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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시루 Feb 05. 2023

캐나다 체크인, 오늘

- 어디까지 가봤니 1편, VANCOUVER

텔레비젼에서 익숙한 동네가 나온다.

가수 이효리가 돌봐주었던 유기견들이 해외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가보는 내용이었다.

방송은 캐나다 BC주 벤쿠버 주변 여러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을 담았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캐나다에 저런데가 있구나... 하며 방송을 봤을텐데

내가 익숙하게 매일 접하는 동네가 TV에 나오니 신기했다.

방송에서 보다시피 벤쿠버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심심하고 그런 동네이다.

내가 캐나다를 선택하게 된 것은 8여년전 했던 싱가폴 여행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지인의 초대로 한달간 싱가폴에 머물게 되었는데 놀이터에서 만난 조그만한 아이들의 국적이 최소 4~5개는 되었다. 그때 내게 든 생각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섞여사는게 건강하고 좋구나 하는 거였다. 서로 다르다보니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게 일상이 되고, 아이들도 이런 환경에서 크면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저절로 배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hank you for Choosing Canada



나는 싱가폴 방문 이후 해외살이에 대한 약간의 로망이 있었을뿐 이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아이가 학교를 갈때쯤 '학원 뺑뺑이는 죽어도 안시킬꺼야'했던 내 계획이 현실에서 너무 쉽게 무너지면서 

생겨나는 고민들, 점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빨라지는 삶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고 싶었다. 

지금와서보면 그것이 이민이 아니어도 가능했을것 같다. 

실제로 요즘 유튜브만 봐도 시골에서 원격으로 일을 한다던지, 일과 다른 여러가지 활동으로 삶의 만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얼마나 많은가. 그들보단 구세대인 나는 아이 교육을 핑계삼아, 오래전 생각했던 싱가폴같은 다문화국가 중 안전하고 자연이 좋은 벤쿠버에 정착해서 4년째 거주중이다.


40년동안 익숙했던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것. 

새로 태어난 것보다 더 낯선 기분,

<트루먼쇼>의 짐캐리가 된 것 같았다.


내가 책으로 배운 영어로 버벅대고 있는 동안 

아이는 리트머스 종이처럼 로컬 문화에 잘 스며들었다. 

브라질, 멕시코, 인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출신들이 정말 다양하다. 

주류 비주류는 따지는게 의미가 없을 정도이고, 그저 New Commer 인지 아닌지만 인식될 뿐이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어느나라 출신인지, 어떤 인종인지 무뎌진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나도모르게 가지고살던 국가나 인종에 대한 선입견은 표출될 틈이 없다.

(내가 그렇게 한다면 누군가도 나를 그렇게 할 수 있고 그게 바로 인종차별 같은 것이 될테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에 넘어온 아이는 몇달 후면 고등학교에 간다.

자기가 더 일찍 캐나다에 왔더라면 축구를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캐나다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축구나 배구 같은 팀스포츠 클럽활동을 많이 한다) 하는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요즘 가장 큰 불만이다.

아이 교육만 두고볼때 캐나다에서의 삶은 200% 만족스럽다.

보고싶은 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 한국의 풍경들이 가끔 나를 괴롭히지만,

떠나기전엔 절대 알 수 없었던 지구 반대편의 이 경험들이 하나하나 레이어돼서 남아있는 내 인생에 큰 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책에서 이런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다.


운이 좋고 정신이 깨어있다면, 당신의 지위가 높든 낮든 모든 곳에서 배울 수 있다!

-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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