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소희』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전주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고생의 자살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고등학생 소희는 oo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교육이랄 것도 제대로 없이 현장에 바로 투입되고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에 마음이 지쳐간다. 팀장은 실적을 위해 무조건 참고 견디며 할당량의 콜을 받고 실적률을 달성할 것을 압박한다.
다른 곳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아이들의 처우 역시 처참했다. 현장실습이라는 명목하에 임금은 최저시급도 보장받지 못했고, 야근은 늘상이었다. 일을 그만두려고 하면 학교에서는 취업률 달성을 하지 못한다며 버티기를 강요했다.
도대체 몇 년도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건지 찾아보고 2017년도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외에는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회사가 횡포를 부린 이야기가 아닌 소외된 사람들, 사각지대 밖의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더 슬펐고 화가 났다.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희는 힘듦이 극에 달해 손목을 그어 자해를 했다. 부모는 응급실에 누워있는 소회를 보았고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소희는 엄마에게 물었다.
"콜센터 그만두면 안 될까?"
"응?"
"들었으면서...."
소희는 학교를 찾아가 담임에게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냐고 물었다. 이렇게 묻는 소희의 의도를 담임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혹여나 소희가 콜센터를 그만둬 취업달성률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뿐이었다.
소희는 그 후 저수지로 걸어갔다.
저주지에서 싸늘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부모는 소희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고, 알았다면 콜센터를 그만두게 했을 거라고 경찰에게 울부짖으며 말했다. 이 장면에서 나는 분노했다. 정말 몰랐을까. 소희에게 힘든 걸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아닌 몰랐다는 말로 자신을 두둔하는 변명이 콜센터의 만행보다 부모에게 더 화가 났다. 자해보다 더 명확한 시그널이 있었을까.
그날 소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냐는 경찰(배두나)의 물음에 담임은 별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답한다. 콜센터에서 소희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일했는지 아냐고 묻자 담임은 취업률 달성하기 위해선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반복한다. 콜센터 담당자는 그렇게 일이 힘들었으면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니었냐고 오히려 이번일로 이미지 실추된 회사가 피해자라고 말한다. 어른들은 하나같이 다 비겁했다.
한 걸음씩 뒷걸음치게 만들어 아이를 저수지로 내몰았으면서 어느 누구도 자신에겐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진부한 스토리처럼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소희에게 잘못이 있다고 떠넘긴다.
소희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소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내었을지 모른다. 힘드니 그만둔다고. 얼마든지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슈퍼에 들어온 한줌의 빛처럼 관심이 모이면 바뀔수 있다고 믿는다. 손을 내밀었을 때 손을 잡아줄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손을 내밀 용기를 낼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음소희가 진심으로 없기를 바란다.
그곳에서는 부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