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이 Sep 09. 2024

쓰레기는 내다 버렸다

불쑥 찾아온 내면의 터닝포인트


요즘에는 내 인생의 과거의 상처와 불행, 그런 것들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왠지 낯설다


그도 그런 게 지나온 브런치 글만 봐도 나의 내면은 늘 상처와 고독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요괴 가오나시가 쓰레기를 뱉어내고 홀쭉해지는(?)것처럼, 내면의 찌꺼기를 게워내기 위해 참 여러 시도를 했던 것 같다.


아직, 완전히 다 게워낸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지나온 일들을 나의 일부로 포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 과거보다는, 미래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일상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인생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사는 것 그 자체를, 살아가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달까. 바쁘게 살지만 마음은 여유로운 기분. 외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내면은 고요하다.


무겁고 복잡했던 마음을 많이 비웠나 보다.


작년 겨울에 점을 봤는데, 무당이 나한테 이렇게 얘기했다.

이제 쓰레기는 다 내다 버렸다고,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지만 예전만큼 힘든 일은 없다고 했다. 때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오늘 갑자기 내면에서 <이제 힘든 것은 다 끝났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작년의 점사가 생각났다.


코로나가 터진 2020년부터 5년간은 정말로 뭐랄까, 내 마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떠도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많이 편안해졌다.


사실 시간 낭비(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그냥저냥 한 해가 흘러가는 것??)를 많이 했다고 느꼈는데, 그런 낭비된 시간이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었나 보다.


예전 학교에서 퇴근하고 숲 속 공원을 정처 없이 걸으면서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외로운 기분도 많이 느끼고, 벤치에서 혼자 가끔 울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 자연에서 많은 치유받은 것 같다. 가끔 그 숲 속이 정말 그립다.


고독한 숲 속의 시간들. 걷고 걷고 또 걸었던 시간.


그때는 지겹고 외로운 순간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힐링의 시간이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을까. 시간을 버티고 나면 알게 되는 것은, 버틴 시간들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독한 성의 주인에서 벗어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