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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un 14. 2024

고독한 성의 주인에서 벗어나기

<홀로서기 심리학>을 읽고

인간 심리와 마음 챙김(mindfulness)등에 관심이 많지만, 일부러 책을 따로 사서 보는 경우는 많지는 않다. (이미 집에 책이 많기도 하고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편이라 요즘에 잘 사지는 않는다.)  우연히 네이버 메인에 뜬 이 책의 광고를 보고 마음에 들어 책을 샀는데, 생각보다 더 맘에 드는 책이다. 단순히 상담 사례를 나열한 책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문제에 대한 마음의 '감정패턴(기저)'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이러한 '감정 패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인 듯하다.  


책에서 느낀 인상 깊은 포인트를 중심으로 느낀 점을 작성해 본다.




1. 성의 주민으로 살기 vs 마을의 주민으로 살기

- 책에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지나쳐 타인에게 벽을 세우는 사람을 '성의 주민'으로, 타인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쉽게 흔들리는 사람을 '마을 주민'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래전 알던 지인이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OO 씨는 성에 혼자 살면서 밖에는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아무한테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사람 같'라는 그 말이 나의 어떤 '정수'를 찔린 것 같아, 늘 뇌리에 남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바로 나는 '성의 주민'이었다는 것을.


- 성 주민은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난공불락의 요새를 지음으로써 세상의 온갖 소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약점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약점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리는 성주민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 개인적인 영역이 침범당할까 봐 누군가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위의 특징들이 '성 주민'의 특성인데, 나의 특성과 놀랍게도 일치하는 것 같다. 물론 겉으로는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몇 년 전의 그분처럼 종종 통찰력 있는 사람들이 나의 본질을 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성 주민'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내가 어떤 감정을 표현했을 때,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이 깔려있다.' 따라서 감정을 꽁꽁 숨기는 것에 익숙해지고 완벽하게 행동하려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 타인에게 솔직하게 대하지 못하므로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꺼려한다.


문제는 이러한 행동패턴이 건강한 자긍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타인이 나의 감정을 받아주지 않았을 때 지나치게 흔들리는 면'이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안전한 성안에 가두려 한다는 것이다. 그냥 한마디로 무서워서 꽁꽁 싸매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을 나를 감정을 잘 조절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보는 사람이 고(어른스럽다, 다른 사람한테 쉽게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다 등의 말들) 그런 평가에 나 자신도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늘 알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감정기복과 슬픔, 우울감은 나의 오랜 친구였고 어떻게 이 감정을 다루어야 할지 몰랐다.


2. 세상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기

- 책의 서론에 보면, 작가가 어렸을 때 한 어른이 삶의 역경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따뜻함'을 지닌 것을 보고 그 태도에 감동을 받아 저런 어른처럼 되어야지 결심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쉽게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나는 과연 이 반박불가한 진리를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고찰해 봤을 때, 나는 내가 그렇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살아가면서 내 의지와는 벗어나는 일들을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겪은 어머니의 죽음과 그 이후의 일도 내 통제 밖의 일이었으며, 성인이 되어서 겪은 여러 사람들과의 일등도 내 통제 밖이었고 늘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나는 그 원인이 나에게도 다소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심리학, 마음 챙김 관련 책을 읽고 내 행동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작가에 따르면, 삶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것 자체가 그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나한테는 조금 신선한 충격이었다. 통제 불가능한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자기 자신을 비난함으로써 그 일을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불안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통제 불가능한 일'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커서 차라리 자기 자신을 비난해 버림으로써 상쇄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한 나의 '자기 비난'에 있었던 것이다. 나 자신을 비난하고 내 탓을 하는 것이 남의 탓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하고, 인생에 생산적이라고 믿었던 나의 가치관에 약간의 충격을 주었다. 내 탓을 하기 전에 통제 불가능한 일에 대한 나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했다. 지나간 일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내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과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자꾸 내 인생에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그저 무서웠던 것이다. 그걸 잘 몰랐는데,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3. 나라는 차에 탑승한 승객과 나만의 '부정적인' 가상세계

