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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원 Jul 16. 2019

군대,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고 싶습니다!

유승준 입국 금지에 대하여


 “삼, 오, 이, 칠, 삼, 사, 칠! 꼭 가고 싶습니다!” 다들 기억하시는가. 십여 년 전 유명 피로회복제 광고에서 군대 신체검사 도중 한 청년이 눈이 안 좋음에도 시력검사표를 외워 외치던 대사이다. 외워간 시력검사표에서 얻어걸리는 게 하나도 없이 당당하게 가고 싶다고만 말하던 부분이 단연 압권이었다. 이 광고는 공교롭게도 유승준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입국 금지를 당한 다음 해에 등장했다.


 유승준의 비자발급 거부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림에 따라 유승준의 입국 허가 가능성도 제기되어 나 역시 자꾸 관련 뉴스를 찾아보게 된다. 국민 중 68.8%가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만 보아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승준에 대한 앙금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병역의무가 우리 국민에게 가지는 의미가 특별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유승준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더불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군 내부의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등장했다. 여기서 ‘사기저하’란 말 그대로 사기저하다. 이미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가득인 장병들의 입에서 “우린 왜 왔냐?”라는 말이 나올 게 뻔하다. 물론 정당한 사유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이들도 있겠지만 온갖 병역비리와 꼼수로 군 면제를 받는 요즘, 꼭두새벽부터 전투화 끈을 조여 매는 현역 병사들만 바보 된다.


 그럼에도 군대를 다녀온 나조차 터놓고 말하자면 유승준, 병역 비리자들을 쉽사리 비난할 수 없었다.

‘과연 미국 국적 취득을 포기하면서 까지 군 입대를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을 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히려 이 대답이 수월하지도 모른다. “No. I am American!”


 유승준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었기에 논란이 되고 입국 금지라는 처벌을 받은 것이지 사실 각종 병역비리자들은 한국에서 버젓이 살고 있다. 또한 속칭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 불리는 외국 국적을 가졌지만 혈통은 우리나라인 사람들도 “너희도 외국에서 태어나던가”라고 하면서 여러 혜택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빽은 없지만 신체 건강하고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현재 군 장병들만 불쌍하게 됐다. 유승준만 그런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많이 있는데 그에게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말문이 막히고, 그럼 다른 사람들도 유승준처럼 해외로 추방하자고도 말 못 하겠다. 그렇다고 또 그들을 이해하자니 나도 억울하고 지금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또 이행할 후배들에게 미안해 죽겠다.


 학교 후배가 “저 어렸을 때 십자인대 끊어져서 면제받았어요. 사실 크게 문제없는데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야죠.” 하며 킥킥 웃는다. 후배는 앞선 피로회복제 광고에서의 청년과는 사뭇 달랐다. 후배는 안 갈 수 있어서 안 갔고 청년은 안 갈 수 있음에도 가려한다. 광고는 “사나이로 태어나서. 박X스~”란 내레이션에 ‘젊은 날의 선택’이란 문구가 덧붙여져 끝맺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에서 사나이로 태어난 젊은 날의 군 입대.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맞는 걸까? 안 갈 수 있어도 가는 게 맞는 걸까? 만약 자신이 두 갈래 길에 서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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