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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당첨보다 더 기뻐할 일이 생겼었다

갓생살기

by 문학소녀

나는 몇 년 전에 뇌동맥꽈리로 인해

코인 색전술을 받은 적이 있다

뇌동맥류가 생기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이유는 없다고 하신다

뇌혈관 벽에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

해지면 팽창해서 생기는 병이다.


그날 나는 아침부터 두통이 심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홈플러스에 장을 보러 갔는

데 장을 보다 갑자기 현기증이 나

주저앉았는데 지나가던 분이

"어디 편찮으세요!"

하고 부축해 주시던 게 기억난다.


가끔 빈혈이 있기도 해 그런가 보

다 하고 첫날은 대수롭지 않게 생

각했다

그런데 둘째 날에도 머리가 아팠

다 백화점 vlp여야 하는데 사실 난

대학병원 VIP여서 빈센트 병원에

이의사 저의사 모르는 분이 없다

유방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심

장내과등이다.


처음부터 골골 체질이었으면 억

울하지도 않을 터인데 후천 적으

로 질환이 생긴 사람 중에 한사

람이라 속상함이 가끔 욱 밀려

오곤 한다

그리고 그 질환들은 이름까지도

생소한 질환들일 때가 많다

1, 키아리질환

2, 수술 후 통증증후군(디스크)

3. 승모판역류증

을 앓고 있다 .


27세 결혼 이후에

허리디스크 수술, 가슴종양수술

전신마취 수술만 제왕절개 포함해

7번이나 했다

남들은 살면서 한두 번 해 볼까 말

까 하는 수술이라는데 말이다

이 질병들은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씩

추적 관찰도 필요한 질환들이다.


3일 차 두통이 가라앉지 않으니

이상함이 몰려와 갑자기 불안함이

내 안에 올라왔다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대학병원에

갔다

보통 사람들은 머리 조금 아프다고

큰 병원 안 갈 텐데 난 인생반을 병원

을 다니다 보니 오는 불안한 촉이 있

는 것 같다

그래서 더도 미루지 않고 갔던 것

같다.


"며칠 머리가 아파서요 두통약을

먹었는데도 안 가라앉아요 뭐라도

찍어서 확인해 주세요?"

했더니 의사 선생님왈

"환자분이 머리 아프다고 비싼

MRA를 먼저 찍어보고 싶다는

분은 처음이세요" 하셨다.

그래도 내가 찍고 싶다고 하니

예약을 잡아 주셨고 며칠 후, 결

과가 나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바로 수술해야 한

다고 하시며 제일 빠른 날짜를 잡

아 주셨다

"환자의 예민함이 환자를 살리셨

습니다 이거 복권 당첨 확률보다

더 큰 거예요" 하셨다.


다행히도 난 개두수술이 아닌 코일

색전술을 했고 갑작스러운 수술 소

식에 부모님 이하 가족들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른 곳도 아닌 머리 쪽이

다 보니 나보다 더 걱정을 많이 하셨

던 것 같다.


수술실 차가운 냉동창고 같은 곳에

누워 있으면 내가 마치 마루타라도

된 기분이다 난 개인적으로 빈센트

병원을 선호한다

병원을 많이 다니고 수술도 여러 차

례 하다 보니 빈센트병원은 수술실

에 누워 있으면 마취 바로 전에 수녀

님 한 분이 들어오셔서 손을 잡고

기도를 해 주시고 나가신다

크던 작던 수술실에 누워 있다 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나, 이러다 못 깨어나면 어쩌지!

두려운 마음이 엄습해 올 때 들어

오셔서 기도 해 주시고 나가면 그리

평온할 수가 없다

성당은 안 다니지만,,, 늘 수녀님들

만날 때면 울컥 감사함이 밀려온다.


그렇게 난 수술을 했고 1년에 한 번

씩 추적 관찰 해야 하는 병명이 한 개

더 늘어났다

해가 바뀔 때마다 3월부터 시작되는

추적 관찰, 병원 순례

그래도 나는 너무 감사하다 .


이 수술을 할 때쯤,, 큰아이가 사춘기가

무척 심할 때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시작된 사춘기가 고

등학생이 되면서 더 심해지더니 고3

중요한 순간에도 멈출 줄 몰랐다.


가족 간에도 궁합이 존재한다는 말을

안 믿었는데 허구한 날 큰애랑 애아빠

랑 부딪치니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다고 난 매일매일이 살 얼음판이었다.


아마도 모르긴 해도 뇌동맥 꽈리의

상당 지분은 애아빠랑 큰아이도 한

몫 했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수술 이후 퇴원 하는 날, 의사 선생

님이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해

주셨다

아주 시끄러운 곳은 뇌에 압력을 줘

안 좋다고 피하라고 하셨고 모든 병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니 마음을 편

안 하게 가지세요 하셨다.


한 일주일은 평온했다 그러더니 또

시작된 아버지와 아들의 전쟁

애아빠가 애한테

"네 엄마 아픈 거 다 너 때문이야 네가

하도 속 섞이니 엄마가 아픈 거잖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이 아이를 혼낼 때 난 그의 영역에

한 번도 토를 달거나 침범한 적이 없다

내가 아이 편을 들어주거나 뭔가 내

입장에서 말하다 보면 애아빠가 더

난리를 치는 성격이라 그랬던 것 같

다 그런데 그날은 나도 그동안 참았던

화가 치밀어


"뭐가 애 탓이야 자기 탓도 있지 매번

애랑 진지하게 대화는 할 생각 안 하고

늘 버럭 소리부터 치니 내가 중간에서

얼마나 긴장하는지 알아? 자기랑 애

가 한 공간에 있으면 심장이 아주 터져

버릴 거 같아"

하고 꽥 소리를 내질렀다

애아빠도 애도 놀래서는

"머리, 머리 조심해야지..."

했다 .


나는 나의 예민함으로 제2의 인생

을 누리고 있다

이병은 빠른 발견과 즉각적인 치료

가 이루어져야 후유증을 막을 수 있

는 병이다

작은 두통이어도 그냥 넘기지 않아서

내가 지금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


그리 속 섞이던 큰아이도 전문대지만

대학 졸업 이후 군대도 무사히 다녀오고

3개월 전에 취직해 독립했다.


작은 아이는 늘 반듯한 모범생이었다

그래서 거저 키웠단 생각이 드는,, 지

금 나라를 열심히 지키고 있다.


내 인생의 봄날은 지금 같다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생겼고 그때마다 아파서 힘들고 지쳐

서 힘든 순간도 참 많았던 나

이 또한 지나가더라.


며칠 전 병원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이.

또 그러신다

" 인영 씨는 제 환자분 중에 제일 특별하

고 감사한 분이시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라고


내가 아플 때마다 내 옆에서 같이 아파한

우리 가족들, 부모님,,, 그분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이유

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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