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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Nov 15. 2024

스핑크스 밤비노

구 월 이의 집사가 되다

요즘, 냥이계의 샛별로 떠오르는 스핑

크스 밤비노를 아시나요?

몇 달 전에 독립한다고 나가서 사는 큰

아들이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주말에 뭐 해?"

"왜, 엄마 별일 없는데.."

시크한 아들, 지말만 하고 끊습니다

그러더니 주말에 아침 일찍 본가에 온

아들 녀석

"엄마, 나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

는데 우리 구월이 좀 부탁해"

하며 저한테 작은 바구니를 맡깁니다

바구니 안을 보니 작은 고양이네요

"어머, 뭐냐? 샀어?"

"내가 키우고 싶어서 분양받았지 난

평생소원이 동물 키워 보고 싶었는데

우린 아빠가 싫어해 못 키웠잖아 이제

한번 키워 보려고.. 엄마 귀엽지?"

"아들, 엄만 고양이 무서워 차라리 강

아진 귀엽기라도 하지 고양인 눈부터

너무 무서운데.."

"엄마, 새끼 고양이가 뭐가 무섭다고 암

튼 부탁해"

지말만 하고 나갑니다 아기 아빠라도 된

양, 기저귀 가방 같은 짐보따리와 고양이

를 두고

생각지도 않게 1박 2일 냥이의 집사가

얼떨결에 되었네요

바구니에서 꺼내니 후다닥 한번 살피더

니 소파 밑으로 들어가는 녀석

소파에 조용히 앉아 일단 저도 네이버로

이 녀석에 대해 공부합니다

우선 밤비노는 이탈리아어로 '아기' 라

는 뜻이고 털이 없고 짧은 다리와 크고

곧은 귀, 주름진 피부가 헤리포터에 나오

는 도비를 닮았습니다

개중에 트리버가 천사계에 속한다면

냥이 중에 사람과 제일 친화력이 좋고 키

우기 수월한 종이 스핑크스 밤비노라고

네이버가 그러더군요 그제야 저도 조

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9월에 분양을 받아 이름을 구월이라고

지었다는 아들

고양이는 낮은 톤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기에 최대한 낮은 상냥한 톤으로

"구월아, 구월아"

부르니 마지못해 조금씩 소파밑에서 밖

으로 나오네요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처

음으로 첫 아이를 안았을 때 같은 느낌이

였습니다 쪼그마한 아이가 저를 쳐다 보

네요 파란 눈동자의 4개월 차 냥이가


고양이 사료와 물을 앞에 밀어 주니 목이

말랐는지 물을 꼴짝 꼴짝 핥아먹는 녀석

그냥 그 녀석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지요

고개를 웃거리더니 제 다리에 폴짝 올

라옵니다 그리고는 옆으로 눕더니 갑자

기 '크롱 크릉' 오토바이 시동 켜듯 소리

내며 잠이 드는 녀석

네이버가 말해 주네요 일명 <골골 송> 고

양이들이 편한 공간이나 편한 사람이라

고 느끼면 그런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괜히 냥이한테 고마움이...


두 아들 다 키우고 한 녀석은 독립하고

한 녀석은 군대 보내고 애아빠는 늘 바

고 갱년기 와서 감정 기복도 심하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가을이라 그런

지 조금 다운되었는데,, 이 작은 아이

가 오늘 하루 은근히 신경 쓰이게 합

니다 호기심이 많은지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화장대에서 화장하니 요 녀석

밑에서 자꾸

"야옹, 야옹" 합니다

화장대 위에 올려놓으니 꼬랑지가

천천히 한들 거립니다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머리를 쓰담 쓰담하니 또

'크롱 크릉' 되며 가만히 있네요


아이들 어릴 때가 생각납니다 막 기

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 여기저기

다니며 싱크대 문도 열고 기어 들어

가고 말썽 피우던 아이들, 그땐 힘

들어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사랑스러웠던 아이들이

였습니다 지금 요 녀석을 보니 괜 시

리 울컥 해 집니다


구 월 이와 함께 전 1박 2일을 행복

하게 지냈습니다 녀석도 처음에는

저를 피해 다니더니 곧 저를 받아

들이더라고요

다음날 오후에 아들 녀석이 왔습

니다

"엄마, 우리 구월이랑 잘 놀았어?"

"자꾸 보니 그것도 정들었다고 이

쁘네"

"내가 한 마리 더 분양받아 엄마 선

물로 줄까?"

"아서라 보는 건 이쁘지 동물도 살아

있는 생명인데 키우려면 그만큼 책임

감도 따르고 엄만 싫다 이 나이에 엄마

보구 다시 신생아 키우라고 너나 잘 키

워"

아들과 구월이가 저녁 먹고 가고 저 혼

자 다시 남았습니다

애아빠는 오늘도 늦나 봅니다

괜히 방안이 텅 빈 거 같고 허전함이 올

라옵니다

괜스레 아들한테 문자 합니다

"잘 들어갔니? 집에 자주 좀 놀러 와 구

월이도 데리고 오고.."

"ㅇㅇ"

참 멋대가리 없는 아들의 문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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