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당역 삼촌카세 속 보쌈 한 그릇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진달래실비

by 가위바위보쌈

삼촌카세. 이모카세에 이은 오마카세의 삼촌 버전이다. 사당역에는 신기하게도 곳곳에 삼촌카세가 숨어있는데,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하나둘씩 유행처럼 생긴 걸까? 어쨌든 여러 음식을 다양하게 먹는 걸 선호하는 나로서는 정말 최상의 조건이다.


오늘 소개할 집은 사당역 8번 출구에서 5~6분 거리에 있는 진달래실비라는 곳이다. 골목을 따라서 별로 복잡하지 않게 오면 술집이 모여 있는 골목 중간 건물 2층에 있다. 올라가는 길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곳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잔뜩 갖고 있는 레트로 술집이다.


문을 열기 전부터 느껴지는 레트로 감성은 물론 내부도 잔뜩 레트로다. 마치 과거로 돌아온 것 같기도 하다. 벽에 붙은 소주 광고는 모두 옛날 것들. TV에서 나오는 화면이나,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도 다 옛날이다. 80~90년대생들에겐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KakaoTalk_20250822_152837788_15.jpg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진달래실비 내부 모습

물론 요즘 '뿌요'지만, 마치 옛날을 상상하게 하는 저 뿌요통과 음료수의 병까지. 요즘 저렇게 나오는 사이다병, 콜라병, 환타병 찾기 힘든데. 정말 신기한 곳이다. 이밖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레트로 감성이 물씬 담겨있다. 심지어 물병은 어릴 때 집에 하나씩 있던 델몬트의 유리병이다. 어떻게 구하셨을까.


이 집은 음식을 낱개로도 팔지만, 앞서 언급한 삼촌카세가 있는 곳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1인에 3만8000원이다. 8시 이후에 오면 1인당 2만원에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3만8000원과는 메뉴 구성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KakaoTalk_20250822_152837788_14.jpg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진달래실비 벽에 붙은 메뉴

이렇게 벽에 붙은 메뉴도 따로 있지만, 이 메뉴판 말고 다른 메뉴판에는 오마카세 안내가 있다. 그리고 직접 담근 담금주 하이볼도 있고. (하이볼은 소신 발언, 너무 달다 ㅎㅎ)


아무튼, 앉아서 오마카세를 시키면 음식이 순서대로 하나씩 나온다. 위벽을 보호하기 위한 죽부터 시작해서 돈가스, 회, 해산물찜, 두부, 미나리해물전, 생선구이 등등. 저기 메뉴판에 있는 메뉴들이 순서대로 나온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약간의 번외판 느낌으로 담아볼 삼촌카세 속 보쌈도 등장한다.


살짝만,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KakaoTalk_20250822_152837788_13.jpg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진달래실비 보쌈

이 집의 고기는 약간 퍽퍽하다.


아무래도 오마카세로 제공하다 보니, 많은 양을 삶아둔 채 잘라서 나오는 것 같다. 약간 더 얇게 썰어서 양도 많아 보이게 하고 부드러움도 겸비하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고기 맛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계속 손이 가게 되고, 다른 음식들과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린다. 특히 숙성회로 추정되는 회와 함께 삼합으로 먹어도 맛있다.


너무 질겨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니 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고기의 육향도 괜찮은 편이고, 색깔은 저렇더라도 재료를 잡다하게 많이 넣은 느낌은 아니다.

KakaoTalk_20250822_155343787.jpg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진달래실비 과거 모습(2월경)

예전에 왔을 땐 이렇게 항정수육이었는데, 그때그때 다른 걸까? 항정수육일 땐 아무래도 부위가 부위이니만큼 더 부드러웠던 것 같다. 옆에 나오는 배추와 멜젓(?)도 다른 거 보면, 뭔가 구성이 달라진 걸까. 아니면 무언가의 변화가 있는 걸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어쨌든 맛은 괜찮다.


김치는 평범하다. 오히려 감사한 게, 고기와 먹을 때보단 다른 음식을 먹을 때 약간 물리면 저 수육 김치가 날 도와준다. 적당한 양념을 겸비한 이 김치는 고기와도 좋고, 다른 음식과도 좋다.


베스트는 아니지만, 삼촌카세 속 수육으론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KakaoTalk_20250822_155343787_01.jpg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진달래실비 음식들

생각해 보니 약간씩은 메뉴 구성이 달라진 것 같다. 역시 오마카세의 특징. 그때그때 달라야 오마카세 아닌가 싶다.


어쨌든 이 집은 수육도 수육이지만, 다른 음식들도 다 맛있다. 돈가스가 특히 독특하게 맛있다. 회도 물론 뛰어난 편이다. 3만8000원에 먹기에 아깝지 않은 그런 음식들이다.


음식이 맛있으니 술을 계속 먹게 되고, 그러면서 노래들을 들으면 신이 난다. 옛날 노래가 잔뜩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먹고 먹고 배부르게 먹으면, 영수증 이벤트와 함께 뽑기까지 할 수 있다. 재밌는 요소가 한가득이다.


배부르게 먹고 나오면 2차를 갈 곳은 즐비하다. 좌우를 둘러보면 다 술집이다.


사당역 삼촌카세 속 보쌈 한 그릇을 맛볼 수 있는 곳, 진달래실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촌에 숨어있는 막국수와 보쌈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