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무 Dec 15. 2023

모난 사람과 2000번의 크로키

매일 30초 크로키 100개: 두 번째 모음

영상과 내레이션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30초 크로키 100개]씩 그리기로 했습니다.

1000번 째부터 2000번 째까지. 천 번의 크로키와 생각을 공유합니다.


[모난 사람과 2000번의 크로키]


착한 딸, 상냥한 연인, 재밌는 친구, 유능한 사원, 매력 있는 창작자. 저는 되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유능하고 또 둥글둥글한 어른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지만, 언제나 바라는 모습과 거리가 있었고, 그 괴리에 괴로웠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했고, 숨기고 내비치고, 기대하고 좌절했습니다. 둥근 어른이 되고 싶은 꿈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시작된, 동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와 2000번의 크로키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저는 생각보다 둥글지 않은 '모난'사람이며, 내가 나의 모난 모습을 제법 좋아한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이기 위한 모습이 아닌, '내가 원하는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없었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 중 하나입니다.


둥근 어른이 되기 위한 막연한 목표를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며 남은 것이 바로, '그림'과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 본 영화, 그림, 애니메이션을 동경해, 창각을 꿈꾼다.', 저 역시 그렇게 시작해 오늘까지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껏 받아 온 감동과 전율을 언젠가, 내 손 끝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의 손 끝으로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그리고 그 이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 지, 정확하게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당연히 이야기를 뒤받쳐 줄 연습도 필요하겠지요. 지금 이 2000번의 크로키처럼요.


무기력을 벗어나고자 무작정 시작되었던 천 번의 크로키는, 제법 무언가의 목표를 갖추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매일 그림을 그리며 '나의 선'을 찾아가고, 1000개씩 묶어가며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시도도 해 봅니다. 저는 이렇게, 요즘 저를 이루고 있는 '무언가'가 도대체 무엇인 지- 하는, 원초적인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둥근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던 것은, 나의 기대가 아니라 어쩌면 타인의 기대였을 수 있습니다. 지난 노력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는 나의 이야기와 나의 그림을 그리고 싶고. 나의 진정한 바람과 나의 노력은 어디를 향해야 할지, 조금 더 첨예하게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 몇 개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나의 눈으로, 나의 손으로. 조금 더 솔직하고 소중하게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는 날카로운 사람이 되고 싶고, 모난 제 모습을 더욱더 뾰족하게 다듬어 보려 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겠지요. 


2000개의 크로키를 하며, 

나의 선은 어떤 것일까.

나의 리듬은 무엇일까.

나의 이야기는 어떤 형태일까.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날 것인 저의 '모난 선'과 '모난 이야기'를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00번까지의 1000개의 크로키 기록.

30초 100개 두 번째 모음, 마칩니다.


그리고 언제나,

하다 보면, 되겠거니.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너무'입니다. 

느리지만 온 마음을 다해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30초 100개'는 매일 아침 8:30-9:30 사이 유튜브 라이브로 기록하며, 1000개씩 묶어 정리합니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neomu

패트리온 https://www.patreon.com/neomu/about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볼 수 있으며, 창작을 후원해주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기력이 찾아와서 크로키를 1000번 그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