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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자극하고 또 자극하는 보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정우칼국수보쌈

by 가위바위보쌈

보쌈의 맛을 나누는 기준을 정말 다양하다. 심심한 맛, 무난한 맛, 혀를 감싸는 맛, 부드러운 맛, 자극적인 맛. 그만큼 각각의 보쌈은 다르고, 또 다르다. 하늘 아래 같은 보쌈은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보쌈은 어떤 보쌈일까. 김치만 따지면 회기왕족발보쌈이 아닐까 싶다. 자극적이라고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극적인 만큼 혀를 잘 감싸고 맛을 감칠맛 있게 전달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고기와 김치 모두 자극적인, 혀를 감싸는 맛집은 어딜까. 바로 오늘 소개할 '정우칼국수보쌈'이다.


이 집은 서여의도 한복판에 있다. 정우빌딩이라는 서여의도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건물의 중심지에 있다. 원래 있던 식당을 확장해서 최근엔 더 넓어졌다. 점심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칼국수를 즐겨 먹는 곳이다.


빌딩 지하로 내려가면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가게를 찾는 길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정우칼국수보쌈 전경

가게 밖은 이런 모습이다. 가게 외관에 보쌈의 유래를 설명하는 글도 적혀 있는데, 먹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내용이 쓰여있다. 보쌈(김치)이 개성의 명물이었다는 내용, 김장 당시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고기를 통째로 삶아서 내놓던 걸 유래로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저녁 때는 자리가 많다. 아무래도 확장을 하다 보니깐 자리가 널널해진 감도 있다. 앉아서 메뉴를 보면 고르기가 어렵지 않다. 간단하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정우칼국수보쌈 메뉴판

보쌈 소, 중, 대의 가격이 각각 6000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3명이면 중자보단 대자를 시키는 게 나을 정도다. 모자람은 뒤늦게 채우기 힘들지만, 과한 건 덜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칼국수는 단돈(?) 만원. 하나를 시켜서 두 개로 나눠달라고도 할 수 있다. 여름철에 파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콩국수도 있고, 술안주로 먹을 수 있는 파전도 있다.


자리에 앉은 후 보쌈부터 먼저 먹어주는 게 국룰이다. 칼국수는 한 잔 들이켜다가 해장하고 싶을 때쯤 걸쭉하게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금방 기다리면 정갈하게 담겨 나온 보쌈이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정우칼국수보쌈 보쌈 中자

이 집의 고기는 앞서 언급했듯 '자극적'이다.


처음 먹었을 때 맛은 간장으로 조린 것 같은 정도로 상당히 달짝지근하다. 뭘 넣었을까 고민해 봤는데 달달한 무언가가 들어갔을 것 같다. 된장을 써서 색깔이 갈색인 건지, 정말로 간장을 써서 저런 건지 모르겠다. 달달한 맛을 내는, 마치 조림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물엿, 간장, 설탕 등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고기의 기름도 장난아니었다. 부위가 삼겹살, 거기에 껍질도 살짝 있는 오겹살 느낌이다 보니 기름이 좔좔 흘렀다. 윤기가 흐르는 겉모습만 봐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느낌이다. 자칫 느끼할 수도 있지만, 그건 김치가 있어서 괜찮다. 오히려 기름이 가득하다 보니 고기가 식어도 맛있다.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자극적인 고기를, 느끼하지 않게 잘 만들 수 있을까.


자극적이고 감칠맛이 있는데도 느끼하지 않은, 아주 매력적인 고기였다.


반대로 김치는 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했다. 평범한 겉절이, 기본기에 충실한 맛이었다. 재료가 알차고 양념은 적당히 들어가서 맛 자체가 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기의 느끼함을 상쇄시켜 주는 것 같았다. 고기가 육즙이 너무 가득 차서 느끼할 수 있는 것을 평범한 김치가 잡아주다 보니깐 둘의 조화가 훌륭하게 이뤄졌다.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정우칼국수보쌈 칼국수

정우칼국수보쌈의 또 하나의 매력은 칼국수다. 가게 이름에 '칼국수'가 먼저 나오듯 이 집의 기본은 칼국수일지도 모른다.


칼국수 국물은 돼지를 우려낸 맛인 건지 진하고 깊다. 국물을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계속 들어가서 바닥이 금방 보인다. 면도 그렇게 두껍지 않고 국물과 잘 조화가 돼서 김치까지 얹어 먹으면 한입 뚝딱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먹고 싶어 지는 그런 맛이다.


해산물을 기반으로 하는 칼국수와 고기 국물을 기반으로 하는 칼국수가 나뉘는데, 개인적으론 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하는 칼국수를 선호한다. 정우칼국수보쌈은 그중에서도 자극적인 칼국수에 속해서 계속 먹게 되는 그런 맛이다.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보쌈까지 다 비우면 배가 든든하다. 서여의도는 주변에 카페가 많아서 커피 먹기에도 좋다. 자극을 잠재우기에도 딱이다.


혀를 자극하고 또 자극하는 보쌈 맛집, 정우칼국수보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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