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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동 Jun 14. 2021

[제주] 홀리싯 커피 서플라이

성스러운 좌석에 나 강림

방문일자 : 2021. 04. 28

마신 것

에티오피아 샤키소 화이트로즈 내추럴





인간은 자주 고뇌에 빠진다. 나의 경우 어릴 때부터 겪어왔던 건 바로 게임 닉네임 만들기. 센스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캐릭터 생성 창 앞에서 망설이느라 게임을 시작도 못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고작 그래픽 쪼가리에 이름 붙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실재하는 무언가를 위한 작명은 더더욱 고난이다. 홀리싯(holy seat)같은 교묘한 언어유희가 들어간 카페는 괜히 호감이 간다. 앨범자켓이 예쁘면 음악도 기대하게 되는 것처럼.


제주도가 관광지인 만큼 수많은 카페가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살아남은 곳들을 보면 결국 자신들만의 고유한 기술이 있다. 홀리싯 같은 경우는 커피를 직접 볶고 내린다. 여기까지야 뭐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로스터리지만 맛있었으니까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렸다. 이 날 마신 에티오피아 샤키소 화이트로즈 내추럴은 눈 가리고 맥이면 워시드라고 할 만큼 우아했다.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에서 주로 느껴지는 레몬 캔디나 홍차 뉘앙스가 좋았다. 육각형 그래프가 꽉 채워진 밸런스있는 컵이였다. 로링으로 볶는 캐나다 로스터리에서 동일한 원두를 구매해 먹은 적 있는데, 라벤더같은 보라색 계열 뉘앙스는 빵빵 터졌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쓴맛이 사라지지 않아 손이 잘 가지 않고 있다. 확실히 프로밧의 결과물은 단단하다는 느낌을 준다.


Ethiopia Shakiso Sookoo White Rose Natural

이름 재밌어, 커피 잘 볶아. 그럼 카페에서 즐길 거리는 또 뭐가 남았을까. 공간 구성이다. 화장실이 무척 깔끔하다. 가장 손이 닿기 힘든 공간까지도 신경썼다는 건 나머지는 뭐 안 봐도 기준 이상이란 뜻이다. 또 사진 보면 알겠지만 컵도 예쁘다. 코스터도 흔한 디자인은 아니다. 둘 다 어디서 파는 건지 나도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굳이 아쉬웠던 걸 꼽자면 의자와 테이블이였는데 최근 홀리싯 피드를 보니 이것도 멋지고 편한 걸로 바꾼 것 같다. 오예.



덤으로, 사장님과 우연히 다른 카페에서 만났는데 완전 멋쟁이시다. 추천해주신 짜장면집도 정말 맛있었다. 제주도 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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