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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래 Jul 03. 2023

눈물의 조리원 생활 - 1편.

Day1.

퇴원 후 조리원에 입소했다. 나 혼자여서 그런지 어색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중간사이즈의 방을 계약했는데, 빈방이 없어서 일단 작은 방에 2박을 하기로 했다.오후 2시쯤 입소를 해서 점심 먹고, 마사지받고, 간식 먹고, 짐정리하고 씻고 하다 보니 금방 저녁이 됐다. 첫날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가위에 눌렸다.


Day2.

포도가 태어나기 전에 아인이 생일을 챙겨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이렇게 돼버려서 아인이 생일에도 함께 있어주지 못하게 됐다. 그래도 할머니랑 아빠랑 어린이집 친구들이랑 잘 보낸 거 같아서 다행… 그냥 내 마음만 울적했다. 그날 저녁 통화에서도 내가 뭘 먹었는지 물어보던 아인이.(이건 퇴소하던 날까지 계속된다.) 귀여운 우리 먹보 아이니. 자기 빼놓고 엄마 혼자 맛있는 거 먹을까 봐 그런 건 아니었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ㅋㅋ

생파중인 아이니 ㅋㅋ

무료로 제공되는 가슴마사지를 받았는데, 첫째도 모유량이 적어서 금방 단유 했다고 했더니 둘째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하셨다. 가슴상태도 그렇고. 역시나 모유는 찔끔… 기대하지 말자. 어쨌든 초유는 먹여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유축을 했다.


아인이가 잠든 후, 남편과 통화를 했다. 왠지 연애하는 기분이다.라고 서로 설레하다가도 이야기는 울적한 주제로 흘러간다. 남편은 가족이 다 흩어져 있어서 슬프다고, 포도 병원비도 걱정된다고 했다. 좀처럼 걱정이란 걸 하지 않는 남편도 이런 상황 앞에선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린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나가길 바랐다.


Day3.

원래 계약했던 사이즈의 방으로 옮기는 날. 작은 방보다 빛은 덜 들어와서 아쉽긴 한데, 넓어져서 넘 좋다. 밥도 나쁘지 않고, 시설도 깔끔하고, 침구도 넘 좋고, 나름 괜찮은 조리원 생활. 근데 다른 방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포도생각이 나서 맘이 안 좋았다. 나는 수유할 아기도 없어서 온전한 조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게 참 그랬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전화가 왔다. 1회 수유량은 40~50ml 정도로, 그렇게 잘 먹는 편은 아니며, 4일 후쯤 뇌초음파 한번 더 보고 이상소견 있으면 mri검사를 할 거라고 하셨다. 그래도 전반적인 상태는 괜찮다고 하셨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아인이 주려고 풍선을 만들었는데, 집 앞에 가져다줄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아인아 누나 된 걸 축하해”라는 글씨가 새겨진 풍선이었다. 낮에는 같이 일했던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딸이 아인이 생일이라는 이야길 듣고 용돈으로 포켓몬빵을 사 왔다고. 나 대신 이렇게 아인이를 챙겨주는 이모, 언니들이 있어서 넘 감사했다. 포켓몬 빵을 받고 넘 좋아했다는 아인이. 풍선을 가지고 한참을 놀았다는 아인이. 남편이 보내준 인증사진을 보고 혼자 훌쩍거렸다.

갬동 ㅜㅜㅜㅜ


Day4-5.

주말이었다. 남편은 토요일엔 아인이를 어린이집 친구네 맡기고, 일요일엔 어린이 예배에 보내고 포도 면회를 다녀왔다. 면회는 오전 11시 30분에서 12시까지인데, 그 시간에는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일요일, 12시가 조금 지나 남편에게 연락이 왔고, 이런저런 소식을 들려주었다. 포도는 약간의 황달기가 있어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젖병을 잘 못 빨아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재활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소식 모두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땐 그렇게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남편과의 전화를 끊고나서부터 기분이 울적해진 나는, 자꾸만 포도의 상태를 물어보는 엄마에게 괜히 화를 내고선 울음보가 터졌다. 샤워하다가 울고, 친구랑 카톡하다가 울고, 포도 사진 보다가 울고, 자기 전에 울고. 그런데 울어도 울어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왼: 생후 6일, 쿨쿨포도 / 오: 생후 7일, 황달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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