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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 맛있다고 하는 보쌈집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초당순두부

by 가위바위보쌈

인스타그램 돋보기를 보면 ‘보쌈 맛집’이라며 여러 곳들이 나온다. 가브리살 보쌈이니 항정살 보쌈이니 색다른 보쌈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끈다. 그 집들이 ‘당연히’ 맛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대부분’ 맛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모든 집을 섭렵해 본 적은 없지만.


그러면 ‘보쌈 맛집이라고 할 정도’로는 맛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직접 그곳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면 된다.


오늘 소개할 집은 과연 보쌈 맛집에 걸맞은 집일지 궁금함이 달아올랐던 곳이다. 겉모습과 비주얼만 봐서는 소개되는 여타 다른 집과 다른, 노포 느낌이 물씬 나는 맛집 같았던 그런 곳이다. 직접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먼 길을 떠나 친구들을 데리고 이 집을 찾았다. 석촌역 인근에 있는 ‘초당순두부’다.


초당순두부는 2호선과 9호선 석촌역 8번 출구에서 300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골목에 숨어있는데 이 근처에 소박하고 아늑한 음식점들이 꽤 몰려있다.

KakaoTalk_20251023_173201870.jpg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초당순두부 전경

가게 간판을 보면 엄청난 역사를 자랑하는 듯하다. 간판 자체에 ‘40년 전통의 어머니 손맛 100%’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간판도 몇 년 된 걸 보면 대략 50년 정도의 역사를 자랑하지 않나 싶다.


여름에는 콩국수를 파는 것 같은 이 집은 정말 콩 요리를 잘하는 곳이다. 청국장도 맛있고 두부도 맛있다고 소문난 그런 집이기에 기대감을 잔뜩 안고 가게 문을 열며 들어간다.


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6~7개 정도 있다. 그리고 메뉴판이 있는데, 보쌈 외에도 닭곰탕, 칼국수, 삼겹살 등 여러 메뉴가 즐비하다. (개인적으론 메뉴가 다양할수록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KakaoTalk_20251023_173201870_02.jpg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초당순두부 메뉴판

어쨌든 자리에 앉아서 안주류의 메뉴 ‘두부보쌈’을 시킨다. 그리고 청국장이 유명하니깐 청국장도 하나 시켜준다. (젊은) 사장님이 그렇게 친절하진 않다. 하지만 뭐, 꼭 살랑살랑 친절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접시 한가득 담긴 두부, 고기, 김치가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KakaoTalk_20251023_173201870_03.jpg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초당순두부 두부보쌈 大자

이 집의 고기는 퍽퍽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전혀 부드럽지 않다. 삼겹살 부위는 어찌어찌 먹을만한 정도다. 하지만 아래쪽에 깔린 목살+전지로 추정되는 부위는 퍽퍽하다.


보쌈이 퍽퍽한 이유는 다양하다. 육즙이 다 날아갔거나, 고기를 삶다 말았거나, 너무 오래 삶았거나 등이다. 이 집의 고기는 그냥 오래 물에 담가 놓은 듯하다. 적당히 담가나야 육즙이 유지가 되는데, 식은 상태에서 물에 담근 것 아닌가 싶다.


고기가 질기다 보니 당연히 맛은 떨어진다. 퍽퍽하게 씹히니 돼지 본연의 맛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맛이지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맛이 덜했다.


그러면 고기의 잡내는 어땠을까. 잡내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처음에 입에 넣는 순간 아쉬움이 몰려올 정도로 잡내가 나서 견디기 힘들었다. 물론 몇 입 더 먹고 먹다 보니 잡내에 둔해지긴 했지만, 처음 그 향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잡내가 강했다.

KakaoTalk_20251023_173201870_06.jpg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초당순두부 김치의 모습

가장 아쉬운 점은 김치다. 김치가 맛없다는 건 아니다. 라면이랑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김치였다.


그러나 이 김치는 보쌈김치의 맛이라고 하기엔 아쉬웠다. 그저 평범한,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김치였다. 엄마 손맛의 전통적인 김치라면 이해하겠지만, 보쌈 고기와 함께 나오기엔 이미 익은 상태여서 보쌈의 느끼함을 잡아주진 못했다.


아마도 보쌈이 메인이 아닌 집이다 보니깐 김치까지 신경 쓰기엔 어려우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이 김치는 고기와 어울리는 그런 김치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고기가 퍽퍽한 상황에선 더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긴 어려웠다.


괜찮은 점은 두부다. 직접 빚은 두부이신 건지 맛이 괜찮았다. 그 두부를 김치와 함께 싸서 먹으면 그래도 먹을만했다. 고기의 아쉬움을 콩으로 빚은 두부가 달래주는 듯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가성비다. 이 정도 양으로 보쌈을 4만5000원에 판다는 건 지난주에 소개한 여의도 남도집과 비교해 봤을 때 상당한 가성비를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보쌈은 부위별로 다양하게 들어가 있고 두부도 잔뜩 들어가 있으니, 가성비로는 손꼽을만한 집이다.


KakaoTalk_20251023_173201870_07.jpg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초당순두부 청국장

그래도 이 집에서 가장 맛있었던 걸 꼽으라면 청국장이다.


청국장은 콩의 깊이를 머금고 있었으며 특유의 향도 강하지 않아서 맛있었다. 엄청난 MSG의 맛이나 자극은 없었지만, 청국장 본연의 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그로 인해서 밥에 올려 먹었을 때 맛이 배가 됐다.


차라리 보쌈보다 청국장을 먹으러 오고 싶었던 그런 맛이었다. 그렇다고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청국장이냐고 말하기엔 조금 모자란. 딱 그 정도였다.

KakaoTalk_20251023_173201870_08.jpg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초당순두부 양념장

이 양념장은 별미였다. 쪽파와 된장, 마늘 등이 들어간 이 양념장은 고기를 찍어먹으면 고기의 부족한 깊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알싸한 맛과 함께 고기의 밍밍함을 잡아주는 것이 딱 잘 어울렸다. 고기가 부족하다면 이 양념장을 찍어먹는 걸 추천한다.


초당순두부는 전통이 있는 집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인스타그램에서 너무 과하게 맛집처럼 포장됐던 까닭일까. 아니면 내가 주말에 이곳을 찾았기에 회전이 잘 되지 않아서 음식이 덜 맛있었던 걸까?


아쉬움이 남는 만큼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그런 곳이다. 다시 찾아가서 제대로 음식을 먹고 정말 맛있는 곳인지 판단해봐야 할 것 같다.


인스타에서만 맛있다고 하는 집일지, 인스타에서도 맛있다고 하는 집일지.

인스타 맛집으로 소문난, 초당순두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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