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부지와 마주 보고 앉았다. 평소라면 불편해서 나의 공간으로 돌아갈 시간만을 기다렸을 텐데 이번엔 마주 보고 있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다정한 부녀사이처럼 스스럼없이 아부지에게 말을 건넸다.
"딸이 살갑지 못해서 아부지 그동안 많이 서운했지?"
아부지는 말없이 웃고만 있다.
아부지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허공에 둥둥 떠오르며 그곳에서 난 나와 아부지를 본다.
조금만 더 다정했으면 좋았을 후회되는 순간들이 나를 찌른다.
분명 아부지는 외롭고 서운한 시간들을 보냈을 텐데도 나를 보며 웃어준다.
"아부지는 그런 사람이죠. 서운한일이 있었어도 지금의 내가 다정하게 말을 건네면 지난 일은 다 잊어주는 그런 분이요. 그러니 웃고 계신 거지요."
웃고있는 사진 속 아부지를 보며 아부지 답다고 생각했다.
"아부지, 서운했던 기억은 다 털어버리고 아부지를 그리워하고 좋은 곳으로 가기만을 바라는 마음만 보아주세요. 그래서 따뜻한 마음만 가득 채워서 가셨으면 좋겠어요. 아부지 좋은 곳으로 가요. 편히 쉬세요."
작은 빈소에서 아부지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내가 얘기하고 아부지는 그저 웃어 주었다.
괜찮다가도 불쑥 아부지가 서운했을 만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럴 때면 그 생각을 잡아두지 않고 흘러가게 둔다.
"아부지 그래도 괜찮을까. 너무 서운하진 않을까."
울지 않고 꾹 참는 순간들이 그래서 담담하게 견뎌내고 있는 나의 모습에 아부지가 서운하진 않을까 그게 마음에 걸린다. 분명 아부지는 괜찮다고 할 테지만 말입니다.
아부지를 보내고 며칠이 지난 후에 꿈에서 아부지를 만났습니다.
아부지가 주무시려고 누우려는 찰나 나와 눈이 마주쳤고 아부지는 나를 향해 웃어 주었습니다.
나는 달려가 아부지 손을 잡았습니다.
"아부지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보내서 미안해"
아부지의 손을 잡고 수없이 아부지를 부르다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꿈이었지만 정말 아부지를 만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곳에 잘 도착해 잘 지내고 있다는 아부지의 답장이었을까요.
"아부지 꿈에 나와주어 고맙습니다. 아부지 다시 만나면 그땐 다정한 딸이 될게요. 아부지 잘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