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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로드라마 Jan 10. 2024

어쩌다 투병일기-2. 당분간 나의 방

생각보다 편안한

2023. 12.18.

드디어 입원했다. 제발 빨리 입원해서 수술하기를 바랐건만. 막상 그 순간이 현실이 되니 두려움이 쿵쾅쿵쾅 마음 한편을 요동친다.


 남편과는 병동 앞에서 포옹 한번 하고 헤어졌다. 평소 남편에게 의지를 많이 하던 나였다. 이번 유방암 진단을 받으며 남편에게 덜 의지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었다. 입원도 수술 당일에도 남편은 아이들과 있으라고 큰소리를 쳤던 터라 강해 보이고 싶었다.  남편을 보내고 입원실로 들어왔다. 온통 하얗다. 마치 눈 덮인 그런 곳 같아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5인실인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는데, 여럿이 함께  쓰는 병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아니 적막했다. 모든 환자의 침대에는 커튼이 쳐져있어 누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 모습이 마치 이웃과 등을 지고 있는 높은 담 같았다.

 내가 배정받은 침대에는 환자복과 병원생활 안내지가 놓여있었다. 말끔하게 놓인  환자복의 윗도리는 내가 알고 있는 환자복과  다른 모양이었다. 소매가 없고 어깨 부분이 단추로 여며진 민소매였다. 간호사 선생님께 옷이 이상하고  물어봐야겠다, 생각과 동시  옷모양이 왜 그런지 내 병명과 연결시키니 이해가 됐다.

     '가슴을 수술하니 환복 하기 편하게 만든 거구나'

 그러고 보니 입원병동에 들어와  민소매의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을 봤었다. 그 사람들은 '유방암 환자들이었구나'라고 생각하니 복도에서 마주치는 민소매의 환자들에게 동질감을 느껴 한 번씩 눈길이 더 갔다.

 '모두들 괜찮기를!'

나도 모르게 응원을 보냈다.

 

 수술 준비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혈액검사, 수술할 왼쪽 가슴에 와이어 넣어두기, 자정부터 금식을 하고 오전 8시 수술실로 이동한다고 했다. 나는 금식까지 무사히 마치고 잠을 잤다. 뒤척이다 잠들다 깨다를 반복했더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이제 진짜 수술만 잘하면 된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안 좋은 경우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내가 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수술실 앞까지 걸어갔다. 원래는 수술실까지 이동침대에 누워서 간다. 그런데 내가 수술하는 날은 이동침대도 부족했지만, 엘리베이터를 못 탄다고 한다. 환자가 많아서란다.

  

 난 충분히 걸을 수 있었다. 사실 이동침대에 누워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가면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보호자는 어디 계셔요?"

 하고 아저씨가 었고, 난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혹시 오해할 수도 있어서

"아이들 챙겨줘야 해서 못 왔어요."

라며 빠르게 덧붙였다. 

 수실 앞에 도착해, 이동침대에 누었다. 아저씨는 누군가를 호출했다.

 "수술 환자 왔습니다"


 나는 수술대기실에서 마치과 의사에게 서명을 했고, 수술방으로 이동했다. 이동침대 바퀴가 드르릉드르릉 시원스레 미끄러져 갔다. 침대에 누워 수술실들과 분주한 그곳의 분위기와 나를 생각했다. 이동시켜 주는 아저씨가 '보호자는 없어요?' 이 질문에 사실 보호자는 필요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편과 내 아이들, 친정식구들의 사랑은 삶의 큰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수술실로 향하던 순간, 나의 보호자는 하나님이구나,라는 강한 믿음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두렵지 않고 씩씩할 수 있었다.


 긴 수술실 복도를  달려 28번 수술방에 도착했다. 우리 집 거실만한 수술실에는 여러 의료진들이 있었고, 그중 몇 명이 나를 수술실 침대로 옮겼다.

 "윗도리 단추 푸세요."

나는 윗도리 단추를 모두 풀었다.

"이젠 진통제와 잠 오는 주사를 맞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간호사가 깨운다.

"몸이 어떠세요?"

사실 별느낌이 나진 않았지만

"좀 답답해요. 근데 지금 몇 시예요?"

나는 시간이 제일 궁금했다.

"오후 1시 10분이요."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수술은 1시간이면 끝난다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여러 가지를 추측해 본다. 그것도 잠시,

병실로 이동시켜 주는 아저씨가 왔다.


 "병실로 올라갑니다. 보호자 어디 계셔요?"

또 나의 보호자를 찾는다. 나에겐 이미 보호자가 있는데, 그 분만 모르실 뿐. 그분이 찾는 보호자는 배우자나 가족일터라 대답을 했다.

"아마 안 왔을 거예요."

드르릉 바퀴가 잘도 굴러간다. 보호자들이 기다릴 그곳, 수술실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여보!"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였다. 남편이 왔다. 아저씨가 말하던 그 보호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바로 올라왔단다. 남편은 임시 출입증을 끊어 병실에 있을 수 있었다.  


그래, 나에겐 보호자가 둘이나 있으니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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