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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에 막국수면 궁전으로 갈 수도 있어

강원도 인제군 기리면, 숲속의빈터방동막국수 두 번째 이야기

by 가위바위보쌈

숲속의빈터방동막국수의 수육의 비율은 황금에 가깝다.


6.5대3.5. 살코기가 6.5고 비계가 3.5를 유지하고 있다. 껍데기까지 붙어 있어서 오겹살에 가까운데, 오겹살 특유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자칫 느끼할 수도 있지만 양념을 통해 그 느끼함을 잡은 듯하다. 또 같이 나오는 무생채나 반찬으로 깔린 겉절이가 그 느끼함을 보완해 준다. 그래서 한 개, 두 개, 세 개. 계속 입에 들어간다.


살코기 부분이 살짝 질긴 고기도 있지만, 대부분 비계가 그 부분을 보완해 준다. 생각 외로 맛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고기다.

KakaoTalk_20250731_175935305_06.jpg 강원도 인제군 기리면, 숲속의빈터방동막국수 수육

양념은 약간의 된장, 양파, 마늘 등 기본적인 재료들로 이뤄진 것 같다. 과하지 않으며 색깔도 너무 진하지 않다. 갈색빛이 돌긴 하지만 지나치게 진한 색은 아니다.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짜지도 않다. 적당함을 유지하고 있는 꽤 잘 만든 수육이다.


무엇보다 막국수와의 조합이 한마디로 미쳤다. 그냥 먹을 땐 잘 만든 수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국수와 함께 싸서 먹으니 그 조화가 예술이었다. 수육이 가진 고기의 향과 씹기 좋은 식감이 막국수의 양념 등과 어우러져 입에서 뛰어놀았다. 한 번 그 맛을 본 순간부턴 계속 고기와 막국수를 싸 먹을 수밖에 없었다.

KakaoTalk_20250731_175935305_04.jpg 강원도 인제군 기리면, 숲속의빈터방동막국수 무김치

이 무김치는 매우 달달하다. 아마도 고기의 느끼함을 잡기 위한 용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여러 무를 겹쳐서 먹으면 달고 진한 양념 맛이 혀에 들어온다. 양념이 강한 편이긴 하지만, 과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고기와 잘 어울린다. 다만 배추김치와 함께 있었으면 어떨까 싶다. 배추 속에 들어가면 너무 맛있을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반찬으로 나온 겉절이는 딱히 고기와 어울리진 않았다. 아직 덜 익어서 그런 탓인지 양념이 별로 강하게 배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겉절이 대신 그나마 무생채가 수육을 보좌해 주는 역할을 했다.


KakaoTalk_20250731_175935305_09.jpg 강원도 인제군 기리면, 숲속의빈터방동막국수 막국수

이 집의 막국수는 '킥'이다.


우선 양이 어마어마하다. 곱빼기를 따로 시킬 필요가 없다. 물론 나와 함께 간 지인들은 "이게 뭐가 많냐"고 하며 다 먹었지만, 내게는 양이 너무 많았다. 다 먹기엔 벅찰 정도였다. 평소에도 양이 적은 편은 아닌데, 이 집은 가격 대비 양이 많았다.


물막국수나 비빔막국수 중 골라야 한다는 선택지도 없다. 그냥 막국수다. 그리고 비빔으로 먹다가 물을 부어서 물막국수로 먹을 수 있다. 그게 이 집의 특이점이자 이 근방 막국수집들의 특징 같다.


가급적이면 비빔막국수를 계속 유지해서 먹기보단, 물막국수로 빠르게 전환하는 걸 추천한다. 물막국수로 변하는 순간 새로운 맛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KakaoTalk_20250731_175935305_03.jpg 강원도 인제군 기리면, 숲속의빈터방동막국수 감자전

단돈 3000원의 감자전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저렇게 큰 감자전을 3000원에 팔려면 이 집이 직접 운영하는 감자밭에서 감자를 따온 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러 사람이 나눠 먹어도 부족하지 않다. 입가심으로 먹다가 자칫 배부를 정도다.


막국수와 수육, 감자전까지 배 든든하게 먹으면 이제 강원도를 둘러볼 준비는 완료됐다. 숲 속 깊은 곳까지 왔으니 근처 산을 올라도 되고, 바다로 떠나도 되고. 갈 곳은 많다.


요새 유행하는 말만 따나 이 집을 오면 막국수와 수육을 먹고 궁전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숲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수육 맛집, 숲속의빈터방동막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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