 유익균에 의해 발효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둘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알룰로스는 경우에 따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장내
5. 대체당 조금 더 똑똑하게 먹기
글이 너무 구구절절 길고 지루했는데요, 짧게 요약하자면 설탕은 비록 혈당을 올리고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지만 장에서 유용한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내 유익균은 대체당을 먹이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대체당을 많이 먹었다가는 장내 미생물이 박살 날 수 있어요.
장내 유익균은 단순히 쾌변을 하는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내 유익균은 다양한 대사산물을 분비하고, 장내 유익균의 균체 성분 그 자체로도 인체 면역세포 등 다양한 기관과 상호작용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한 다양한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대체당 섭취로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줄어들면 장 건강의 불균형이 생기고 이로 인해 면역체계 또는 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자면, 변비가 생기거나 설사를 할 수 있고, 평소보다 쉽게 피로해지고 감기에 더 잘 걸릴 수 있게 되며,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거나 잠을 잘 못 자는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체당을 드실 때에는 장내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식이섬유)를 많이 드셔주는 것이 좋아요. 더불어 유용한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도 함께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 균형 회복에 도움이 되겠죠.
마음 같아서는 이럴 때 우리 회사 유산균이 최고입니다!!!! 하고 싶지만 그건, 대표님도 허락하시지 않은 막무가내 과대홍보니까 집어치우고, 그저 대체당을 드신다면 부디 건강한 식이섬유인 채소! 많이 드시길 꼭꼭 당부드립니다.
제로 음료수, 제로 쿠키, 제로 아이스크림을 드신다면 그 어느 때보다 오이, 셀러리, 상추, 로메인, 미나리, 토마토, 브로콜리,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피망, 콜라비 등등 채소, 특히 단맛은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부디 많이 드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대체당으로 시작한 글의 끝맺음을 이렇게 맺고 싶네요.
채소가 인류를 구한다. 엣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