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와 헝가리 무곡
브람스가 헝가리 무곡을 쓰게 된 계기는 우연처럼 다가온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젊은 시절 함부르크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브람스는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에데 레메니를 만난다. 레메니는 밝고 열정적이며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음악적 동반자를 찾던 중 브람스의 연주에서 비범한 재능을 알아보았다. 그는 브람스에게 유럽 각지를 돌며 함께 연주하자고 제안했다. 브람스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친구이자 여행의 동반자로서 길 위에 올랐다.
레메니는 헝가리 집시풍 음악에 능통했다. 그의 활 끝에서 흘러나오던 선율은 때로는 불같이 타올랐고, 때로는 깊은 애수를 머금고 있었다. 브람스는 이 음악에 사로잡혔다. 단순히 새로운 선율을 접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자유와 방랑, 그리고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외로움까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무도회장에서, 술집에서, 시골 장터에서 울려 퍼지던 집시 음악은 브람스에게 낯설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주었다.
브람스는 이 선율들을 마음속 깊이 간직했고, 시간이 흘러 《헝가리 무곡》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1869년과 1880년, 그는 총 21곡의 헝가리 무곡을 발표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곡들이 전적으로 브람스의 창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민속적으로 불리던 춤곡 선율을 토대로, 그는 자신만의 예술적 감각으로 편곡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특히 5번은 헝가리 작곡가 켈레르 벨라의 춤곡 선율에서 모티프를 빌려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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