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을 이 돈 주고 먹어야 할까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남도집 두 번째 이야기
제목에 대한 나의 대답은 "먹어야 한다"이다.
요즘 보쌈집들을 보면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종로나 을지로 보쌈집들은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보쌈 정식을 1만원대 선에서 유지하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여의도, 강남 보쌈집들은 가격이 꽤 비싸다. 보쌈 정식은 안 팔고 보쌈 한 판에 5~6만원을 하는 곳이 있다.
가격이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곳들도 많다. 고기는 잡내가 나고, 그저 오겹살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싸게 팔곤 한다. 보쌈을 삶을 때 기본적인 원칙도 지키지 않는 집에서 5~6만원대의 높은 가격으로 보쌈을 파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비싼 가격이더라도 그 값을 하는 보쌈집들이 있다. 예를 들면, 충정로에 있는 독박골맛있는집은 보쌈이 6만5000원인데 그 값을 한다. 얼마나 노력을 해서 만드는지, 김치는 또 각종 재료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한 입 먹어보면 느낄 수 있다. 그 힘이 최근 고양시에 2호점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 아닌가 싶다.
아무리 비싸도 맛만 있으면 그 돈 내고 먹기 아깝지가 않다. 가끔 비싼 가격의 보쌈을 리뷰하다 보면 "저 돈 주고 먹기 아깝다"는 반응들이 있는데, 아무리 비싸도 맛있는 곳이라면 그런 말이 나오긴 어렵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남도집 보쌈남도집은 그런 점에서 이 돈 주고 먹기 아까우면서도 아깝지 않다.
아깝지 않은 부분은 맛이다. 맛은 정말 뛰어나다. 지난 글에서도 설명했듯 이 집은 돈이 아깝지 않을 훌륭한 맛을 지니고 있다. 겉바속촉의 진수를 보여주며 육즙이 가득 배어있어서 한 입 먹을 때마다 행복감이 몰려온다.
그런데도 아까운 이유는 '양'이다. 이 집은 양이 적은 편이다. 사진으로 보면 적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소린가. 같은 6만원이면 옆 빌딩에 있는 세호보쌈을 가도 이거보다 많은 고기가 나온다.
심지어 세호보쌈이 고기가 많은 편도 아니다. 대자가 5만2000원인데 그래도 여기보단 많다. 아무리 부위가 오겹살이라고 해도 가격에 비하면 양이 적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남도집 식재료 원산지국내산 한돈을 쓰는 이 집의 원가를 고려해 봐도 비싸다. 국내산 한돈의 한 근 가격은 인터넷에서 사면 1만5000원에서 2만원 정도 된다. 아무리 비싸게 쳐도 2만5000원이라고 한다면, 3만5000원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 물론 인건비, 재료비 등을 합쳤을 때 이 정도 할 수 있다고 봐도 되겠지만, 물가를 고려하면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다.
그래도 이 집을 다시 가서 먹으라고 하면 난 보쌈을 먹을 거다. 양은 적더라도, 맛은 가격이 아깝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다시 먹으러 가고 싶은, 그런 보쌈집"이다. "이 돈 주고 먹어야 할까요?"라는 물음엔 한 번은 먹어볼 만하다고 답하고 싶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남도집 김치남도집의 또 하나의 이면은 '김치'다.
이 집의 김치는 너무 맛있다. 신김치인데, 일반 보쌈김치랑은 당연히 달라서 보쌈김치로 평가하긴 어렵다. 그런데 직접 담근 것 같은 이 김치가 너무 맛있었다.
물론 제육볶음, 애호박찌개와 먹기엔 간이 셌다. (내 기억엔 보쌈 고기랑 먹으라고 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보쌈 고기랑 먹기엔 고기의 튀는 맛을 잡아주고, 아삭함이 존재해서 맛의 조화도 좋았다.
이 김치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비싸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맛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남도집 제육볶음보기만 해도 찐 해보이는 이 음식은 제육볶음이다. 고기 자체의 질이 좋기 때문에, 제육볶음의 식감은 좋았다. 하지만 내게는 간이 좀 강했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밥이랑 먹으면 정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에 와서 이 제육볶음을 하나 올리고, 각종 반찬을 곁들여서 한 입 먹는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남도집 애호박찌개애호박찌개는 무난했다. 간이 좀 있긴 했는데, 안에 고기가 너무너무 많았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오는 고기에 행복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걸쭉한 찌개를 먹고 싶다면 여기에 와서 애호박찌개를 시켜 먹으면 된다.
청국장은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애호박찌개처럼 무난한 맛이었다. 냄새가 강하지도 않았고, 그냥 청국장찌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보쌈도 맛있고, 제육볶음과 애호박찌개까지 훌륭한 이 집은 전현무계획에 소개된 맛집이다. 점심에는 아마 사람이 붐빌 텐데, 저녁에는 사람이 적었다. 그래서 맛을 보고 싶다면 저녁에 가는 걸 추천한다. 저번에도 말했듯 보쌈은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가게를 나와서 거리로 나서면 이 날씨에 2차를 갈 야장집들이 많다. 간단하게 맥주 한 잔 더 하는 건 어떨까?
이 돈 주고 먹어도 아깝지 않은 보쌈집, 남도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