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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의 여자 Mar 01. 2021

그런 노래

#에세이 46

그런 노래가 있다. 가사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어디서는 들어본 노래. 옆에 있는 친구에게 가사를 읊어주면 '그거 OOO 아니냐?' 라며 서로 의문을 던지는 노래. 길을 걷는다거나,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던 중 흘러나오는 가사만 아는 그런 노래. 그런 노래들의 특징은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이고, 노동요나 추임새처럼 본인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처럼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나에게도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곡명은 남행열차라는 곡으로 솔직하게 누가, 언제 불렀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기억의 출처는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듣던 라디오에서 어림잡아본다. 다 알지 못하는 가사였지만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대한 연인의 슬픔이 가득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밤중의 남행열차 안의 차창 너머 흐르는 빗물과 본인의 눈물을 엮어 이별의 슬픔을 이야기하면서도 박자는 굉장히 리드미컬했던 것이 내 기억 속에 깊이 박혀있다. 


남행열차라는 곡이 생각날 때면 문득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비 내리는 호남선 기차에는 과연 무엇이 실려있을까?'라는 정말 기가 차는 물음표이다. 


이 기가 차는 물음표를 차분하게 상상해보자. 일단 차창 너머로 내리는 비를 보며 슬픔과 우수에 젖을 수는 있지만 만약 승객칸의 뒤로 연결되었을 화물칸에 석탄이나 곡물이 실려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소금 가마니라도 실려있다면 짭짤하게 간이 된 빗물이 바닥에 첨벙거렸을 것이다. 기관사들은 가림막이나 무언가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비를 막아야 한다. 그걸 씌우며, 덮으며, 싸매며 하는 일도 궂은 날씨엔 보통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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