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두효과'와 '현저성 효과'로 설명한 전과자 낙인
법원에서 피고인에게 내리는 선고, 즉 ‘집행유예, 징역 몇 년’ 등의 처벌은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받아 마땅한 ‘죗값’이라고 생각된다. 사법부의 합리적이고 온당한 판결을 통해 피고인들이 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형기를 다 마친 후에는 다시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18년 08월 14일 자 기사에선 매년 5만에서 6만 명이 교도소에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로 돌아오지만 대부분의 전과자들은 사회에서 다시 죗값을 치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출소 후 새 삶을 살아보고자 하지만 일단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는커녕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임시, 일용직을 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2017년 기준, 출소자들이 출소 후 3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24.7%였지만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숙식, 주거, 직업훈련, 창업ㆍ취업 지원을 해준 결과, 1만 980명 중 범죄를 다시 저지른 경우는 0.3%에 불과했다."
남보라, 단 한 번의 실수로 전과자 낙인… 먼저 보듬을수록 사회는 더 안전해져요, 한국일보, 2018.08.14.
이는 출소자들이 출소 후에 경제활동뿐 아니라 숙식과 같은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러한 생계유지의 어려움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의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악순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전과자를 낙인찍는 이유는 사회심리학적 시선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을 받고 왔음에도 전과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계심을 품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경계심을 갖게 되는 이러한 현상은 사회심리학에서의 초두 효과와 현저성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초두 효과란 처음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에 대한 첫 정보가 부정적이었다면 그 후에 긍정적 정보가 제시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부정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기 쉽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현저성 효과란 두 가지 정보가 있다고 했을 때 어느 한 가지는 집중되는 요소, 다른 한 가지는 집중되지 않는 잊히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도형-배경 원리’로 설명 가능한데, 집중되는 요소인 ‘도형’이 있다면 그 외에 주목받지 못하는 주변 요소인 ‘배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과자 A를 예시로 들자면, A가 사회로 복귀했을 때 주변에 알려지는 A에 대한 정보가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몇 년을 징역 살다 왔다더라.’라는 것이 도형으로 각인되면 그가 아무리 교화되어 성실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그가 교화되었다는 사실은 그저 배경일뿐이다.
초두 효과는 전과자라는 사실이 주변인들로 하여금 그를 설명할 수 있게 제시되는 다른 정보들을 묵살시키게 하고, 현저성 효과는 주변 사람들이 집중할만한 자극적인 정보인 전과자라는 이력을 ‘도형’으로 설정하여 집중시키고 그의 다른 요소인 성실성과 배려하는 마음은 집중되지 못하는 주변 요소인 ‘배경’으로 전락시킨다. 결국 A의 새 삶을 살고자 하는 노력은 주변인들의 시선, 즉 초두 효과와 현저성 효과를 통한 판단을 통해 가려지고 과거에 범죄를 저질렀던 전과자로 규정되어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주변인들로부터 경계되어 사회의 변두리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물론 범죄는 어떠한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과거 타인에게 물리적, 물질적 손해를 입힌 전과자들에 대한 경계심 또한 가까이에 전과자가 함께하는 사람들에겐 무시하지 못할 자극적인 요소임이 틀림없다. 자신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속칭 ‘빨간 줄’이라는 전과 기록으로 출소자들을 이중 처벌하고 있다. 전과자들은 형 집행을 마친 후에도 사회라는 감옥에서 다시 복역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채 초두 효과와 현저성 효과를 통해 재단되고 범죄의 종류와 상관없이 사회에서 무기징역을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