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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Mar 07. 2024

먹을 수 있어서 영광인 줄 알았지만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영광보쌈 재방문

공덕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극찬'한 보쌈맛집이 있다. 주변 지인을 여러 차례 이 집에 모시기도 했다. 물론 브런치에도 소개했던 집이다. 고기는 살살 녹고, 김치는 고기를 잘 받쳐주는.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느낀다고까지 표현했던, 영광보쌈이다.


최근 이 집을 다시 찾았다. 이 집을 다시 찾은 게 대수는 아니다. 10번도 넘게 재방문했던 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번에 글을 쓴 이후로는 처음 찾았다. 재방문을 글로 쓰는 건 처음이지만,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변화된 모습 때문이다. 무엇인가 변했다. 좋은 쪽으로 변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나쁜 쪽으로 변했다. 그래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을 알고도 모른 척한다면 보쌈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영광보쌈

무엇이 달라졌을까. 고기의 질, 김치의 양념?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좋아졌다면 더 좋아졌다. 9개월 만에 다시 찾은 영광보쌈의 '맛'은 여전히 훌륭했다.


고기는 지난번보다 더 부드러워졌다. 부위가 그때와 달라서 일대일 비교는 안 되지만, 부드러움 자체로 따지면 훨씬 나아졌다. 원래도 부드럽지만, 한층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몇 개월 만에 나빠졌다면 그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영광보쌈은 맛의 퀄리티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김치는 지난번보다 더 맛있었다. 가장 최근 방문 때 김치에서 밀가루 맛이 좀 나긴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맛은 없었다. 최근 방문보다 더 전에 느꼈던 맛이랑 가까워졌다. 더 맛있어졌다는 표현보다는 본래 맛이 다시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하면 고기와 김치는 여전히 훌륭했다. 맛있고 맛있었다. 맛만으로 따지면 여전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느껴졌다. 한 입, 한 입 행복하게 먹을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영광보쌈

이 집의 변화된 점은 '서비스'였다. 본래도 저녁에 이 집을 찾으면 미세한 시크함이 서비스에서 묻어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과하게 친절하다는 느낌만 없을 뿐이지, 불친절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어쩌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는 우연히 카운터 쪽에 앉게 돼서 서비스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주문을 받거나 추가 요청을 할 때 사장님이 불친절하지는 않다. 친절하지 않은 부분이 좀 있긴 하지만, 불친절하다고 느낄 만큼 예의가 없거나 무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는 괜찮다고 느꼈다. 마음 한편에 무언가 찝찝함이 있긴 했지만,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문했던 고기와 보쌈이 나올 때 가져다주셨던 이모님이 서비스의 변화를 감지하게 한 첫 인물이었다. 이 집에서 굴을 따로 파는 걸 보지 못했던 내가 "원래 굴 팔아요?"라고 묻자, 그 이모님은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항상 팔아요"라고 했다. 지난 기록들을 뒤져보니 굴은 팔지 않았다. 다시 찾아보니 굴을 계절 한정으로 파는 것 같았다. 작년 겨울에도 있었는지 그전 겨울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모님 말대로 이 집이 굴을 항상 파는 곳은 아니었다.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지만 그려려니 했다. 여기에 더해서 약간의 불친절함들이 조금씩 묻어 나왔다. 주문을 알아듣지 못하고 반문할 때 짜증이 섞인 소리, 웃지 않는 서비스, 바쁘다고 웨이팅을 물어보는 손님들에게 내는 짜증.


하이라이트는 계산을 하고 나갈 때쯤 목격했던 광경이다. 어떤 손님이 보쌈을 먹기 위해 왔다가, 몇 분이 지나서 다시 오면서 사장님한테 "저 다시 왔어요"라고 했다. 그 손님은 본인이 다시 왔다는 걸 강조하고, 자리를 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너스레를 떤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집은 웨이팅을 명단에 적고 기다려야 하는 곳이다. 그 손님은 아마 그걸 몰랐던 듯싶다.


사장님은 손님에게 짜증 나는 투로 "자리 없어요. 명단 쓰고 기다리세요"라고 했다. 그럴 수 있는 말이지만, 그 어조와 표정은 손님을 불쾌하게 만들만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손님은 불쾌한 듯 아무 대답 없이 나가버렸다.


별 거 아닌 행동과 말투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별 거 아닌 행동과 말투는 이 집이 맛집임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맛이 아무리 훌륭해도 서비스가 별로이면 그 집은 맛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맛있던 음식도, 불친절한 서비스로 인해 반감되곤 한다.


서비스가 안 좋으면 오려던 손님도 안 올 수 있다. 아마 불쾌한 듯 나간 저 손님은 다시는 그 집을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영광보쌈에 대한 기대감이 한 층 내려갔다. 유명세가 덜했을 때는 분명히 친절했던 이모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영광보쌈이 유명해지고 줄이 길어지고,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많아지니깐 서비스를 잃어버린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영광보쌈 문을 나오면서 '먹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라고 썼던 영광보쌈 글의 제목에 오류가 생겼다는 판단이 들었다. 영광보쌈이 나빠진 서비스를 되돌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먹을 수 있어서 영광인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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