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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동 Jun 14. 2021

[성수] 브루잉 세레모니 Brewing Ceremony

커피가 웅장하고 음악이 맛있어요

방문일자 : 2021. 04. 16

마신 것

볼리비아 로스 로드리게즈 자바 피베리 코코 내추럴




뚝섬에는 커피를 마시러 자주 갔지만 성수는 고작 한 정거장 차이인데도 왜인지 어색합니다. 예전에 추천받았던 브루잉 세레모니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내부는 소위 말하는 "인싸 카페" 입니다. ㄴ자 구조로 되어 있는데 ㅣ 부분엔 카운터와 바가 있구요, ㅡ 부분에서 마실 수 있습니다. 유리창을 따라 좌석이 둘러져 있구요, 무릎보다 약간 높은 철제 테이블이 그 앞에 놓여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썩 좋아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모녀로 보이는 분들이 들어왔는데, 모를 맡으신 듯한 분께서 "자리가 불편해보인다, 나가자" 하시더라구요. 그 마음 십분 이해하지만 굳이 그렇게 면박주듯 크게 말하셔야 하나 싶네요. 자영업은 힘든 겁니다. 아무튼 가운데엔 셀프 바가 아일랜드 형식으로 놓여 있구요. 바닥은 자갈에 에폭시로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유리벽 너머의 돌과 조화를 이뤄요.



음악이 꽤 특이했습니다. 클래식이였는지 샹송이였는지가 나왔습니다. 괜히 웅장해지는 기분이죠.



날이 점점 더워져 커피는 시원하게 마셨습니다. 사실 추워도 시원하게 마시지만.. 술 먹을 때도 이유는 만들면 되잖아요. 더워서, 추워서, 슬퍼서, 좋아서, 그냥 가져다 붙이면 그럴싸해지는 거죠 뭐. 이 날 마신 볼리비아 라스 로드리게즈 자바 피베리 코코 내추럴은 긴 이름에 걸맞게 괜찮았습니다. 멜론과 딸기의 뉘앙스가 좋았습니다. 약간의 장맛도 있었구요.



Bolivia Los Rodriguez Java Peaberry Coco Natural



원두 정보 카드에도 꽤 신경을 쓰셨습니다. 색감은 뭐랄까 네온 끼가 도는데 CSI에서 루미놀 용액 뿌린 거 같습니다. 노래를 선곡해둔 것도 재미있는데요, 사실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좋은 노래이니 그걸로 됐습니다.



뚝섬인 줄 알고 내렸는데 성수다! 하면 브루잉 세레모니를 고려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사실 뭐뭐 있는 지 잘 모름)


이 뒤로는 그냥 이날 마신 원두에 관한 잡다한 정보이니 궁금하신 분들만 읽으시면 됩니다.



중남미의 커피 산지라 하면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혹은 코스타리카가 떠오를 겁니다. 이 날 마셨던 커피는 볼리비아 산인데, 아무래도 생소한 편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중남미에서는 하이엔드 커피가 나올 포텐셜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꼽습니다. 얄팍한 식견인지라 신뢰도는 없지만 적어도 제 입맛에 맞을 가능성은 상당합니다.



우선 지리적 조건이 좋습니다. 안데스 산맥이 볼리비아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어 커피 키우기에 용이합니다. 이 커피를 재배하는 Caravani 지역의 농장도 약 1,650m의 고고도에 위치해 있죠. 물론 고도와 품질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 제 경험상 높은 곳에서 재배된 커피는 대부분 맛있었습니다. 최대 2600m까지에서도 재배하는 볼리비아 Takesi 농장의 게이샤는 언제나 환상적입니다. 대부분의 에티오피아 농장들 또한 1,900m 이상의 해발고도에 위치합니다. 저는 소문나고 싶은 에티오피아 덕후입니다.



코코 내추럴이라는 프로세싱도 특이합니다. 코시국인지라 농부들이 출타를 잘 안하니 스페셜티 커피 품질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 무산소 발효의 등장 이후 실험적인 프로세싱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재밌긴 한데 아직은 신생아 단계이다 보니 가끔은 소비자에게 실험하나 싶기도 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코코 내추럴은 코로나 훨씬 전부터 있었죠. 대략 어떤 거냐면 과발효 일어나지 않게 뜨거운 바람 쏘아가며, 그러나 40도는 넘지 않게 40-50시간 정도 말리는 겁니다. 더 궁금하면 구글에 coco natural 검색해 보세요. 영국의 hasbean과 덴마크의 coffee collective에서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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