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무 Dec 25. 2023

한 달 동안 매일 크로키 100개씩

매일 30초 크로키 100개 기록(3)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30초 크로키 100개씩
그리기로 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로 매일 크로키 100개를 기록하고, 1000개씩 묶어 생각을 정리합니다.

영상 기록을 나레이션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산은 왜 오르는 걸까?


 얼마 전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가장 높은 산인 히말라야의 모든 봉우리를 오르기 위한 한 등반가의 이야기였어요.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얼음뿐인 산을 오르기 위해, 그는 수년 간 많은 것을 쌓고 모으고, 준비했습니다. 동료 등반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매서운 눈보라에 발이 묶여 일주일내내 산 중턱에 머물르다 그 길로 산 밑으로 내려와야 했다는 것이 주 된 내용이었어요.


 존경스러우면서도 머릿 속 한 편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 산을 오르는 걸까?'

'결국 내려와야만 하는 일인데.' 명예일까? 사명일까?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그렇다면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 걸까?' 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몇년 간, 상업적인 일은 하지 않고 나를 위한 작업만 하겠노라 마음먹은 채, 만들고 있는 나의 그림과 이야기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것의 쓸모는 크게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 같은 큰 뜻 또한 없이 순전히 나를 위한 행동이지요. 그러자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한 물음은 어리석은 것이었다고, 문득 생각이 닿았습니다.


 아마도 등반가는 산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그 곳을 오르고야 말 것입니다. 저도 아직 손과 눈이 멀쩡하고, 무엇이든 표현하고 싶기에. 어쨌든 그리고야 말 테지요.쓸모와 이유, 역할은 사실 저에게 큰 의미가 없나 봅니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칭찬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뿐이죠.


 언젠가 읽은 책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자발성'에 있다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역할, 의무, 책임, 사명을 벗어나서도 행할 수 있는 것이 자발성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꼭 완벽하고 큰 뜻이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작은 위안이 쌓입니다.


매일 아침,

그저 무기력을 이겨내고자 시작 된, 크로키 라이브에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안부를 나누고, 응원을 나누고, 점심 메뉴와 날씨에 대한 소소한 수다, 저와 비슷하게 무기력과 불안으로 마음이 힘든 분들과 공감의 대화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외롭지 않게 한 달동안 크로키를 그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왜 크로키를 그리는 걸까요?

시작은 무기력에 빠져버린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지금은 수 많은 실패를 쌓기 위해서 인 듯 합니다.매일 100개의 모자란 것을 쏟아내며, 마음이 한 결 후련해지는 걸 느낍니다.


 바라건데,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저에게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무어냐 물어본다면, 그때는 '그냥'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부끄러움이나, 망설임 없이 순전히 오늘 하루 쏟아낸 100개의 선을 소중하게 모으고, 또 다른 것들도 두려움없이 이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제 한 분이 이런 댓글을 남겨 주셨어요.

“크로키 3000번을 달성하여 트로피를 하사합니다”

트로피 고맙습니다.


3000번까지의 크로키 천 개 모음.

마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매거진의 이전글 모난 사람과 2000번의 크로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