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고미 Jul 14. 2022

비고미의 작은 가게 운영기 1

시간과 경험이 가르쳐 준 것들

비고미 사장님의 우울시계


"오늘은 왜 손님이 없지?"

"오늘은 왜 장사가 잘 되지?"


어떤 이유에서 오늘 손님이 많았는지, 왜 매출이 높은건지 알다가도 모르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손님이 없으면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고, 매출이 잘 나온 날이면 왜 잘 되었는지를 분석하려고 애썼다. 모든 것을 사장님인 나의 탓으로 돌렸고, 기대만큼 잘 되지 않았던 때마다 자책도 많이 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들이 계속되자 우울한 날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과 경험이 가르쳐주었던 것들이 앞으로 이 일을 지속해 나가는 데에 단단한 힘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Q. 베이커리를 막 오픈했을 때, 가게 상황은 어땠어?

A. 오픈빨이라는 말이 있잖아. 그 단어가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어. 가오픈 기간동안 지인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공간으로 찾아와주신 덕분에 가오픈 당시 매출도, 가게 분위기도 북적거리고 좋았던 것 같아. 주말도, 평일도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간 일주일이었어.


Q. 가오픈, 그 이후는?

A. 가오픈 기간동안 이어졌던 오픈빨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어. 마치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꺼진 느낌이랄까. 평일과 주말의 매출 차이가 급격하게 나기 시작했고, 언제 손님들이 많이 방문해주시는 날인지 예측이 가지 않아 디저트가 많이 남는 날도 있었어. 새벽부터 출근해 열심히 만들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폐기하던 날도 많이 있었어. 그럴 때마다 오늘은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실수한 것들이 있었나 -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고.


Q. 지금은 어때?

A. 오픈 후 약 6개월에 접어든 지금, 조금씩 가게 흐름의 패턴을 읽을 수 있게 되었어. 어떤 날씨에 사람이 가장 많았는지, 어떤 요일에는 사람이 가장 적은지를 예측해서 생산하는 디저트의 양을 조절하기도 하고, 배달로 방향을 돌리는 등 다양한 패턴으로 가게 흐름에 적응하는 중이야. 이건 정말 가게를 운영하면서,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것들이었는데 초보 사장님인 나는 모든 것들이 조급하고 막막했었나봐. 오픈 초반에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자책하며 집에 돌아갔던 날들은 이제 없어. 오늘은 그런 날이었나보다, 내일은 더 잘 될거야. 용기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며 격려해주는 시간으로 채우곤 해. 사장님의 기운과 에너지는 온전히 공간에 담기게 되고, 공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전해지니까.



시간이 지나며 변화된 것들


1. 운영시간

"여기는 몇 시에 열어요?"

가게를 오픈했던 초반 운영시간이 11시부터 7시까지였어. 이유가 있었냐고? 딱히 큰 고민은 없었어. 주변 상황을 보지 않은게 큰 이유였던 것 같아.


가게를 운영하면서 무슨 요일에 어떤 사람들이 몇 시에 붐비는지를 메모했어. 앞서 말했듯이 우리 가게는 시장 안에 위치해 있는데, 근처에 회사들도 많이 있어서 점심을 먹은 뒤 커피타임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많았어. 회사 점심시간이 보통 12시~1시 사이인 것을 생각해서 우리도 점심시간 즈음에 맞춰 가게를 오픈하는 것으로 영업시간을 조정했지.


시장에 위치함과 동시에 주변에는 아파트, 원룸 등 주거단지가 있는 편이야. 그래서 그 분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했을 때에 퇴근시간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셨어. 7시에 마감을 했을 때에는 너무 일찍 닫아서 못오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그래서 마감 시간도 8시 30분으로 조정했지. 영업시간을 조정하니 퇴근길 가게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늘었어. 고된 하루의 끝에 맛있는 디저트로 힐링한다는 손님들의 이야기도 너무 행복했어.


지금 우리 가게의 영업시간은 12:30~20:30 이야.


2. 홍보, 마케팅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어떤 경로로 우리 가게를 알게 되어 왔는지 진심으로 궁금했어. 카드를 꽂고 계산을 하는 5초의 시간동안 한 분 한 분에게 어떻게 우리 가게를 알고 오셨는지를 여쭤봤고, 내 나이 또래 젊은 층 사람들은 SNS와 블로그 등 검색을 통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았어.

비고미 베이커리의 소식을 전하는 유일한 SNS 창구는 인스타그램 뿐이었는데, 블로그를 검색해서 오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가급적이면 매일매일 가게의 소식을 업로드하곤 해.


시간이 갈수록 오늘 나오는 디저트의 라인업을 궁금해하시는 손님들이 늘었어. 사실 매일 라인업을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오셨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었는데, 종종 방문해주시는 손님들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손님 입장에서는 오늘의 라인업이 필요한 정보구나 - 를 알게 되었던 것 같아. 오픈 시간마다 라인업을 업로드하니 원하는 디저트를 예약하고 방문해주시는 손님도 많이 늘었고, 라인업에 대한 문의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어서 나 또한 번거로움이 덜해졌어. 지레짐작해서 이럴거야- 예측했던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해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지.


3. 메뉴개발

"신메뉴가 나왔네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많으면 2주에 한 번 신메뉴를 선보이고 있어. 물론, 만들던 메뉴들만 매일 만들면 몸은 편하겠지. 하지만, 가게에 자주 찾아와주시는 단골손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올 때마다 매일 같은 디저트만 있다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더라고. 사실 메뉴개발은 재료의 배합에 따라 다른 맛과 식감을 가지게 되어서 많은 고민과 실험 끝에 하나가 나오는데,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건 매일매일 조금씩, 하나씩 테스트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신메뉴를 선보이고, 다시 라인업을 바꾸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디저트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어. 진심이 아니면 잘 하지 못하는 성격 상 마냥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맛의 디저트, 잘 만들 수 있는 디저트를 선보이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


https://www.instagram.com/bgomi_bakery/

https://blog.naver.com/rain980511








작가의 이전글 비고미 베이커리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