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전형, 그 뒤 서포트에 대한 이야기
첫 번째 글에 이어, 일본 교환학생, 유학, 워킹홀리데이 등 경험이 전무한 내가 경험한 일본 취직에 대해 풀어본다.
회사에 지원하기까지의 대학생활 등에 이어, 실제 전형에 대한 경험담이다.
필기시험> 서류전형> 사전 면접(인사담당자)>1차 면접(부서 담당자)>2차 면접(임원진)을 거쳐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전부 일본어로 진행되었는데, JLPT 1급 자격증이 있어도 공부 제대로 안 하고 아슬아슬하게 합격한 거여서, 사실 내 일본어는 쓸 만한 게 아니었다.
1. 필기시험
일본 회사 입사 시험 때 채용하는 보편적인 시험, SPI형식이었다.
논리적 사고, 도형적 사고 등을 보는 내용이었고 수학에서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철저하게 준비한 게 아니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2. 서류전형
-자기소개, 지원동기
-왜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지
-대학시절 열심히 했던 활동에 대해
한국기업만큼 몇천 자, 많은 문항 수는 아니지만 일본 회사들 공통의 엔트리 카드다.
왜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지, 는 한국인 취준생에게 묻는 필수 질문이다. 나 역시 여기서 가장 고민이 많았다. 보통의 회사원이 되는 일인데 왜 그걸 굳이 일본에서 경험하고 싶은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를 내는 것도 도움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취업이 잘 안돼서, 일본은 취직률이 높다고 들어서 등의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 말이다)
나와 일본만의 소중한 인연, 일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
일본 취직 사이트, 그리고 일본 취직을 준비하는 한국 사이트에서 자주 보이는 것은 '자기 분석'을 하고 솔직한 자신(素の自分)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가 아니라 다 깐 다음의 양파 알맹이를 보여준다는 것. 내가 몇 년 전 서류를 쓸 때는 이런 점들을 몰랐다. 경력직이면 당연히 얘기가 달라지지만, 신입 사원 면접에서 솔직한 자신을 어필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함'을 보여주자. 일본 회사는 일할 준비가 된 신입사원보다 배울 준비가 된 신입사원을 찾는다.
3. 면접
사전 면접은 전화, 1차 면접은 한국, 2차 면접은 스카이프였다.
사전 면접, 1차 면접은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서 대답했다.
질문자는 100% 일본어로 질문해왔지만, 내 일본어가 많이 부족했기에(특히 비즈니스 일본어 지식은 전무한 상태) 생각나지 않는 단어나 문장은 영어로 대답했다. 몇 분 지나자 상대방도 내 (허접한) 일본어 실력을 파악했는지 일부러 천천히 쉬운 단어로 질문해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1차 면접에서 지원 부서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배치받는 대로 따를 거지만, 가능하다면 기획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 했다. (생각해보면 여기서 MBTI 검사-ENFP 성향이 이미 드러났다)
2차 면접은 임원진이었기에, 정중한 일본어로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철저히 준비했다.
예상 질문(자기소개, 왜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지, 그중 왜 우리 회사인지, 우리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을 몇 개 추려서 일본어로 미리 번역하는 연습을 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네이버 지식인 등에 이 일본어 맞나요? 이런 식으로 묻고 물으며 답안을 준비했다. 그리고 무식하게 외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힘들었던 1차 면접과는 다르게 임원진 면접은 캐주얼했다.
인사담당자가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실무 면접을 통과한 임원진 면접에서는 인물상을 많이 본다는 것.
특히나 아무 경험 없는 초짜 대졸 취준생에게 실무 질문을 해보았자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임원진 면접에서는, 취미, 일본어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등 개인적인 질문이 많았다.
4. 합격 연락 (내정)
합격 연락을 받기까지에는 2주 정도 시간이 걸렸다. 큰 포부나 욕심 없이 지원했다고는 하지만 합격하고 싶었다. 전화로 합격 연락을 받았을 땐 정말 기뻤다. 실감이 안 났다.
그리고 하루 뒤 '내가 진짜 일본에서 일한다고?' 하는 겁나는 마음이 덜컥 찾아왔다.
5. 허허벌판과 불안함
합격한 기쁨도 잠시, 일본에 아무 연고도 없는 내가 어떻게 일한다는 건지 두려움이 찾아왔다.
친구는 물론 친척이나 지인도 없었고 심지어 근무지가 도쿄도 아니었다.
오사카, 나고야 등 누구나 아는 대도시도 아니었다. 나조차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구글 스트리트 뷰로 회사 주소를 입력해서 보니 주변엔 허허벌판과 비닐하우스밖에 없었다! 와우!
그리고 내정 통지서를 보니 배치받은 부서가 '인사부 인사과'였다. 인사..?! 무슨 일 하는 곳이지? 사람 뽑는 곳? (경영학 전공이면서 무식하게도 당시 인사과 하면 떠오르는 일은 채용뿐이었다)
어...? 하는 불안함과 얼떨떨함으로 며칠을 지내다 보니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직접 회사에 초대하겠으니 내정자 연수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입사 반년 전의 일이다.
6. 내정자에 대한 서포트
그렇게 회사에서 준비해준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이용해 회사에서 홀로 내정자 연수를 받았다.
알고 보니 회사에서도 외국인 사원을 채용한 건 그 해가 처음인듯하여, 마음이 쓰였는지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해줬다는 것. 일본 문화에 대해, 그 지역에 대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집 구하기 등). 그리고 담당자분과 시내로 나가 시내 구경을 하고, 공장 견학 등을 했다.
마지막으로 면접 때 뵀던 인사 차장님과 면담을 했다.
이 면담에서 나는 '일본에서 일해도 괜찮겠다'는 안도감을 얻었다.
일본어가 부족하고, 이 지역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고,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등(생각해보니 너무 솔직했다) 불안함을 털어놓았는데, 그에 대해 차장님이 주신 답변은 이러했다.
"한국 기업은 완성된/준비된 인재를 뽑아서 실전에 투입하는 스타일이지만, 일본 기업은 잠재성 있는 인재를 뽑아서 처음부터 가르쳐서 성장시키는 스타일이에요."
하시며 인사과에 대한 기초 (처음 인사담당자가 된 사람에게, 등의 책)를 배울 수 있는 책을 몇 권 선물로 주셨다.
그렇게 나는 인사과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첫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로서의 마음가짐, 태도를 배우는 것은 물론 인사 업무 전반을 경험했고, 상사의 전폭적인 지지로 유익한 내용의 연수가 있다면 전국 어디든 가서 듣고 배웠다.
좋은 회사, 좋은 상사, 좋은 동료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고, 2년 반 뒤, 오래도록 원하던 회사에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히 보고, 지원하게 된 채용 공고가 여기까지 날 이끌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우연과 우연이 이끄는 인생의 묘미는 이런데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