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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Sep 04. 2021

포르투 늦여름 휴가 1

- 사소한 정보들

한국인들에게 코로나 이전에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도시였다던 포르투에 1주일 동안 휴가를 왔다. 어릴 때는 포르투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무지해서 그런 것 같다-.  한국 친구들도 휴가를 스페인 포르투갈 묶어서 간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사진을 봤는데 붉은 지붕과 언덕이 인상적이었다. 제네바에 살면서는 스위스, 특히 제네바 칸톤에 꽤나 큰 포르투갈 이민자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주변에도 포르투갈인이 꽤나 있었고, 본인은 스위스 사람이지만 부모님이 포르투갈 이민자인 친구들도 몇몇 있었다. 또 사실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업은 포르투갈계가 큰 영향력을 미쳐서 포르투갈 커넥션을 통하면, 하늘에 별따기인 제네바에서 집 구하기도 쉽게 해결이 된다고도 했다. 여하튼, 제네바에서 수도인 리스본뿐만 아니라 포르투로도 직항이 이지젯, 탑 포르투갈 항공 그리고 스위스 항공이 하루에 여러 차례 운항 중이었다. 그만큼 포르투갈과 스위스를 오가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항공권 

가을에 한국에 들어가 보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어디든 가고 싶었고, 스위스를 벗어나고 싶었다. 코로나 시대에 비행기로 여행한다는 건 늘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그나마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고 나니, PCR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니 훨씬 나았다. 대도시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번잡한 수도 리스본보다 여유자적할 수 있는 포르투가 나아 보여서 항공권 검색 시작. 8월 초반에 8월 말의 비행기표를 검색하니 이지젯은 비행기 시간이 엉망이긴 해도 왕복 50프랑(한화로 6만 원 조금 넘는다)으로도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주변에 이지젯 타고 온 사람들 말이 최근에 이지젯이 핸드캐리 수화물을 좌석 아래에 집어넣을 수 있는 만큼만으로 제한을 하고, 핸드캐리 하는 캐리어도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스트레스받으면서 여행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라이언에어와 이지젯은 타지 않는다. 

그리고 나니 탑 포르투갈 항공과 스위스 항공이 남았다. 탑 포르투갈은 스위스 친구들이 타보고, 국적기라 서비스가 괜찮다고 추천해줬고, 스위스 항공은 그냥 믿을만한 항공사였다. 처음 검색했을 때는 탑 포르투갈은 왕복 73프랑 정도, 그리고 스위스 항공은 105프랑이었다. 비행기 시간은 스위스 항공이 좀 더 나은데- 일찍 포르투에 도착하고, 늦게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25프랑 정도 가격에 쓸데없이 고민을 했다. 

다음날 다시 검색하니 그 사이에 탑 포르투갈은 130프랑으로 가격이 뛰어 있었다. 스위스 학교가 개학하는 8월 말이어서 수요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격이 두배로 오르다니!! 그럼 스위스 항공을 예약해야지 하며 예약을 하다가 갑자기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해서 결재를 못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그다음 날 스위스 항공 결재를 하려다가 혹시나 해서 다시 탑 포르투갈 사이트에 가보니 다시 가격이 75프랑으로 내려 있었다. 아직까지 왜인지는 모르겠다. 미국 동부에 사는 친구 말로는 탑 포르투갈이 대서양을 건너는 미국-유럽 노선을 미친 듯이 싼 가격에- 뉴욕 /리스본이 왕복 350달러에 풀린 적이 있단다- 판다고 한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25프랑이면 외식 한 끼 값이니 탑 포르투갈로 결정!!! 친구가 하는 말이, 유럽 내의 단기 노선임에도 간식과 음료도 공짜로 준다고 하니 아무것도 안 주는 스위스 항공보다 더 나은 듯했다. 


