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5
작년 겨울에는 눈을 보기 힘들었다. 눈은커녕 겨울이라고 하기엔 따뜻했다. 기억에 사람들은 두꺼운 패딩이나 코트 대신 얇은 겉옷을 입고 다녔던 것 같다. 나 역시 후드티 한 장 걸치고 돌아다녔더랬다. 투덜투덜 거리며 말이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다. 이것이 내 계절관의 일부분이다. 봄은 따뜻해야 하고, 여름은 찌듯이 더워야 한다. 가을은 서늘해야 하며, 겨울은 이가 덜덜거릴 정도로 추워야 한다. 그래야 계절 속에 내가 존재했음을 기억할 수 있다.
요즘의 겨울은 내 계절관과 일치한다. 즉, 겨울답다. 북쪽에서 강한 냉기를 머금고 내려오는 공기는 작년 것과는 결이 달랐다. 몹시 차고, 무거웠다. 그래서 그런지 한번 내려온 한파는 오래 머물렀다. 종종 강을 끼고 있는 공원으로 뛰러 나가면 얼어붙은 강줄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서해에서 밀려오는 그 강은 동춘동과 송도를 나누는 이정표 같은 것이었다. 종종 뛰다 다리 바로 앞의 횡단보도 신호에 걸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리 하나 사이로 집값은 그렇게 달라지는가를 생각한다. 겨울에 얼어붙은 강은 밤하늘보다 더욱 어두웠다. 해가 뜨는 낮에도 얼어있었는데, 아이들이며 어른들도 강 가운데까지 나갈 만큼 그 강은 중심부까지 꽝꽝 얼어 있었다. 올해 겨울은 깊게 춥다.
운동하는 곳의 사람들과 세상만사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직장 내의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과 목격자 없는 목격담, 출처는 알 수 없지만 뭔가 그럴듯한 말들이 난무한다. 요즘의 화두는 노랑 플라스틱 오리다. 눈이 오는 요즘 꽤나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다양한 부업을 좋아하시는 학원 원장님이 말했다. 실없이 웃으며 아는 바이어를 통해 추가 주문을 했다고 하는데, 어제 쏟아진 눈은 원장님에겐 돈다발쯤 되나 싶다.
피곤이 몰려오는 하루다. 오래간만에 쓴 글은 조악하고 조잡하다. 다시 써보자, 좋은 취미를 버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