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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빚만두 Dec 07. 2023

인간관계에 대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흔적으로 나를 발견하다.


좋은 사람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

인간관계 #1



학창 시절 친구는 나의 전부였다. 

맞벌이 부모 아래 혼자인 시간이 많았기에 친구를 향한 집착은 더욱 강했다. 모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었다. 그 안에서 편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미리 예측하고 조율하기 위해 노력했다. 종종 문제를 해결하는 조언자나 중재자가 되기도 했는데, 그런 행동은 '이해심이 깊은 어른스러운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그 이미지에 맞는 사람으로 부응하기 위해 늘 맞춰주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안다. '이해심 깊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타인과의 불편한 감정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겁쟁이 었음을. 그 감정들을 항상 피했기에 적절한 갈등해결법을 배우지 못했다. 어릴 때일수록 부딪히고 싸우고 상처받고 회복하는 과정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20살이 넘어서도 다르지 않았다. 

대학시절, 함께 어울리는 8명의 친구가 있었다. 매일 같이 붙어 다니며 밥도 먹고 과제도 함께 하고 단체 MT 등 모든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중 이기적인 행동으로 종종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A언니'가 존재했다. 참았다. 맞춰주었다. 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졸업 이후에도 매달 만나자며 모임을 만들었다. 회비를 내고 친구의 생일이 있는 달에 만남을 추진했다. A언니는 '말'로만 모임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총무를 맡겼다. 참아주고 잘 맞춰주는 성격이 모임 전체 운영도 잘해주리라 눈치를 챈 듯했다.


지금처럼 SNS소통이 원활하 않던 시절이었기에 주로 비공개 '다음 카페'로 소통했다. 모임은 카페공지와 문자를 이용했다. 참석여부 회신이 없을 때 일일이 개별 확인해야 했고, 참석 인원수에 맞춰 장소도 정해야 했다. 모두가 참석할 수 있는 날을 위해 각각의 의견을 들어 일정을 조정했다. 나의 '맞춤' 덕에 2년 가까이 모임이 잘 굴러갔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그 모임은 파투가 났다. 아니 내가 끝냈다.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불편할 수도 있는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한 것.


모임 때마다 일정이나 장소를 정하는 것에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A언니. 다들 불만이 있으면서도 아무 말하지 않고 똑같이 맞춰주는 것이 싫었다. 모임은 즐겁지 않았고 시간과 에너지만 소진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은 때였고, 인생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였다. 돈도 마음도 시간도 여유가 없었다. 삶의 고단함이 처음으로 '관계가 버겁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자신을 억누르며 맞춰주는 관계에 그전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축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아챘다.


이 관계를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다다른 행동.


대면해서 말로 할 용기가 나지 않아 글을 썼다. 카페 공지로 장문의 글을 남겼다. 아마 A언니에 대한 불만과 그 간의 서운함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친구들의 원망이 신경 쓰여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두려운 일이었지만, 그것이 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카페도 탈퇴하고 친구들의 전화번호도 모두 삭제했다. 파장이 꽤 있었지만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했다. 


그저 피하는 방법밖에 몰랐던 그 시절. 단절이라는 극단적 행동.

비록 서툴고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소통방식이었지만 스스로를 지켜낼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그 시기, 미숙한 갈등해결 방식에 대학시절 친구들을 스스로 놓아버렸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당신은 지금까지 살면서 타인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여 타인의 시선 속에 머물러왔다. 당신은 아버지와 어머니, 선생님, 사랑하는 사람, 자녀, 종교,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세월이 흐른 후 당신은 스스로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보지만,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당신 자신을 삶의 우선순위 최상단에 올려놓아 보는 건 어떨까?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조건 없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실재하는 당신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점점 더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 진리가 당신에게 닿기를, > 중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숨기며 타인에게 맞춰주는 것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것이 만들어낸 칭찬과 인정에서 나의 가치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아닌데, 나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닌데...'라고 되뇌며 불안한 감정들이 올라와도, 또다시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나를 옥죄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본다.

'나를 속이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

'나는 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왜 불편한가?'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남보다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자. 나와 관계를 더욱 강화할수록 타자와 관계도 더욱 건강하고 진실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 나의 감정이다.

나를 둘러싼 어떤 이미지와 맞지않고 오해를 받을 위험이 있더라도 반드시 말로 표현해 봐야하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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