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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시작한 러닝 생활

운동이라기보다 정화

by 클로이


나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유산소에 쥐약이라고.

근력운동은 잘하지만

달리는 건 못한다고.

달리기는 절대 못한다고.

그걸 어떻게 하냐고.

몸이 가벼워야 하는 거라고.


그랬던 내가, 요즘 매일 퇴근하고 공원에 가서 달린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목적이었다.

배가 자꾸 나오고, 식단 관리를 빡세게 못하니 이제는 뛰는 것 밖에 없다 싶어서 러닝 크루에 들어갔다.


진짜 살 빼야지!

그게 동기였지만, 달린 지 딱 두 달이 되는 오늘, 이제는 다이어트는 별로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1월부터 미라클 모닝, 요가 등 여러 가지를 했지만 처음에만 반짝 동기부여가 되었을 뿐, 금세 흥미를 잃었다.(그래도 요가는 꾸준히 하고 있고, 미라클 모닝도 포기하지 않고 할 것이다.)


그런데 러닝은 내가 스스로 운전을 해서 공원에 가고 그 첫발을 내딛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게 완전히 다른 것 같다.


가기 전도 즐겁고 달릴 때 힘든 것도 즐겁다. 무엇보다도 끝나고 나서의 성취감과 내 안의 찌꺼기가 씻겨나간 기분이 중독적이다.


처음에는 20분도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젠 30분도 거뜬하다. 두 달 만에 5km를 뛰게 되었다. 속도가 빠른 건 아니지만 뛰는 시간을 견딜 수 있고 힘든데 즐겁다.


너무 놀랍다.


달리기는 평생 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새롭게 무언가에 도전을 해서 이렇게 좋은 습관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든다.

못할 줄 알았던 러닝도 하게 되었는데, 이제 나 자신에게 한계를 짓는 일은 하지 말자고.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다이어트를 해서 더 날씬한 몸매를 가지는 것 보다 그게 더 값지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정신 위생]에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달리면서 누구 하고도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을 응시하는 일]이 글쓰기의 버팀목이 되었다고 한다.


몇 달 전 우연히 지인의 모임에서 알게 된 어떤 분도 달리고 나면 [감정의 찌꺼기]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서 명상을 하신다고 했다. 고민이 되는 일이 있으면 내면의 자기 자신한테 달리면서 묻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해답이 떠오른다고.


달리기를 하다 보면 결국 같은 것을 느끼나 보다.


내면의 정화와 명상기능


내가 느낀 두 달간의 기분도 그와 같다.


누구 하고도 대화하지 않고 자연을 누리며 뛰는 기분. 내 몸 안에 온전히 집중하는 기분. 고민이 사라지는 느낌.


식욕도 많이 줄어들고 몸이 가벼워졌다. 원래도 체력이 좋았지만 더 좋아졌다. 피부가 더 광이 나서 얼굴에 뭘 했냐는 말을 듣는다. 활력이 생기고 조급증이 사라졌다


감정이 해소되지 않으니 식욕이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로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부정적인 기분을 해소하고 싶어 먹다.


불안감이 있어서 이것저것 일을 벌이고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 닦달한다는 걸 알았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어 계획을 하고 지키지 않고 또 세웠다.


이 모든 것의 해답은 이제는 그냥 뛰러 가면 된다.


필라테스, 댄스, 크로스핏, 요가 등 여러 가지 운동을 5년 넘게 했지만 러닝이 이렇게 운동 이상을 할 줄을 몰랐다.


요가도 명상이 되지만, 오히려 러닝이 더 명상이 잘된다. 몸을 격하게 계속 움직이니 내면으로 의식이 더욱 이동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연과 나, 그리고 내 안의 나밖에 없는 느낌.

올해는 달리며 느낀 감정을 꾸준히 적어봐야겠다. 일단 뛰면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요즘이다.


나도 달리기를 통해 인생이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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