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관수동 대련집, 첫 번째 이야기
인스타그램 돋보기를 보면 보쌈맛집이 종종 등장한다. 예전에는 신뢰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진짜 맛집들이 소개될 때가 있어서 은근히 눌러보게 된다.
그중에서 1~2년 전쯤? 상당히 떠오른 종로구 한복판의 보쌈맛집이 있다. 칼국수 속에 보쌈이 잔뜩 담겨있는 말도 안 되는 사진으로 유명해지긴 했다. 원래 그렇게 나오지도 않는 걸 왜 굳이 칼국수 속에 담아놓고 사진도 찐하게 보정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집을 맛집이라고 소개한 글을 믿었던 이유는 '나의 경험' 덕이다. 사실 오늘 소개할 집은 10년도 넘게 다녔던 보쌈맛집이다. 최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주 가진 못했지만, 2014~2015년에는 거의 달마다 갔던 그런 곳이다. 근처 보쌈골목에 있는 삼해집과 함께 나의 보쌈맛집의 시초 같았던 그런 곳이다. 바로 종로구 관수동에 있는 '대련집'이다.
이 집은 청계천 거리에 있다. 종로 3가와 종각역 중간에 있는데, 골목과 대로변 사이에 있어서 은근히 숨어있는 느낌이면서도 찾기 어렵지 않은 그런 곳에 있다. 외관만 봐도 오래된 것 같은 이 집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집이다.
이 집의 메뉴는 간단하다. 보쌈, 파전, 칼국수 딱 세 개다. 복어찜과 홍어찜, 낙지볶음 등은 먹을 필요가 없다. 오래전부터 장사를 한 이 집에서 술을 드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만든 저녁메뉴다. 그냥 가끔 한 번 먹으면 좋지만, 굳이 찾아서 먹을 필요는 없다.
어느 순간부터 바글바글해진 이 집은 원래도 사람이 적진 않았다. 근데 연령대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40~50대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인스타그램의 효과가 분명하다. 그래도 듬성듬성 40~50대 아저씨들도 있다.
이모의 안내를 받아서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이 위에 처럼 눈에 들어오는데, 보다시피 방은 좌식이라서 메뉴를 보기가 힘들 수 있다. 근데 사실 메뉴는 보지 않아도 된다. 그냥 생배추보쌈이랑 파전 정도 시키면 된다. 칼국수는 다 먹을 때쯤 시키면 딱이다.
조금 앉아서 기다리면 생배추보쌈의 생배추와 무김치, 그리고 고기가 차례차례 나온다. 방마다 생배추가 이미 세팅돼 있는데, 고기가 나오면 세팅된 배추와 함께 가져다주신다.
이제부턴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이 집의 고기는 이 세상 어디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일 것이다.
10년 전 고기의 맛과 비교해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질이 달라졌다. 어떻게 10년 사이에 질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으로 인한 홍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보쌈 고기는 오래 물에 담가두면 육즙이 빠져나가면서 고기가 질겨진다. 예전에 대련집은 고기도 고기였지만 칼국수가 인기였고, 지금만큼 고기의 회전이 빠르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그러다 보니깐 고기가 상당히 질겼고, 주변 다른 고기 맛집에 비해 고기의 맛도 덜했다. 과한 양념을 치지 않기 때문에 조금 심심하고 질긴 고기로만 기억했다.
그래서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고기가 많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회전이 빨라진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홍보가 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오래 앉아서 먹을 메뉴가 많지 않으니 후딱 먹고 나가고. 그런 선순환이 이어지면서 고기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육즙이 빠져나가기 전에 밥상에 나오면서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
이 집 고기를 다시 설명하자면, 두께에 비해서 부드럽다. 비계의 비율은 3, 살코기가 7 정도 되는 괜찮은 상태였다. 고기 맛에서는 생강, 마늘, 양파, 월계잎이 느껴졌다. 부드럽게 삶아서 육즙이 다 빠져나가기 전에 만든, 꽤 괜찮은 고기였다.
아쉬운 점은 무생채로 대표되는 김치. 칼국수용 김치로 나오는 겉절이도 별로 맛있진 않았다. 배추에 싸서 무생채에 올려 김장보쌈처럼 먹으라는 취지였겠지만, 보쌈이라기엔 김치가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특히 무생채는 조금 시큼했다. 그래도 달달하긴 했는데, 약간 더 달달함이 강했으면 먹기에 덜 불편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매운맛을 추가해서 좀 더 고기와 잘 어울리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대련집은 칼국수, 그리고 그와 함께 먹는 고기의 맛으로 한 번 더 소개해보겠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