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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래 Feb 02. 2023

26주, 포도가 만날 세상

26주


3년 정도, 주 3일 아인이가 다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일했다. 그리고 이제 퇴사(?)를 앞두고 있다. 임신 중기 이후로 몸이 점점 힘들어져서 더 일찍 그만둔다고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했는데, 막상 그만 두기로 한 날이 다가오니까 퇴사 날짜를 좀 더 늦출까 싶을 정도로 아쉬운 마음만 들었다.


마지막날, 아이들도 뭔가 아는 건지, 유독 나에게 자주 다가와 안겨주었다. 심지어는 평소에 내가 그렇게 들이대도 시크하게 반응하던 어린이도 갑자기 자기 집에 나를 초대를 해주겠다고 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진짜로 울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내가 준비한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해주니까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가 더 고마웠다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쑥스러워서 숨어서 눈물을 닦았다. 주책이다. 이제 다시 못 보는 것도 아닌데.


몸이 힘든 일이었지만, 그만큼 마음이 채워지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꼭 끌어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가끔은 이토록 좋은 태교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뱃속에서 이렇게 귀여운 목소리를 많이 들으며 자란 포도는, 자신이 태어날 세상이 얼마나 기대가 될까. 부디 그래주었으면.


귀여운 손발


28주 즈음, TV에서 다섯 쌍둥이를 낳은 부부를 봤다. 28주에 낳았다는데, 출산당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신기했다. 포도의 모습은 선명하진 않지만 초음파로도 많이 봤고, 이미 입체초음파도 본 상태인데 그게 왜 새삼 신기했는지. 배를 쓰다듬으며 얼른 보고 싶다고 건강하게 만나자고 속삭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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