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전
평일 저녁 6시. 사람들이 점차 몰린다. 테이블은 가득 찬다. 어느덧 줄을 서서 기다리기 위한 펜스를 따라 사람들이 잔뜩 늘어서있다. 한껏 치장한 20대 친구들부터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까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골목까지 새어 나오고, 사람들은 지친 기색 없이 기다리고 있다.
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도 모든 자리가 꽉 차서 붐빈다. 저마다 보기 힘든 막걸리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고 전과 수육이 세팅돼 있다. 다들 한입, 두 입 먹으며 막걸리잔을 부딪치고 하하 호호 웃는다. 평일인데도 바글바글, 그야말로 최고 인기 맛집이다.
이 집은 신사동 한복판에 있는 곳이다. 가로수길 메인스트리트 옆 골목에 위치했는데, 신사역 8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찾을 수 있다. 평일 6시 이전에는 자리가 많지만, 6시만 넘어가면 사람들이 가득 찬다. 주말에는 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 집이 인기 있는 이유는 맛있는 막걸리와 전을 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유는 이 집에 맛있는 보쌈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이름은 '신사전'이다.
신사전은 혈당 스파이크를 조심해야 하는 집이다. 막걸리에다가 벌집꿀을 넣어서 먹을 수 있도록 팔고, 각종 전과 요리들이 그야말로 술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먹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계속 먹게 되고, 혈당이 미친 듯이 오를지도 모른다.
메뉴는 다양하고 막걸리 메뉴판은 2쪽이 넘어간다. 수육을 먹으러 온 내게 메뉴에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수육이다. 수육을 시키고 이 집의 트레이드마크인 모둠전을 시킨다.
왁자지껄한 이 집의 한 공간에 자리 잡고 주문을 하면 물병같이 생긴 곳에 막걸리가 담겨 나온다. 신사동막걸리였나. 달달하며 부담 없는 도수라 벌컥벌컥 금세 마실 수 있다. 한 잔, 두 잔 먹다 보면 주문했던 수육과 모둠전이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이 집의 수육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우선 고기가 반은 퍽퍽하고, 반은 부드럽다. 사진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왼쪽에 살코기가 많은 고기는 퍽퍽한 편이다. 하지만 오른쪽에 있는 비계가 많은 고기는 부드럽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살코기가 많은 고기조차 부드럽게 하는 여타 보쌈집들에 비하면 그렇게 뛰어나고 훌륭한 보쌈집이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살코기가 많은 고기의 맛은 좋은 편이다. 부드러워서 잘 씹히고, 맛도 괜찮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고기의 향이 거의 없고 월계향이 너무 강하게 난다는 점이다. 월계잎으로 고기 잡내를 제거하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고기 특유의 육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월계향이 강하게 덮어서 수육 본연의 맛은 사라진 점이 좀 아쉽다.
그래도 이 집을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김치 때문이다.
신사전의 김치는 매우 맛있는 편이다.
다진 마늘을 양념에 과하게 넣은 것 같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입냄새가 많이 날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고기 옆에 있는 갓김치도 맛있다. 그렇지만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저 김치. '직접 담근 겉절이'가 상당히 맛있다.
김치의 양념이 배추와 잘 어우러졌고, 겉절이 특유의 미숙함이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그리고 저 옆에 있는 고기와도 매우 잘 어울린다. 조금 퍽퍽해도, 아니면 너무 부드러워서 느끼해도 저 김치가 커버해 준다. 추가 금액 3000원이 아깝지 않은 김치다.
이 집이 줄 서서 먹는 이유는 딱 두 개 같다. 하나는 막걸리의 다양함, 하나는 김치다. 김치가 맛있으니 고기도 맛있어지고, 김치가 맛있으니 전도 맛있어진다.
전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가게 이름에 전을 부칠 정도로 맛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기름을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 전이 식으면 기름의 쩐내가 난다. 깻잎전은 먹을만했는데 생선전이나 고기 전은 정말 별로였다. 혹시 손님들이 전을 다 남기고 가진 않는지, 사장님이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술에 취해서 먹는다면 모를까, 전 자체를 훌륭하다고 평가할 요인은 딱히 없는 것 같다. 기름을 싹 비우고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밑간이 잘 된 것 같지도 않다.
아무튼 김치와 막걸리로 인해 맛있어진 고기 맛을 뒤로하고 신사전을 나오면 술집이 즐비한 골목들이 자리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한강, 왼쪽으로 가면 신사역이라 어딜 택해도 훌륭한 2차를 맛볼 수 있다.
김치와 막걸리가 맛있기에 줄 서서 먹는 것 같은 보쌈집, 신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