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귀국 프로젝트 Jul 20. 2019

돈 벌면 스쿱 2개 얹어 먹어야지

박앤비의 호주 너네 어디서 놀아, 젤라또 전문점 메시나


 자기야,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라.


 일자리 때문에 조급 해지는 마음을 달래려 오페라하우스에 갔다. 더운 날씨도 아닌데 유독 아이스크림 가판대 앞에만 사람들이 몰려 무슨 맛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다. 외식비를 아끼려고 저녁식사도 이미 집에서 마친 채 나왔지만, 마냥 바다와 오페라하우스를 보며 위안을 삼기엔 두 손이 휑하다.

“자기야, 우리도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을까?”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청유형 문장이지만 먼저 일을 구하고 돈을 벌고 있는 네가 사라는 명령문에 가깝다.


우선, 사람들이 먹고 있던 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젤라또다. 아이스크림과 젤라또의 차이는 우유, 계란 그리고 크림의 비율로 결정되는데, 우유는 많이 들어가는 대신 크림과 계란을 적게 사용하는 게 젤라또다. 때문에 젤라또가 좀 더 부드럽고 찐득한 모양새로 나온다고 하는데, 글로는 차이를 알겠는데 먹어보면 둘 다 차갑고 맛있다.



각자 콘 위에 스쿱 한 개를 얹는다. 얻어먹는 신세라 스쿱 2개에 7불(약 5000원) 짜리를 먹기엔 염치가 없어서 스쿱 한 개를 택한다. 오페라하우스와 맞은편에 있는 다리를 젤라또를 먹으면서 걸었다. 휑한 손보다는 뭐라도 하나 들고 있는 게 나았지만, 달랑 스쿱 한 개의 젤라또로 분위기를 내는 게 어딘가 모르게 서글프다. 그리고 다짐했다.


“ 내 꼭 돈 벌면 무조건 스쿱 2개씩 얹어서 먹으리라 “

 



 스쿱 2개 얹는 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면접인지 재롱잔치를 한 건지 헷갈리는 잡 인터뷰를 뒤로 하고 드디어 시드니 한복판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일을 구한 첫날, 남자 친구를 데리고 가장 먼저 오페라 하우스로 향한다. 스쿱 2개의 젤라또에 과한 집착을 보이던 나는, 기어코 호주에서 제일 유명한 젤라또 가게를 찾아낸다. 지난번 스쿱 한 개 올려먹었던 곳이 아니라 그 뒤에 진짜 맛집은 따로 있다.



메시나 앞은 주중주말 할 것 없이 항상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젤라또 집 치고는 저녁 늦게까지 장사를 한다. 종종 늦은 시간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매장 안에서 울려 퍼지는 큰 음악소리에 클럽 들어가는 줄인 줄 착각하곤 한다.


 

31가지 아이스크림 전문점보다도 더 종류가 다양한 이곳에서, 아는 맛과 새로운 맛을 적절히 섞어가며 스쿱 2개를 주문했다. 아는 맛과 새로운 맛 사이에서 항상 아는 맛이 더 맛있다. 무엇보다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직접 번 돈으로 비싼 젤라또를 2 스쿱이나 얹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과장 조금 더 보태 호주에서 적응할 수 있다는 첫 신호탄을 던진 느낌이랄까.



이후로 항상 무조건 스쿱을 2개씩 올려 먹는다. 친구를 데려가도, 이미 밥을 먹은 후여도, 아무리 바람이 쌩쌩부는 날이어도 무조건 스쿱을 두 개 올린다. 스쿱 한 개는 아쉽고, 스쿱 3개는 많이 먹는 거고, 스쿱 4개는 욕심이다. 호주 생활 내내 젤라또 2 스쿱의 소비를 유지하는 게 내 목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드니는 대체 왜 그런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