-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바로 과거의 오랜 상처를 '차에 탄 승객'으로 비유한 부분이었다. 처음부터 이 챕터에 끌려서 이 책을 사기도 했다. 나라는 '자동차'는 삶이라는 '도로'를 질주하며 다양한 경험인 '승객'을 태우게 되는데, 이 승객은 평소에는 얌전히 있다가도 승객이 탑승하게 된 계기를 느끼는 사건을 마주하면 '활개를 치면서 나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이 부분이 가장 공감이 된 이유는, 나에게는 승객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내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두려움을 쉽게 느끼는 것도, 자기 비난적인 성향인 것도, 성을 높게 쌓아 올린 사람이 된 것도, 사실은 남들보다 차에 승객이 많아서 인 것 같다. 혹은 내쫓아야 할 승객도 내쫓지 못하고 차에 너무 많이 태운 지도 모르겠다.


 이 과거의 오랜 상처(trigger)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오랫동안 고민하고 슬퍼했다. 가장 힘든 것은, 이제는 상처 그 자체보다도 이 상처가 재발되는 것이 두려워 새로운 인간관계나 상황을 마주할 때도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어기제가 머릿속에서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부정적인 '가상세계'를 만들어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것이다. '저 사람도 나에게 상처를 주겠지, 배신하겠지'등의 생각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감정은 현실이 아닐 수 있다. 머릿속의 가상세계에서 나 자신의 감정에 침잠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 패턴이 고착화된다.


책의 저자는 이러한 승객을 함부로 내쫓지 말라고 조언한다. '상처의 근원을 이해하고, 상처가 일으키는 습관화된 행동패턴을 인식하면 상처가 많아도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승객의 요구사항은 아주 단순하다고 한다. '아직 내가 아파하고 있으니, 나를 바라봐줘', 오래된 상처를 다루는 법은 그 단순한 요구를 들어주며 함께 끌고 가는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4. 엄격한 심판관이 아닌 따뜻한 관찰자로 존재하기

- 작가는 책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으로 '관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봄'을 계속 강조한다. 내 마음을 '통제'한다는 것은, 그것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나의 감정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나의 '가상 세계'를 개입시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억지로 나 자신을 고치려 하면 내 마음도 엇나가고, '나는 있는 그대로 나이다'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그 순간 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학생들이 칭얼대는 것을 바라볼때의 내 기분'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하소연을 하거나 감정을 호소할때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그것을 비난하기 보다는 보통은 그럴수 있지, 공감해주고, 내버려두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가치유가 되어 괜찮아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생각해보니 학생들한테 하듯이 내가 내 자신에게도 했었다면, 이렇게 까지 상처가 오래 머물지는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근데, 그것이 원래 남에게는 쉽고 나에게는 어려운 법이다.


이성적이고 단단한 모습도 나, 여리고 쉽게 무너지는 모습도 나, 모든 것이 내 모습인데 한쪽면만 바라보고 허용하니 늘 다른 한쪽은 거부되어 나의 내면에 오래 남아있었던 것 같다. 단지 그 양쪽의 모습을 모두 인정하고 허용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인간도 결국 '한 인간'일뿐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러나 그런 휘둘림을 나 자신에게 조차 숨기고 싶어서 여러 가지 방어기제를 만들어내다 보니 점점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내가 내 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으로 지치는 일이긴 하다.


이 책을 통해 분석한 나의 감정패턴은 다음과 같다.


어떤 상황에서 감정을 느낀다->내 마음이 들킬까 봐 두렵다/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성벽을 더 높게 쌓거나/회피한다->내가 만들어낸 부정적인 가상세계가 실현이 되거나 실제로 실현이 되지 않아도 실현되었다고 믿는다->나 자신이 옳았음이 증명됨으로 만족을 느낌과 동시에 더 높은 성벽을 쌓음->고독해짐->외로운 감정을 느낀다->반복됨


이러한 감정패턴이 느껴질 때마다 4번에 나온 방법처럼 나 자신의 감정을 '느껴주고', '관찰하며', 나의 감정과 생각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에게 가장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타인에게도 나의 고독함과 외로움을 내보일 수 있는 진짜로 '단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대하듯이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게 된다는 간단한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내가 늘 고독했던 이유는, 나약한 나 자신을 숨기려 너무 높은 성벽을 쌓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나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서였다.


그야말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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