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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헉죄송 Nov 24. 2019

만약 귀농을 하면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1

우프코리아, 우프, GW_111

농가의 농업소득(농업을 통해 얻은 수입에서 농업 생산에 투입된 농업경엉비를 뺀 것)은 '1995년' 이례로 현재까지 줄곧 1000만 원 선에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농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입을 얻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에 6차 산업이 대안으로서 곧잘 강조되곤 한다. 그렇지만 내게 이런 접근법은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마치 도시 직장인들한테 급여가 충분하지 않아 고민이라면 텃밭 농사를 지어 식비를 절약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6차 산업에 대해서는 또 다른 면에서도 불만이 든다. 다른 일 하기가 쉽나? 수많은 도시인들이 영혼 갈아 넣어가며 하고 있는 서비스업, 3차 산업이 만만해 보이나?


농부분들을 존중하지만
시골길에서 곧잘 보이는 엉성하디 엉성하고 낡디 낡은 '농가 체험' 현수막을 보면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수확기를 맞은 작물이 있는 낡은 비닐하우스, 색이 바랜 플라스틱 바구니, 너덜너덜해져 있는 바닥의 멀칭, 작물을 따고 있는 귀여운 아이, 아이의 사진을 찍고자 하는 부모님의 모습 등이 적당히 떠오른다. 적어도 나는 그런 체험현장에 가고 싶지 않다.

물론 뛰어난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훌륭하게 6차 산업을 해내고 있는 농부분들이 계신다. 하지만 이는 재테크로 큰 수입을 벌어들이는 직장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있기는 있는데, 잘 없다. 어느 쪽이든 금수저는 말할 것도 없고..

농민이든 도시 직장인이든 자신의 본업만으로도 충분한 소득을 거둘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도, 이를 사 먹을 도시민들의 급여도 다 올라야 할 텐데 이루어질 만한 일이 아니다. 아니면 공산주의 사회처럼 배급제가 이루어지든가... 기본수당,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도 극히 낮고.. 사회의 변화를 꿈꾸면서도 동시에 개인은 눈 앞의 현실에서 각자의 생계를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바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GW_111은 식품 가공, 장터, 체험 교실 등 다양한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6차 산업 농장이었다. 6차 산업에 대해 투덜거리만 했던 나로서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농장이었다. 무엇보다도, 호스트님 부부가 참 멋지다고 느꼈었다. 6차 산업을 한다는 건 몸이 여러 개라도 부족하다는 말이 딱 맞는 일이었다. 농사를 하다가도 가공을 해야 하고 체험교실을 준비해야 하고 그러다가도 장터를 가야 하고... 호스트님 부부는 이 모든 일들을 차근차근 해내셨다. 정말 성실하신 분들이셨다. '허슬'이란 이런 걸까!

농업, 농촌을 사회학의 맥락에서 공부할 때 배운 소득 확보 이외의 6차 산업이 갖는 또 다른 의의를 진득이 느끼기도 했다.


지내는 동안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체험 교실의 진행 보조 역할을 맡았었는데, '허슬'하시는 호스트님 부부는 체험 교실의 준비도 허투루 하지 않으셨다.


단순히 떡과 콩가루를 만져보는 걸 넘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퀴즈와 설명 등을 준비하셨는데, 철원의 특산품을 맞추려고 낑낑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귀여웠다. 쌀이라는 걸 맞출 때는 신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쌀과 떡과 식혜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일은 꽤나 뿌듯했다.

'요즘 애들은 어쩌고저쩌고'하는 유사 사회학적 분석(논리적인 척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과 그럴듯한 근거를 적당히 버무린 것에 지나지 않는..)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지만, 먹거리와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후 흥미롭게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요즘 애들은 식재료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썰려 있는 양배추는 알지만 본래의 양배추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약간 과장이 섞여 있는 듯한 이야기가 덧붙여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부터가 백반집 가면 여러 반찬 고루 먹으면서도 이 반찬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니 그럴듯하다고 느껴졌다. 예전에 아빠랑 식물원에 놀러 갔을 때에도 아빠가

"이거 돼지감자네"라고 말씀하실 때에 그런 이상한 이름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나를 놀려먹으려고 하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정말 이전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식재료에 비해 해박한 것일까? 정확히 이 주제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기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추론을 해 볼 수는 있다.


어릴 때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아빠는 꽃 피는 산골에서 자랐다만 아파트에서 자란 네가 왜 그 노래를 부르니?"라고 다정하게 핀잔을 주셨다. 이 일화는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이기도 하다.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72%가 농촌에 거주하였다. 그런데 28%에 지나지 않았던 도시 인구의 비율은 80년대에 57.3%까지 치솟았으며 2010년 대에 이르러서는 82.0%라는 상대적으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산업화 시대에 이루어진 이촌 향도,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가 청년 시기에 도시에 있는 풍부한 자원을 찾아 이동한 결과이다.

이는 82.0%의 사람이 지금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그중 많은 이들(구체적으로는 현재의 중장년층)의 본래의 고향은 농촌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한 가족 속에서도 아빠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인 것에 반해 자녀세대의 고향은 "아파트 촌"이 되는 것이다.


이로부터 일생을 도시에서 자라난 현세대에 비해 어린 시절 수많은 식재료를 품고 있는 논과 밭과 산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접한 현재의 중장년층 세대가 식재료를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할 수 있다.

농촌, 농업을 사회학의 맥락에서 공부할 때에


[현재의 "꽃 피는 산골"에서 "아파트 촌"으로의 변화는 도시와 농촌의 정서적, 심리적인 거리를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다, 6차 산업은 농촌과 도시의 심리적인 거리를 다시금 좁혀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소멸위기에 놓여 있는 농촌에 힘이 될 뿐만 아니라 도시민에게도 자신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의의가 있다]


고 배우긴 했지만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그렇게 책으로 배우는 것과 떡에 묻히는 콩가루가 맛있다고 콩가루가 약간 남아 있는 그릇을 핥아먹고 식혜 원샷 때리는 아이를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몸 좀 움직이고 뭐 좀 만져보는 이상으로 잘 준비된 체험 프로그램은 정말로 의미가 있는 듯했다.


'저 친구는 내가 어릴 때 보다 떡과 콩가루와 식혜 맛에 대해 더 잘 알고 잘 챙겨 먹게 될 될 확률이 높겠지..?

성실하신 호스트님 부부의 모습,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과 같은 GW_111에서 겪은 6차 산업의 일면은 6차 산업에 대해 투덜거리기만 했던 나로서는 큰 공부가 되었다. 하지만 역시 여러가지 일을 한다는 건 만만한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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