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부터 심리상담이나 마음 얘기를 시작한 지 1년 정도가 흘렀고, 글그림도 벌써 50편이 되었네요.
이웃님들 소개 덕분에 최근들어 방문자 수도 그렇고 블로그 이웃 추가나 서로이웃 신청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것이 제게는 한편으로 정말 즐겁고 설레고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임을 깨달아 이 글을 씁니다.
1년 동안 거의 매주 달렸으니 한 번 정도는 글 만으로 제 자신을 환기시키고 싶기도 하고 제 글그림을 보시는 분들이 제 글을 읽기 전에 알아주셨으면 하는, 여러가지 이야기하고픈 것들이 생기기도 해서요.
* 아마도 이 글은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구구절절한 글을 읽기 힘드시면 진한 글씨나 맨 뒷부분만 간단히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먼저 가장 큰 계기는'심리상담에 대한 수요와 요구는 점점 늘어가고있지만 그 관심에 비해 여전히 사람들은 심리상담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음.. 부끄럽지만 사실 그건 제 얘기입니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공부했던 저야말로 상담받기 전에는 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찬 사람 중 하나였고, 상담을 받으면서도 제 마음 한켠에 있었던 큰 편견은 '왜 난 빠르게 좋아지지 않지?', '상담을 받으면 좋아지기만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근데 왜 힘든가?' 였습니다.
저는 문제 개선의 과정이 위 그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담받은 얘기 2.2(하단 링크 참고)에서 얘기하기도 했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충분히 머물러 저를 보아야 하는데 그럴 때 저는 감정적으로 더 힘든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때가 제가 이 그림의 골짜기에 있을 때였던 것 같구요.
문제 해결의 상태로 가기 위해, 좋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받기 전에는 이를 제가 너무 머리로만 이해하고 넘겨짚은 채 저 또한 상담의 밝은 면에 대해서만 생각해왔었던 것도 사실이고, 외부에서도 상담을 봄에 있어 그런 시선들이 많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상담을 받으며 저기 그려진 고통의 골짜기 가장 깊은 곳에 있다고 느낄 때, 체험상으로 저 곳은 저의 예상보다 늘 더 깊고 어두웠습니다.
그리고 좋아지는 속도도 남들보다는 느렸던 것 같고요. 저는 저의 속도대로 아주 천천히 좋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 글을 쓰면서 상담이 저에게 주었던 긍정적인 경험보다는, 힘들었고 답답했고 어려웠던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요새는 제 글과 그림이 다시금 상담에 대한 또 다른 편견('상담이 저렇게 힘들기만 한 거란 말이여?!'하는) 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상담에 대한 일반적 오해나 편견을 풀고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의 의도와는 반대로요. 그래서 요새는 글을 쓰는 것이 조금은 더 조심스러워지고 위축도 됩니다. 앞으로 어떤 것을 더 다루고 써나가야 하나 하는 고민과 함께요.
제가 상담에서 경험했던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그 모든 것이 저의 삶에 큰 도움이 되었고 제가 상담받았던 경험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제게는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오바일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상담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받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원대한 꿈(?)도 상담을 받으면서 생겼던 것 같아요. 상담심리학이라는 학문과 저의 일을 저는 너무나 사랑하기에, 상담에 대한 글/그림을 쓰고 그리자고 결정했을 때, 많은 사람에게 상담이 알려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럴 땐 좀 더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상담을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그러한 저의 바람을 모두 담아내기에 저의 글 하나하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그리고 글쓰며 생각해보니 개인적인 글에서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니 제 글을 읽는 분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저의 글은 어떤 하나의 큰 맥락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 일부로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이 ‘큰 맥락’은 저 혼자만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저와 비슷하거나 다른 처지에 있으신 분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상담을 굉장히 오래 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상담에 돈도 많이 썼습니다. 그것이 제가 글을 쓰게 된 두번째 계기입니다.
지금 상담을 받는 누군가가, 그리고 상담자로 일하고 있는 누군가가, 나만큼은 돈을 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상담에 들인 비용이 아깝다는 말은 아닙니다. 상담은 그만큼의 충분한 값어치 이상을 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 회에 50분, 보통 8만원~13만원의 상담비는.. 제가 보기에도 한번에 나가기에는 조금 충격적인 비용인 것 같습니다. 8만원이면 치킨이 몇 마리인가요, 옷을 몇 벌 살 수 있나요, 상담 2회 값이면 어디 엄청 좋은 데 가서 소중한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게 더 힐링은 아닐까? 하고 고민이 되는 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상담은 치킨처럼 눈에 보이는 확실한 방법이나 해결책을 주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좋아지는 것이 언제가 될지 상담자 또한 정확히 모릅니다. 제가 그동안 그림에서 얘기한 것처럼 조금은 고통에 다가가기도 해야하고요. 그런 애매하고 불확실한 상담에 만만치않은 액수의 돈을 들인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얼마나 사람들에게 설득이 될까하는 의문이, 솔직히 지금도 듭니다. 점점 더 예측하기 힘든 세상 속, 안정감과 확실함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저는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도 상담 받는 것을 제일 가치있다 여겼고 절박했기 때문에 상담에 갔지만요. 저는 상담에 투자하는 것은 자기 존중을 위한 힘겨운 인내에 투자하는 것이라 봅니다).