하지만... 언제 바뀐 건지 모르지만 , 탑 포르투갈은 더 이상 간식과 음료를 공짜로 주지 않는다. 포르투 올 때도 저가항공처럼 간식과 음료를 팔고 있었다. (맛있는 건 아니지만 받을 수 있다 생각했는데 못 받으니 많이 아쉬웠다.) 또 다른 건 좌석지정이 안된다는 점! 물론 가장 저렴한 표를 구입했지만, 이지젯처럼 좌석을 랜덤 하게 지정해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근데 체크인하려니 뒤편 가운데 좌석이고, 좌석을 바꾸려면- 그 어떤 좌석이라도- 15프랑을 내야 했다. 다른 치사한 점은, 좌석을 바꾸려다 다시 원 좌석으로 돌아가려면 그래도 15프랑을 내야 했다!! 쓸데없이 스트레스받다가, 결국 15프랑을 내고 앞 좌석으로 바꾸었다. 돈이 아깝긴 했지만 결국 내 좌석 앞 비상구 좌석이 비어서 스튜어디스가 나한테 비상구 좌석에 누군가 앉아야 하니 혼자서 거기 앉아서 가라고 해줬다. 덕분에 넓은 좌석에 혼자 편하게 왔으니 15프랑이 아깝지는 않았다. 항공사 자체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사소한 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음에 또 포르투갈을 간다면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면, 나는 스위스 항공을 타고 가겠다.   


숙소

대부분 숙소는 거의 모든 곳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상 벤투 역 주변의 시내에 많이 잡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숙소를 잡는 조건은 뷰와 발코니가 우선이다. (20대에 배낭여행할 때는 무조건 싼 게 최우선이었고, 그다음에는 뷰보다는 시설이 좋고 깨끗한 게 좋았다. 그런데 스위스에 온 이후로, 뷰와 발코니에 목숨을 걸게 되었다.) 내 예산안에서 포르투 시내에 있는 숙소들은 뷰와 발코니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상하게 포르투는 호텔보다는 아파트 렌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찾고 찾은 끝에 루이스 다리 건너편 가이아 지구에 발코니와 아주 조금이지만 강변을 볼 수 있는 뷰가 있는 아파트를 예약했다. 

숙소 발코니에서 보이던.. 강 측면 뷰


막상 포르투에 도착해서 보니, 포르투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많이 진행된 듯했다. 구도심과 가이아 지구의 곳곳에는 관광객을 겨냥한 아파트가 많았고, 허름한 집들은 모두들 숙소로 바꾸기 위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었다. 한국사람에게도 인기가 많은 도시이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도 싼 물가와 좋은 풍경으로 인기가 많은 듯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한국 여행자 카페에서 숙소를 어디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코로나 이전에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이아 지구는 아무래도 포르투 시내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하다. 그리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포르투 시내의 오밀조밀한 풍경을 건너편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일몰을 볼 수 있는 모루 정원과 수도원과도 약간의 하이킹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가까운 편이다. 또 조금만 내려가면 강변을 걸을 수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풍경을 아주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또 숙소에 발코니가 있어서 바람을 맞으면서 강을 바라보며 아침도 먹고 와인도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내와는 떨어져 있어서 - 내가 묵는 숙소에서 상 벤투 역까지는 루이스 다리 상단을 건너면 걸어서 15분이 걸렸다- 쉬었다 다시 나가는 건 쉽지가 않았다. 식당이나 주요 관광지가 포르투 시내 쪽에 몰려 있다 보니, 강을 건너가지 않는 이상 선택지가 크지 않다. 내가 머물던 숙소 근처에는 슈퍼라고 불릴만한 곳이 없어서 가장 가까운 핑고 도스가 가이아 시내 쪽으로 걸어서 15분 아니면 강 건너 볼량 시장 근처로 걸어서 25분이나 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1주일이나 포르투에서 머물렀지만 아직도 포르투 시내는 리베리아- 루이스 다리 하단부로 강 건너 바로 밑 동네- 빼고는 구글 지도를 보지 않는 이상 낯설었다.   

포르투를 다시 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약 다시 간다면 그때는 뷰와 발코니를 포기하고 시내 중심에서 북적이는 포르투를 밤낮으로 보고 싶기는 하다.  

가이아 지구 강변 쪽 거리. 놀랍게도 여기는 평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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