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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 숨어있는 막국수와 보쌈 맛집

서울 종로구 적선동 부산집막국수

by 가위바위보쌈

부산은 산이 많아서 부산이라고 불린다는 설이 있다. 산이 많은 만큼 바다도 많고, 그만큼 먹을 음식도 즐비한 곳이 부산이다.


부산은 맛있는 식당이 없다는 말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맛있는 식당은 꽤 많다. 해운대, 서면, 송도, 기장 등 곳곳에 맛집이 숨어있다.


그런 부산의 이름을 딴 맛집이 경복궁 바로 옆에도 있다. 오늘 소개할 '부산집막국수'다.


이 집은 서촌 골목에 숨어있다. 쉽게 찾기 힘들다. 골목과 골목 사이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한옥집처럼 생겨서 "여기에 가게가 있었어?"하는 반응을 볼 수 있다.


부산집막국수는 아마도 사장님이 부산 출신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부산집이라는 이름을 서울 한복판에 있는 식당에 붙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 집은 막국수를 팔면서 동시에 보쌈으로도 알려진 집이다. 그리고 경복궁 근처이니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근처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이 되면 붐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KakaoTalk_20250814_220338054.jpg 서울 종로구 적선동 부산집막국수 메뉴판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꽤나 분주하다. 길이 좁게 나 있어서 자리도 잘 찾아서 앉아야 한다. 잘못 앉으면 서빙하시는 분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에는 물막국수가 당기기 마련이다. 메뉴판 속에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회막국수를 나눠 고르고 접시보쌈 대자를 주문한다. 감자전도 먹고 싶지만 참아본다. 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밑반찬이 깔린다.

KakaoTalk_20250814_220338054_01.jpg 서울 종로구 적선동 부산집막국수 밑반찬

반찬은 꽤나 정갈하다. 명이나물과 열무김치, 그리고 백김치다. 막국수와 먹기에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심심하지도 않은 반찬들이다.


반찬이 깔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보쌈과 막국수들이 등장한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KakaoTalk_20250814_220338054_05.jpg 서울 종로구 적선동 부산집막국수 보쌈

이 집의 고기는 '정석'에 가깝다.


정석이라 함은 바둑에서 나온 단어다. 공격과 수비에 최선이라는 방식으로 돌을 놓는 법이다. 말 그대로 가장 기본에 가까운 맛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또 누구나 만들기 힘든 그런 맛이다. 고기에는 약간의 된장이 들어간 듯하고 양념은 은근히 많이 들어있다. 약간은 양념이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김치가 일정 부분 잡아주는 경향이 있다.


정갈하게 일정한 크기로 잘린 고기도 맘에 든다. 당연히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너무 두껍게 썰지도 않았거니와, 원래도 부드러워서 고기 씹히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비계가 꽤 비율이 높아서 비계를 못 먹는 사람들은 힘들 수도 있지만, 비계를 잘 먹는 사람 입장에선 오히려 살코기의 질김을 잡아주기 때문에 조화롭다.


그야말로 정석의 고기다.

KakaoTalk_20250814_220338054_04.jpg 서울 종로구 적선동 부산집막국수 보쌈김치

김치는 살짝 아쉽다.


이 김치를 줄 거면 '보쌈'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막국수집이 다들 '수육'이라고 표현하듯 여기도 수육이라고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김치가 보쌈김치가 아닌 무말랭이만 나왔다.


그렇다고 양념이 특출 나서 고기와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일정 부분 잡아주는 역할은 하지만, 고기와 어우러져서 뛰어난 맛을 선사하진 않는다.


다행인 것은 김치와 함께 나오는 명태회무침이 있다는 점. 명태회 막국수를 먹은 나로서는 명태회무침을 또 먹기엔 부담스러웠지만, 만약에 막국수를 먹는 사람이라면 이 명태회무침과 고기를 같이 먹었을 때 꽤나 조화로울 것 같다. 양념이 조금 진하긴 하지만, 고기의 빈 맛을 채워주기에는 제격이었다.


김치는 조금 아쉬워도, 부족함을 잡아주는 재료가 함께 나와서 보완이 되는 맛이었다.


KakaoTalk_20250814_220338054_06.jpg 서울 종로구 적선동 부산집막국수 회막국수

이 집의 회막국수는 약간은 물리는 맛이다.


이유는 양념이 과하기 때문이다. 첫맛은 훌륭하다. 아, 이런 양념으로 막국수를 먹을 수 있다니 재밌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계속 먹다 보면 물릴 수밖에 없다. 보쌈에도 명태회가 있고, 여기에도 있으니 자꾸 혀를 감싸는 맛만 남는다.


그래도 이 회무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무나 흉내내기 힘든 맛이라고 느껴진다.


막국수를 먹고 밖으로 나오면 무더위가 우리를 맞이한다. 그래도 시원한 막국수를 먹었으니 힘을 내서 걸어본다. 주변에는 쏘리라는 에그타르트 맛집도 있고, 예쁜 카페들도 많다. 숨어있는 이곳과는 다르다.


서촌에 숨어있는 막국수와 보쌈 맛집, 부산집막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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