또한 저는 이 분야에서 일한 지 5-6년이 되어가는 상담심리사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경력이 쌓인 현재에도 상담사로서 벌 수 있는 돈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상담사는 정말 돈을 못 버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부단히 상담 수련받는 비용만으로도 이미 돈은 너무 많이 나가는데 개인분석에 들이는 돈까지 나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너무나너무나 많이 듭니다.
그래서.. 상담자인 분들이 제 글그림을 보시고 내담자 마음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
그리고 개인의 좋아지는 속도는 다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담자로 상담을 받고 계신 분들(상담받는 상담자들도 포함해서)이 저의 이야기로 인해 조금 도움닫기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말 혹시라도 0.0000001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나보다는 돈을 조금이라도 덜 들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된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그림으로 혹시나 제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참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네 저는 속물입니다ㅠㅡㅜ돈 많이 벌어서 상담실도 직접 차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외롭고 힘든 길을 걷고 있을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었으면 해서입니다.
한창 상담받을 당시 저의 주변에는 저만큼이나 상담을 오래받는 동료가 드물었고 이렇게 긴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해, 누구에게서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100% 이해를 바라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고 그 땐 제 자신이 많이 닫혀있었기에 주변 현실이 어떤지 더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저의 잘못도 있지만, 어쨌든 그럴 때 저는 많이 외로웠습니다.
물론 저의 상담선생님은 제가 힘들 때 저와 함께 있어주셨습니다. 그러나 뭐랄까, 선생님은 제게 있어서 양육자나 부모님같은 존재이지, 저의 형제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때 내 옆에 나랑 비슷한 한 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조금 더 힘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까지는 길이 어둡다 느끼지는 않았을텐데.. 뭐 그런 생각을, 글쓰기를 시작했을 쯤에 했습니다.
그래서.. 앞의 두번째 계기가 (직접적으로 돈을 드리진 못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바람이었다면, 세번째 계기는 저의 글이 저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심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 또한 좀 더 덧붙이자면,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늘 위기가 찾아옵니다. 제가 진행하는 상담도 그렇고.. 받았던 상담에서도, 선생님께 상담을 몇 번을 그만두겠다 하기도 했을만큼(하단 링크 참고) 상담 진행 위기나 일방적 중단('드랍된다'고 하죠)은 상당히 잦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상담이 중단되어버리면 정말 다루어야 할 중요한 마음의 응어리들은 건드려지지 못한 채 찝찝한 상태로 남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온 누군가가, 그렇게 되어버린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혹시라도 제 글 속에서 작은 조각이나마 찾을 수 있다면.. 중단된 상담을 다시금 이어나갈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상담의 위기는 진정한 상담의 시작점이므로,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그 위기를 헤쳐나갈 진짜 시작에, 저의 글이 어떤 작은 파동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네번째 계기.
저 스스로를 돕고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상담이 점점 종결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재에서 (속도가 무지하게 느린 저이기에 종결 또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ㅋ..) 상담에서 했던 경험들은 저 스스로가, 저의 언어로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두가지 종류의 과거가 있습니다. 상담을 몰랐었던, 상담을 받기 전 과거와 상담을 받게 된 시점 이후의 과거들. 상담받기 전의 과거는 상담을 받으며 정리했는데 상담에서 이뤄졌던 뜻깊은 경험들은 저만의 말로 정리해나가고 싶었습니다. 상담심리학 교재나 참고서에 적힌 학문적이고 딱딱한 언어가 아니라 조금 더 쉬운 말로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돕기 위함이랄까요.
계기에 대해서는 얘기할 것이 더 많지만 이 정도로 각설하고,
아무튼 제가 글그림을 쓰고 그리게 된 목적을 종합하자면
저는 저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저의 글을 보며 누군가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고 모든 것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거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일이고요. 모든 개인은 다르니까요.
저의 글 하나하나는 제가 받고 경험했던 상담의 극히 일부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일부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든지 독자분들의 자유고 그것은 제가 하나하나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나, 저 또한 상처받을 수 있고 존중받고 싶은 개인이므로 제가 받은 상담이나 저의 상담선생님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곳은 상담에 대한 저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는 곳으로,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상담이 존재(물론 비윤리적 상담은 상담이 아닙니다)하며 또 상담사들마다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세상에 있는 많은 상담사 중 일개의 상담사이고 많은 내담자 중 일개의 내담자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고 개인의 경험일 뿐인 것으로 치부하여, 제가 저의 글그림의 영향력을 너무 간과하며 창작을 해도 문제가 되겠지만, 저의 글을 대하시는 분들도 이건 상담의 전부가 아닌 일부라고 조금은 적당히 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 일을 하고 또 상담을 받으면서 저는 저에 대해 알기위해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들을 했고 그 순간 고민에 대한 답이 글에 녹아있는 것일 뿐, 글 또한 저의 전부가 아니며 곧 다가올 현재도, 미래도 아닙니다.
세상도, 상담에 대한 정의도, 상담자로서, 내담자로서 제 자신도 계속해서 변화해가니까요.
열린 마음으로 저와 저의 창작물을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 또한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 그리고 블로그 서로이웃추가는 신청해주시면 감사히 다 수락하고 있습니다만 저의 에너지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활발한 소통을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ㅜㅜ 저의 글은 늘 모두에게 전체공개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글을 보는 목적이라면 이웃 추가만 해주셔도 충분하실 거예요. 저의 활동은 블로그 중심이라 블로그 글의 댓글은 정성껏 읽고 있고 열심히 답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