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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Oct 30. 2023

시간이라는 환상

현존 수업 필기노트 (1)

현존 수업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심리, 명상, 영성 관련 책을 많이 읽었는데, 사두었다가(처박혀있다가) 우연히 내 눈에 띄어 지금 읽고 있다. 요즘 '이 순간에 집중해서 사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딱 주제에 알맞은 책이다.


문제는, 책의 내용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책을 빨리 읽기보다는 브런치에 천천히 내용을 기록하면서 이 책의 부제처럼(온전한 현존체험으로 이끄는 10주간의 내면여행) 천천히 여행해보려고 한다.


p.28

만약 언제라도 책의 내용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을 책을 덮고 자신이 읽은 내용을 '통합할' 공간을 스스로에게 줘야 할 신호로 받아들이라. 


책을 읽다 보면, 압도당할 때가 분명히 있다. 그럴 때는 책을 덮고 쉬는 것이 좋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p.29-31 요약

현 순간의 자각이란 행위와 반대되는 존재의 상태를 말한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자각하는 것' 또는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하는 것'이다. 

이것을 판단하는 지표는 '감사'의 마음을 느끼는가 아닌가 이다. 아무런 이유도 필요치 않은 감사의 마음이다. 그저 당신에게 주어진 이 삶에의 초대, 삶이라는 여행, 삶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 말이다. 

시간의 세계에서는 감사의 마음을 느끼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시간의 세계에서는 과거는 후회를 안고 있고 미래는 발전의 약속을 품고 있으며, 현재는 끊임없는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리하여 당신은 부단히 현재를 건너뛰며 살아간다.

이런 마음상태 속에 습관적으로 머물며 과거와 미래라는 환영 속으로 주의를 투사함으로써, 당신은 정작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진정한 육체적, 감정적 경험을 놓치고 만다. 


많은 영성책에서 '시간은 환상'이라고 하지만, 이것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우리 모두가 인간이기 때문에 어렵다. 인간의 감각기관과 인식체계 자체가 시간에 얽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성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시간은 사실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내용을 다른 책에서도 몇 번이나 보았는데 이해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인간의 마음, 나의 마음은 늘 과거 아니면 미래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주로 과거의 불행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거나, 미래의 행복한 내 모습을 떠올리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그럼 지금은 불행하단 걸까? 행복하단 걸까? 지금은 없다. 지금에 대한 감사도 당연히 없다.)


나의 인식체계로서는 그것이 당연한 법칙이며 너무나도 자명한 진리 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 말이 돼? 내가 시간 속을 살고 있는데?


하지만, 사실 시간 속을 산다는 것은 환상이며 우리는 늘 지금 이 순간 속을 살뿐이다. 방금 전,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는 순간은 지나가고 '발행'버튼을 누르고 있는 내가 있듯이, 순간은 그 순간에 생하고 바로 멸해버린다. 과거와 미래라는 것도 내 '마음속의' 기억과 기대이며 지금 이 순간에 있지 않은 파편들이다.


이 순간이 아닌 모든 것은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관념, 생각, 감정일 뿐이며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이 '명상'일 것이다.  


진지하게 하는 명상뿐만 아니라, 한 순간에 집중하는 요가, 독서, 글쓰기 등도 명상의 일종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 없이, 미래에 대한 기대나 불안 없이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고 일어날 일들을 그저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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