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줄 서서 먹는 신사동 보쌈맛집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전

by 가위바위보쌈

평일 저녁 6시. 사람들이 점차 몰린다. 테이블은 가득 찬다. 어느덧 줄을 서서 기다리기 위한 펜스를 따라 사람들이 잔뜩 늘어서있다. 한껏 치장한 20대 친구들부터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까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골목까지 새어 나오고, 사람들은 지친 기색 없이 기다리고 있다.


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도 모든 자리가 꽉 차서 붐빈다. 저마다 보기 힘든 막걸리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고 전과 수육이 세팅돼 있다. 다들 한입, 두 입 먹으며 막걸리잔을 부딪치고 하하 호호 웃는다. 평일인데도 바글바글, 그야말로 최고 인기 맛집이다.


이 집은 신사동 한복판에 있는 곳이다. 가로수길 메인스트리트 옆 골목에 위치했는데, 신사역 8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찾을 수 있다. 평일 6시 이전에는 자리가 많지만, 6시만 넘어가면 사람들이 가득 찬다. 주말에는 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KakaoTalk_20250626_153523546_04.jpg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전 모둠전

이 집이 인기 있는 이유는 맛있는 막걸리와 전을 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유는 이 집에 맛있는 보쌈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이름은 '신사전'이다.


신사전은 혈당 스파이크를 조심해야 하는 집이다. 막걸리에다가 벌집꿀을 넣어서 먹을 수 있도록 팔고, 각종 전과 요리들이 그야말로 술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먹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계속 먹게 되고, 혈당이 미친 듯이 오를지도 모른다.


메뉴는 다양하고 막걸리 메뉴판은 2쪽이 넘어간다. 수육을 먹으러 온 내게 메뉴에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수육이다. 수육을 시키고 이 집의 트레이드마크인 모둠전을 시킨다.


왁자지껄한 이 집의 한 공간에 자리 잡고 주문을 하면 물병같이 생긴 곳에 막걸리가 담겨 나온다. 신사동막걸리였나. 달달하며 부담 없는 도수라 벌컥벌컥 금세 마실 수 있다. 한 잔, 두 잔 먹다 보면 주문했던 수육과 모둠전이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KakaoTalk_20250626_153523546_03.jpg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전 수육

이 집의 수육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우선 고기가 반은 퍽퍽하고, 반은 부드럽다. 사진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왼쪽에 살코기가 많은 고기는 퍽퍽한 편이다. 하지만 오른쪽에 있는 비계가 많은 고기는 부드럽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살코기가 많은 고기조차 부드럽게 하는 여타 보쌈집들에 비하면 그렇게 뛰어나고 훌륭한 보쌈집이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살코기가 많은 고기의 맛은 좋은 편이다. 부드러워서 잘 씹히고, 맛도 괜찮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고기의 향이 거의 없고 월계향이 너무 강하게 난다는 점이다. 월계잎으로 고기 잡내를 제거하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고기 특유의 육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월계향이 강하게 덮어서 수육 본연의 맛은 사라진 점이 좀 아쉽다.


그래도 이 집을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김치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전 수육과 김치

신사전의 김치는 매우 맛있는 편이다.


다진 마늘을 양념에 과하게 넣은 것 같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입냄새가 많이 날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고기 옆에 있는 갓김치도 맛있다. 그렇지만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저 김치. '직접 담근 겉절이'가 상당히 맛있다.


김치의 양념이 배추와 잘 어우러졌고, 겉절이 특유의 미숙함이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그리고 저 옆에 있는 고기와도 매우 잘 어울린다. 조금 퍽퍽해도, 아니면 너무 부드러워서 느끼해도 저 김치가 커버해 준다. 추가 금액 3000원이 아깝지 않은 김치다.


KakaoTalk_20250626_153523546_04.jpg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전 모둠전

이 집이 줄 서서 먹는 이유는 딱 두 개 같다. 하나는 막걸리의 다양함, 하나는 김치다. 김치가 맛있으니 고기도 맛있어지고, 김치가 맛있으니 전도 맛있어진다.


전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가게 이름에 전을 부칠 정도로 맛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기름을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 전이 식으면 기름의 쩐내가 난다. 깻잎전은 먹을만했는데 생선전이나 고기 전은 정말 별로였다. 혹시 손님들이 전을 다 남기고 가진 않는지, 사장님이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술에 취해서 먹는다면 모를까, 전 자체를 훌륭하다고 평가할 요인은 딱히 없는 것 같다. 기름을 싹 비우고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밑간이 잘 된 것 같지도 않다.


아무튼 김치와 막걸리로 인해 맛있어진 고기 맛을 뒤로하고 신사전을 나오면 술집이 즐비한 골목들이 자리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한강, 왼쪽으로 가면 신사역이라 어딜 택해도 훌륭한 2차를 맛볼 수 있다.


김치와 막걸리가 맛있기에 줄 서서 먹는 것 같은 보쌈집, 신사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신동엽이 찾는 냉제육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