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뒤를 슬로우 러닝하다가 옆동네까지 무작정 가버렸다.
그래봤자 4km 정도다.
목표는 스타벅스. 어플에 돈이 남아있어서 스벅까지 뛰어갔다가 아이스티를 마시며 귀환하는 것으로 결정.
슬슬슬 뛰어가면서 김주환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들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존투운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게 되는 때가 있나 보다.
영상의 내용은 운동이 고통스럽다는 사연자에 대한 교수님의 대답이었는데, 운동은 무언가에 대한 수단이나 비용이 아니라 그 자체가 보상이라는 것이었다.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것이 행복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년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모든 인간은 걷고 뛰게 되어있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목표-수단의 사고방식에 세뇌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처럼 지극히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활동마저도 살을 빼기 위해서, 건강하기 위해서 억지로, 참고, 싫어하면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운동이든, 공부든, 일이든 다 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운동을 하는 시간자체가 하루의 보상이 되어야 한다.
하루 중 가장 힐링이 되는 시간.
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면 목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무언가를 수단으로 생각하며 참고 시작했다가
그 자체가 보상이 되는 순간까지 도달하는 것.
그것이 수행이고 명상이 아닌가 싶다.
그러려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있어야 하고 작은 성취감을 반복적으로 느껴야 한다.
운동이 싫다.
나는 유산소를 못한다.
달리기에 젬병이다.
이런 말을 언젠가 나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런 목소리는 사라진다.
꾸준한 행동은 부정적인 목소리를 잠식시킨다.
그것이 타인의 말이든, 나 자신의 말이든
속에서 침묵하게 한다.
운동이 보상인 점은 아마, 살아있다는 자각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의 적들을 침묵하게 하는 것에도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