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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돌이 Jan 18. 2023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그녀

현재까지 내 인생에 연애는 3번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은 대학교 1학년때,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 동아리 활동을 하다 만났던 그녀, 그리고 여행에서 만나 내가 좋다며 고백해왔던 그녀까지.

그 마지막 이야기를 해볼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여행 다니는 것에 푹 빠지게 되면서 일년 최소 2번은 해외여행을 떠났다. 혼자 여행 떠나는 것보다 동행이 있어 같이 다니며 여행에 대한 감성과 생각들을 공유하며 이야기 하는 여행을 선호하기에 패키지 여행을 좋아한다. 일반 여행사에서 하는 패키지 여행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의 패키지 여행이다. 어느 여행이라고 꼭집어 이야기하기에는 애매해서 어느 여행이라고 밝히지는 않겠다.


2주가량 여행을 같이 다닌 멤버들 중 한명이었다. 여행기간 중에는 특별히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여행 다녀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내게 연락을 해왔고, 만나자고 하는 것이다. 대학로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그곳에서 고백을 받은 것이다. 참 충격적이었다. 학창시절 쪽지로 고백 같은 걸 받아본 적은 있었지만 성인이 된 후 이성이 내 앞에서 내게 고백을 한 것이 처음이다보니 말이다. 당황스러운 마음도 들고 이걸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고민도 되고 그랬다. 그렇게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그녀의 고백을 받아드렸다. 연애를 제대로 한번 못 해본 나는 내가 상대를 좋아하지 않아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말이다.


그녀와 10일 가량 몇번의 데이트를 해나가며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점점 내가 상대에게 무성의해지는 것을 느끼며 전혀 연애의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도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지가 않았다. 그래서 데이트 도중 말을 해버렸다. 더이상 연애를 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이다. 그날 그녀 집 근처까지 데려다 주고 한번의 연락을 한 뒤 헤어졌다. 헤어지자는 뉘앙스의 말을 한 것은 나인데 이상하게 계속 눈물이 났다. 그땐 그 울음이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으로 인한 울음과 슬픔이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할수 없는 내 자신이 미워서 흘렸던 눈물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끝까지 이기적인 놈이었다.


더불어 마음 한켠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말이다. 이게 벌써 6년전의 일인데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간동안 나는 한번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못 만났다. 나이가 들면서 이성을 만나는게 어렵다. 특히 조건이나 배경을 무시하는 만남은 더욱더 어렵다.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사람 만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발적인 연애포기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혼자서 평생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된다. 긴 인생 혼자 살기 위한 방법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오늘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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