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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Sep 06. 2024

사람에게서 멀어지되 손 닿을 거리 안에는 있자

분통 터지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의 입에서 나온 건 세상해탈한 듯한 주옥같은 조언이었다. 맙소사.  

아직 쏟아내지 못한 말이 남아 있었지만 마음이 상한 나는 침묵했다. 

나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이었겠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공감이었다. 말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지만  그저 속이라도 시원하고 싶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린 그렇게 속이라도 풀면서 지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부터 친구는 달라졌다. 

친구의 말이 곱씹어질 때마다 서운한 감정은 미움으로 변했다. 본인 속상할 땐 세상해탈 하지 못하면서 나에겐 그렇게 말하는 친구가 미웠다.

한 동안 미움으로 부르르 떨다 마음이 가라앉자 드는 생각은 후회였다. 얘기하지 말걸. 

친구를 향한 서운한 감정, 나를 탓하는 후회가 더해져 마음을 끙끙 앓았다. 

감정적 소통이 잘되던 친구를 잃어버린 나의 마음은 슬펐다. 생각은 머물러있지 않고 변한다. 비슷한 생각의 결로 우리가 친해졌었다면 그것이 달라지는 지점이 우리가 조금 멀어지게 되는 시점인 거 같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받아들이기 싫어서 슬픔을 화나는 걸로 착각했던 거 같다. 변한 친구가 나쁘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친구에게서 나는 적당히 멀어지려고 한다. 

예전 같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려두기로 한다. 

가까워지는 시간이 있었다면 멀어지는 시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젠 깊은 이야기보단 가벼운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그래서 이전처럼 밀도 높은 관계는 아니겠지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멀어지는 친구가 있다면 여전히 가까운 친구가 있고 또는 가까워지고 있는 친구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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