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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고미 Jul 16. 2022

비고미의 작은 가게 운영기 2

우리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해!

우리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해!


효창공원역에서 비고미 베이커리로 들어오는 길에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줄지어있고, 길 건너 맞은편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시장 안에는 정겨운 가격대의 빵집이 있다. 그럼에도 시장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비고미 베이커리까지 발걸음 해주시는 감사한 손님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어떤 경험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게에 한 번 오셨던 분들이 다시 찾아오고 싶을 만큼 우리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어떤 곳에 자주 가는 사람이지?"


나는 어떤 곳의 단골손님이지? 어떤 곳을 자주 가게 되었을까? 그곳에 왜 자주 가게 되었지? 어떤 이유 때문에 다시 가게 되었을까? 손님의 입장이 되어 나의 경험을 돌아보니 답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Q. 자주 가는 가게가 있어?

A. 시장 안에는 과일 가게가 여러 곳이 있는데, 그중 유독 자주 가게 되는 과일 가게가 있어. 


Q. 왜 자주 가는데?

A. 일단, 다른 과일 가게들과 비교했을 때 과일의 상태가 신선했어. 게다가 보기 좋고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과일을 고를 때마다 눈이 즐거워. 어떤 과일인지, 어디서 왔는지도 보기 편하게 적혀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그리고 사장님께서 내가 가게에 갈 때마다 매번 알아봐 주시고 반갑게 인사해주셔. 가끔씩 토마토를 더 챙겨주시거나, 안부를 물어봐주실 때마다 내가 이 과일 가게의 특별한 손님이 된 기분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 


손님을 기쁘게 해 드리자!


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기분 좋게 돌아가는 경험이 그곳을 다시 방문하게 해주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손님의 마음. 한 가지에 집중했다. 공간에 머무르시는 동안, 그리고 가게를 나서 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즐거운 마음을 선물하는 베이커리가 되기로. (물론, 맛있게 만드는 것은 정말 당연하고 당연한 이야기이다.)


프랜차이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을 드리고 싶었고, 작은 가게라서 가능한 것들을 하고 싶었다.

1. 행운의 쪽지

가게를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행운의 쪽지를 담아놓은 곰돌이 주머니가 있다. 쪽지 안에는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손글씨와 작은 색연필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게를 나서기 전 쪽지를 펼쳐 든 손님의 표정에서 미소가 보일 때, 정말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다. 작은 쪽지는 주머니나 지갑, 핸드폰 뒤편, 가방 어딘가에 넣어질 텐데, 시간이 지나 우연히 이 쪽지를 발견했을 때에 비고미 베이커리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떠올리고 다시 찾아오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2. 비고미의 빵가방

한 번 공간에 방문한 손님들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수단이 도장을 찍어주는 쿠폰이 될 수도, 회원권이 될 수도 있겠지만 비고미 베이커리만의 감성이 묻어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비고미의 빵가방]은 작은 디저트가 쏙 들어갈 수 있는 아담한 크기의 에코백이다. 일단 디저트가 여유 있게 들어가려면 바닥 면이 편평했으면 좋겠고, 크기가 너무 크지 않아서 가볍게 들고 다니기에 부담 없는 사이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님의 입장이 되어 들고 다니고 싶은 빵가방의 모습을 떠올리며 귀엽게 디자인을 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고미의 빵가방]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빵가방을 들고 비고미베이커리에 와주실 때마다 전체 금액의 5%를 할인해드리고 있다. 우리 가게만의 특별한 회원권이랄까! 실제로 손님들께서 비고미의 빵가방을 들고 방문해주실 때마다 얼마나 뿌듯하고 기쁜지 모른다.

3. 용기내

비고미 베이커리에는 용기를 들고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더 많이 확산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용기내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비고미 베이커리에 올 것을 미리 계획하고 집에서부터 용기를 챙겨 이곳을 방문하셨을 손님들에게 "용기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감사를 꼭 전하곤 한다.


손님들께서 용기 내주신 사진을 SNS에 올려주시고 나서 실제로 더 많은 분들이 용기를 들고 방문해주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손님들의 움직임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준 것이다.


4. 다정하고 따뜻한 가게

가게 후기를 볼 때마다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었다.'친절해요' '따뜻해요' '다정해요'

가게로 찾아오신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을 다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다 보니, 손님들에게도 이 마음이 전달되었던 것 같다. 가게의 위치적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지도를 보고 이 공간을 찾아오셨을 손님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심에서 우러난 표현이 우리 가게만의 다정함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골손님이 생겼다.


단골손님이 되어주세요-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진심을 느껴주신 손님들께서는 어느새 우리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어주셨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방문해주시며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내주셨다.


어느 책에서 '손님이 최고의 마케터이다.'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그 문장이 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모든 분들에게 정성을 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만의 다정함이 묻어나는 가게를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기분 좋은 책임감을 감사히 여길 줄 아는 사장님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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