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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전상서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by 문학소녀


아빠라고 불렀던 때가 그때였습니다

들판의 자운영을 입에 물고

당신의 지게를 올랐을 때

당신은 내가 짐이 아니라 힘이라 했습니다


당신의 젊음을 먹고 자라

초록 같은 아이를 낳았고

낙엽으로 시든 당신을

아들은 할아버지라 부릅니다


아빠는 내 손을 잡아주었듯

오늘은 내가 그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한평생 요리로 허물어진 어깨

당신이 고작 이 한 손에 들어왔습니다.


말라버린 그 어깨가

아직도 얼얼하게 손에 남아

종일 생각하고 더듬어도

당신 얼굴은 지워지기만 합니다

간장이 쓰라립니다

아빠라고 부르지 못해서

당신이 이제는 짐이 된다고 말할 때

정색하며 화내지 못해서

내가 그러했듯 당신도

모든 생을 통틀어

언제나 나의 힘입니다

사랑합니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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