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냥이계의 샛별로 떠오르는 스핑
크스 밤비노를 아시나요?
몇 달 전에 독립한다고 나가서 사는 큰
아들이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주말에 뭐 해?"
"왜, 엄마 별일 없는데.."
시크한 아들, 지말만 하고 끊습니다
그러더니 주말에 아침 일찍 본가에 온
아들 녀석
"엄마, 나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
는데 우리 구월이 좀 부탁해"
하며 저한테 작은 바구니를 맡깁니다
바구니 안을 보니 작은 고양이네요
"어머, 뭐냐? 샀어?"
"내가 키우고 싶어서 분양받았지 난
평생소원이 동물 키워 보고 싶었는데
우린 아빠가 싫어해 못 키웠잖아 이제
한번 키워 보려고.. 엄마 귀엽지?"
"아들, 엄만 고양이 무서워 차라리 강
아진 귀엽기라도 하지 고양인 눈부터
너무 무서운데.."
"엄마, 새끼 고양이가 뭐가 무섭다고 암
튼 부탁해"
지말만 하고 나갑니다 아기 아빠라도 된
양, 기저귀 가방 같은 짐보따리와 고양이
를 두고
생각지도 않게 1박 2일 냥이의 집사가
얼떨결에 되었네요
바구니에서 꺼내니 후다닥 한번 살피더
니 소파 밑으로 들어가는 녀석
소파에 조용히 앉아 일단 저도 네이버로
이 녀석에 대해 공부합니다
우선 밤비노는 이탈리아어로 '아기' 라
는 뜻이고 털이 없고 짧은 다리와 크고
곧은 귀, 주름진 피부가 헤리포터에 나오
는 도비를 닮았습니다
개중에 리트리버가 천사계에 속한다면
냥이 중에 사람과 제일 친화력이 좋고 키
우기 수월한 종이 스핑크스 밤비노라고
네이버가 그러더군요 그제야 저도 조
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9월에 분양을 받아 이름을 구월이라고
지었다는 아들
고양이는 낮은 톤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기에 최대한 낮은 상냥한 톤으로
"구월아, 구월아"
부르니 마지못해 조금씩 소파밑에서 밖
으로 나오네요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처
음으로 첫 아이를 안았을 때 같은 느낌이
였습니다 쪼그마한 아이가 저를 쳐다 보
네요 파란 눈동자의 4개월 차 냥이가
고양이 사료와 물을 앞에 밀어 주니 목이
말랐는지 물을 꼴짝 꼴짝 핥아먹는 녀석
그냥 그 녀석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지요
고개를 기웃거리더니 제 다리에 폴짝 올
라옵니다 그리고는 옆으로 눕더니 갑자
기 '크롱 크릉' 오토바이 시동 켜듯 소리
내며 잠이 드는 녀석
네이버가 말해 주네요 일명 <골골 송> 고
양이들이 편한 공간이나 편한 사람이라
고 느끼면 그런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괜히 냥이한테 고마움이...
두 아들 다 키우고 한 녀석은 독립하고
한 녀석은 군대 보내고 애아빠는 늘 바
쁘고 갱년기 와서 감정 기복도 심하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가을이라 그런
지 조금 다운되었는데,, 이 작은 아이
가 오늘 하루 은근히 신경 쓰이게 합
니다 호기심이 많은지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화장대에서 화장하니 요 녀석
밑에서 자꾸
"야옹, 야옹" 합니다
화장대 위에 올려놓으니 꼬랑지가
천천히 한들 거립니다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머리를 쓰담 쓰담하니 또
'크롱 크릉' 되며 가만히 있네요
아이들 어릴 때가 생각납니다 막 기
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 여기저기
다니며 싱크대 문도 열고 기어 들어
가고 말썽 피우던 아이들, 그땐 힘
들어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사랑스러웠던 아이들이
였습니다 지금 요 녀석을 보니 괜 시
리 울컥 해 집니다
구 월 이와 함께 전 1박 2일을 행복
하게 지냈습니다 녀석도 처음에는
저를 피해 다니더니 곧 저를 받아
들이더라고요
다음날 오후에 아들 녀석이 왔습
니다
"엄마, 우리 구월이랑 잘 놀았어?"
"자꾸 보니 그것도 정들었다고 이
쁘네"
"내가 한 마리 더 분양받아 엄마 선
물로 줄까?"
"아서라 보는 건 이쁘지 동물도 살아
있는 생명인데 키우려면 그만큼 책임
감도 따르고 엄만 싫다 이 나이에 엄마
보구 다시 신생아 키우라고 너나 잘 키
워"
아들과 구월이가 저녁 먹고 가고 저 혼
자 다시 남았습니다
애아빠는 오늘도 늦나 봅니다
괜히 방안이 텅 빈 거 같고 허전함이 올
라옵니다
괜스레 아들한테 문자 합니다
"잘 들어갔니? 집에 자주 좀 놀러 와 구
월이도 데리고 오고.."
"ㅇㅇ"
참 멋대가리 없는 아들의 문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