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초 크로키 100개 기록(4)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30초 크로키 100개씩
그리기로 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로 매일 크로키 100개를 기록하고, 1000개씩 묶어 생각을 정리합니다.
영상 기록을 내레이션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40일 동안 매일 크로키를 하며, 어제보다 실력이 늘지 않은 것 같아 자주 주눅 들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쌓이는 경험과 이따금씩 찾아오는 작은 자신감으로 신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3000번까지는 '이것만이라도 해내보자, 실패를 쌓아나가자'의 마음으로 크로키를 해왔다면, 요즘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방법을 도모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열흘 간 크로키를 어떻게 연습했는지, 시도와 변화에 대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전보다 선을 그을 때, 저 스스로의 '망설임'이 줄어든 점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욕심에서 오는, '도달할 수 없는 두려움'과 '무기력'을 다음 30초와 새로운 크로키로 묻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잘못 그린 부분을 수정하고, 더 디테일하게 그리고 싶은 욕심이 많아지더라고요. 자꾸 30초 크로키 시간을 연장하면서 1분 크로키가 되어버리는 게 생겨버렸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 동작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명의 모델이 함께 나올 때를 제외하고, 시간연장 없도록 제약을 강하게 두고 계속 신경 쓰기로 했습니다.
30초의 시간은 사실 짧기에, 디테일이나 잘못 그린 부분을 넘어가야 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는데요. 그때마다, '그럴 수 있지. 어제도 그랬어'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록을 하긴 하지만, 누군가를 위한 결과물이 아닌, 나를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
넘어가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오잉? 이건 왜 이렇게 그려버렸니?' 하며 웃을 수 있게 되었고, 제가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오히려 솔직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크로키를 매일 한다는 것은,
어제의 나의 실력을 미화시키지 않고, 모자란 부분을 보완할 가능성이 있는 오답노트가 쌓이는 기분입니다.
더 빠르게 선을 그어보거나, 부피감/거리감을 계속 눈과 손으로 익히고, 관절을 그릴 때 저만의 규칙을 만들어 봅니다. 하지만 빠르게 선을 그리려니 마음도 급해져 오히려 불필요한 선이 생길 때가 많아졌어요. 방황하는 손과 눈을 차분하게 진정시키고, 천천히 자잘한 선을 줄여보는 시도도 해 봅니다. 가이드 선을 줄여보니, 이번에는 전체적인 비례감이 어긋나는 그림들이 많아졌어요. 이것 참 골치 아프네요. 그래도 계속 넘어가며, 다음엔 조금 더 잘해보자 생각해 봅니다. 100개의 크로키가 끝나고, 가끔 그리기 어려워하는 손, 발 등 나머지 공부를 해보는데, 역시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죠, 어제도 어려웠는데 오늘 잘 그려질 리가 없어요.
새해를 맞이하면서, 브러시도 바꿔봅니다. 지금까지는 강약 조절이 잘 되는 연필 같은 브러시로 연습해 왔는데요, 잉크나 볼펜처럼 투명도 조절이 되지 않는 브러시로 바꿔보았습니다. 가이드나 지저분한 선이 더 진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간결하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크로키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연습하며 부피감/비례가 자꾸 어긋나는 듯 해 자주 주눅 들고 있어요. 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000번의 크로키를 하며, 저는 '의연해지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의연의 사전적 의미는 '전과 다름이 없다'라고 하는데요, 의연하게 오늘도 크로키와 또 다른 것들도 이어나가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30초 크로키 1000개 네 번째 기록 모음.
마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