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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동 Aug 24. 2021

콜롬비아 '카페 그랑하 라 에스페란자' 시드라 내추럴

Roasted by MODCUP

'이 커피는 참 좋은 커피야'라는 말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른 것들에도 비슷한 말을 쓰기도 하고요. 그런데요. 좋은 커피란 뭘까요? 집이나 차 같은 건 평수나 마력 같은 기준이 있는데 커피는 관능, 그러니까 오직 내 입맛으로 평가해야 하잖아요. 커피의 '좋다'와 '나쁘다'에서는 객관성이 개입할 여지가 적어집니다. 그나마 가격으로 품질은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겠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죠(전부임).


좋은 커피에 대한 제 정의는 이렇습니다. 어떻게 추출해도 맛있는 커피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오랜만에 좋은 커피 하나 만나서 그렇습니다. 사진 속 지관통이 그 주인공이에요. 미국 뉴저지 'MODCUP'이라는 로스터리에서 볶았어요. 콜롬비아 카페 그랑하 라 에스페란자(Cafe Granja La Esperanza, 이하 CGLE)의 포토시 시드라 내추럴입니다.


콜롬비아 카페 그랑하 라 에스페란자 포토시 시드라 내추럴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CGLE는 그야말로 믿고 마시는 콜롬비아의 커피 농장입니다. 희귀하거나 고급스러운 품종을 주로 재배해요. 수단 루메, 따비, 시드라, 게이샤, 모카 뭐 이런 녀석들이요. 포토시는 CGLE의 한 특정 구역을 지칭한 이름입니다. 강남구를 역삼동이나 삼성동 같이 나눠놓은 것처럼요. 시드라는 앞서 말했듯이 품종입니다. 내추럴은 커피 열매를 생두로 가공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1. CGLE 농장의 포토시 구역에

2. 시드라 품종의 커피나무를 심어 커피체리를 수확한 후

3. 내추럴 가공을 거쳐 만들어낸 생두를

4. 볶은 원두인 것이지요.


수많은 홈바리스타들이 다양한 추출 레시피를 찾아보고 적용합니다. 내리는 재미를 찾는 것도 있겠지만 역시 가장  이유는   나은 커피  잔을 위해서겠지요. 원두가 내뿜는 맛의 스펙트럼은 한정되어 있으니 최적의 레시피로 커피를 뽑아줘야 맛있는 커피가 나와요. 조금 추출이 , 혹은  되면 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아무리 해도 맛이  나와서 소위 말하는 '똥꼬쇼'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 마신 시드라는 규격 외였습니다. 따듯하게 마시면 수박 딸기 웨하스 같은 맛이 납니다. 약간 추출을 비틀어주면 열대과일이 섞인 딸기 맛이 나요. 질감은 꿀물처럼 시러피하고 후미도 길게 남습니다. 특히나 입천장의 연한 부분에서 맴도는 산미 섞인 향이 매력적이에요. 아이스로 마시면 수박바나 딸기 혹은 라즈베리 캔디 맛도 납니다. 스펙트럼이 넓죠? 어떻게 뽑아도 맛있는 커피 = 좋은 커피입니다.


고급 원두는 포장도 멋스럽습니다


무산소 발효를 거치면 이런 뉘앙스 자주 볼 수 있지 않냐구요?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과발효취가 부담되기도 하고, 프로세싱으로는 가릴 수가 없는 지저분한 후미도 별롭니다. 이번 시드라는 일반적인 내추럴 프로세싱을 거쳐서 발효취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콜롬비아의 엘 파라이소나 로꼬 시리즈 혹은 브라질의 빈할 시리즈처럼 가격에 비해 좋지 못한 생두의 퀄리티를 무산소 프로세싱으로 덮어낸 것과는 수준이 다르죠.


이 원두를 볶은 MODCUP에서는 프로밧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노르딕이라 일컫는 로스터리들은 로링이나 디드릭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클래식한 로스팅을 지향하는 로스터리들은 프로밧을 앞의 두 개보단 선호하는 것 같고요. 놀랐습니다. 과거에 프로밧으로 볶은 원두와 모드컵 원두의 성향은 꽤 달랐거든요. 기계는 사람 쓰기 나름인가 봅니다.


올해 마신 커피 중 TOP 3 안에는 무조건 들어갑니다. 네, 자랑하는 거 맞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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